7일 만의 위기 닥친 여야정 상설협의체…협치는 계속될까
7일 만의 위기 닥친 여야정 상설협의체…협치는 계속될까
  • 남정호 기자
  • 승인 2018.11.13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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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협의체 불참 통보한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에 반발하는 정의당까지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여야정 상설협의체 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평화당 장병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문 대통령,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여야정 상설협의체 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평화당 장병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문 대통령,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힘겹게 닻을 올린 여야정 상설협의체가 지난 5일 첫 회동에서 합의문이 나온 지 7일 만에 좌초위기를 맞았다. 12일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조명래 환경부 장관 임명 강행 등에 반발하며 여야정 상설협의체 합의 이행을 위한 실무협의체 불참을 통보하면서다.

이와 함께 13일에는 양당 원내대표들이 부실검증의 책임을 물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경질과 공공기관 채용비리·고용세습 국정조사 요구 수용을 촉구하며 정부여당을 향해 압박을 지속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도 강경 태세로 나서면서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아울러 정의당 역시 합의문에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탄력근로제 확대에 여야 3당 교섭단체가 합의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며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둘러싼 셈법은 더욱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난항 빠진 여야정 상설협의체

12일 자유한국당 윤재옥, 바른미래당 유의동 원내수석부대표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조명래 환경부 장관 임명 강행 등에 반발하며 여야정 상설협의체 합의 이행을 위한 실무협의체 불참을 통보했다.

이들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김수현 정책실장 임명 △조명래 환경부 장관 임명 강행 △인사청문제도의 유명무실화 등을 이유로 들며 “야당의 정중한 요청에도 대통령이 행한 이번 인사는 협치를 강조하는 말씀과는 반대되는 조치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 수석부대표는 실무협의체 복귀 조건과 관련해 “여야가 신뢰를 갖고 협의체를 상설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판단될 때 실무회동을 통해 협의체에서 논의된 사항들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며 “여야 간 논의와 타협이 필요한 법안에 대해서는 분위기가 개선되지 않고는 논의가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음날인 13일에도 양당의 공세는 계속됐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날 공동 브리핑을 통해 조명래 장관의 부실검증 책임과 관련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해임과 공공기관 채용비리·고용세습 국정조사 요구 수용을 촉구했다.

두 원내대표는 “야당은 민생과 국익을 위해 여야정 협의체에 임했다”며 “그러나 대통령과 여당은 돌려막기 인사, 환경부 장관 임명 강행과 국정조사 거부로 답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여당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수수방관하고 있다. 결국 대통령의 조치에 순종만 할 태세다. 이 상태에서는 협치의 노력은 진전되기 어렵다”며 “이런 야당의 최소한의 요구마저 거부될 경우 정상적인 국회일정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요구안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향후 대응에 대해 “11월 국회는 내년도 나라살림 예산심사가 가장 핵심”이라며 “규제혁신과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산적한 법안들 조속히 처리해야 함에도 사실상 이번에 협치를 거부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국회 차원에서의 대응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도 강경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1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의 명분 없는 몽니로 여야 합의가 무산된 과거 사례를 이번에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입법 예산에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합의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벌어진 야당의 이 같은 무책임한 태도는 참 안타깝다”며 “국민도 이번만큼은 결코 야당의 조변석개(朝變夕改, 계획이나 결정 등을 일관성 없이 자주 바꿈)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야당의 전향적 자세를 촉구했다.

강병원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에서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 자신의 철학과 국정목표를 실현할 인사를 임명하는 것은 헌법상 권한”이라며 “김성태, 김관영 원내대표가 예산안과 법안 처리 등 국회일정을 볼모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한 것은 야당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임명하라는 노골적 요구이자 대통령 인사권을 명백한 침해하는 행태”라고 맞서면서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 김성태, 김관영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유의동 원내수석부대표 ⓒ뉴시스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 김성태, 김관영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유의동 원내수석부대표 ⓒ뉴시스

접점은 찾을 수 있나

그러나 정부여당의 입장에서 여야정 상설협의체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정운영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장치이기 때문에 쉽사리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한창인 상황에서 악화된 경제상황을 타개하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계속해서 추진하기 위한 예산안을 온전히 통과시켜야 하는 정부여당의 입장에서도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은 불안요소다. 때문에 이 같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요구에 정부여당이 어떤 협상카드를 내놓을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몰린다.

인사청문회 개선방안의 경우, 어느 정도 조율될 수 있는 사안으로 예상되지만, 공공기관 채용비리·고용세습 국정조사 요구와 관련해서는 현재 정부의 전수조사가 실시 중이고, 서울교통공사와 관련해 감사원 감사를 요청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 결과에서 잘못이 드러날 경우 국정조사를 실시하자는 민주당의 기본 입장이 크게 변할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다. 조국 민정수석의 경질 역시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이기 때문에 두 야당에게 제시할 새로운 카드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섭단체 3당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에 뿔난 정의당도 변수

이와 함께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로 인한 정의당의 반발도 향후 여야정 상설협의체의 운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앞서 5일 여야정 상설협의체 회동에서도 탄력근로제 확대적용과 규제혁신 추진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그러나 8일 여야 3당 교섭단체가 탄력근로제 확대에 합의하면서 정의당은 강력한 유감을 밝혔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13일 의원총회에서 “여야정 협의체에서 반대의견이 있어도 교섭단체들끼리 국회에서 일사천리로 밀어붙인다면 여야정 협의체를 둘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교섭단체의 일방행태에 대해 경종을 울려야 할 시점이다. 반성을 촉구한다”고 질타했다. 이 같은 정의당의 반발은 최근 노동계와 마찰을 빚고 있는 민주당에게 리스크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통해 원만한 국정 운영을 꾀해야 하는 민주당으로서는 점점 복잡한 상황에 빠지고 있다. 민주당이 여야정 상설협의체 정상화를 위해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의 반발과, 탄력근로제 확대, 규제혁신에서 양당과 상충되는 입장인 정의당의 불만을 어떻게 추스를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