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장모델 발굴한다며 불필요한 일정 소화
샌프란시스코 일대 공원‧양조장‧아울렛등 방문

금융투자협회 NPK 대표단 명단 ⓒ뉴시스
금융투자협회 NPK 대표단 명단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가 국내 증권사 대표들을 대상으로 최근 추진한 해외 견학프로그램이 외유성 짙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13일 금투협 및 업계에 따르면 금투협과 국내 증권사 CEO들은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미국 실리콘밸리와 시애틀을 방문했다. 총 방문 인원은 권용원 금투협회장 등 대표단 18명을 포함해 24명이다.

앞서 금투협은 NPK(New Portfolio Korea)라고 불리는 이번 견학프로그램이 자본시장 혁신성장 모델을 발굴하고 4차 산업혁명 관련 이슈를 점검하는 한편 혁신기업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실제 대표단은 출장 첫날인 4일부터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관광지를 들러보고 하루를 보내며 와인 시음과 쇼핑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2개조로 나눠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헨리코웰 레드우즈 주립공원 트레킹, 증기기관차 탑승 체험, 산타크루즈 부두 방문,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포도주 양조장) 견학, 나파 시내 관광, 나파 프리미엄아울렛 쇼핑 등으로 하루를 채운 것이다.

견학목적에 부합하는 프로그램은 다음날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 이마저도 체험수준에 그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까지 넘어가 진행한 견학이 대부분 2시간 내외로 끝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밖에도 대표단 출장을 진행하며 협회의 예산이 일부 투입된 점도 문제로 거론됐다. 금투협이 회원사의 회비로 운영되는 만큼 현장 일정에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금투협의 해외 견학 프로그램 적절성은 과거에도 논란이 된 사례가 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시국에 해외출장을 기획했다가 구설수에 오른 것이다. 

당시 금투협은 박종수 전 회장과 증권사 사장 6명을 대동해 열흘 동안 멕시코·콜롬비아를 방문, 현지 투자진흥청 및 거래소 등과 투자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12명의 증권사 사장이 동행하기로 했지만 이중 6곳이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해 반으로 줄었다. 

올해에도 삼성증권 ‘자사주 배당 오류사고’와 유진투자증권의 ‘유령 해외주식 초과 매도 사고’ 등이 터지며 증권사들의 내부통제에 지적이 쏠렸던 만큼 이번 외유성 출장 비판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다만 금투협은 관광일정을 넣은 것은 맞지만 공식적인 프로그램 하루 전날이었으며 현지일정도 빠듯하게 구성했다고 해명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미국에 10시간 넘게 날아가서 바로 일정을 소화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하루 정도 쉬는 시간을 넣은 것”이라며 “통상적인 수준에서 관광을 진행 했지 지적된 것처럼 방만하게 운영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어 “일정이 느슨했다는 문제제기에도 동의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CEO들이 힘들어할 정도였다. 해외 견학을 설렁설렁하면 협회도 욕을 먹는 만큼 하나라도 더 경험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또 이날 권용원 금투협회장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주의하겠다’고 발언한 것도 “외유성을 인정했다기 보다는 외부에는 그렇게 비춰질 수도 있으니 앞으로 감안해서 진행하겠다는 취지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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