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권 주며 임명한 전원책 해촉 사태
김병준 비대위 리더십에 타격 입혀
비대위 책임론…커지는 친박계 목소리
반박 나선 비박계, 계파갈등 본격화?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지난 9일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전권을 주며 영입한 전원책 변호사를 해촉하면서 당협위원장 253명 전원의 사표를 제출받으며 진행해온 자유한국당의 인적쇄신이 고비를 맞고 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전원책 변호사는 전당대회 개최 시기 등을 두고 대립했고, 결국 이번 문자 해촉 사태까지 이르렀다. 이로써 전 변호사를 영입한 비대위의 리더십은 타격을 입었다.

이 같은 상황에 그간 관망하던 당내 친박 잔류파들은 김 위원장의 사퇴와 조기 전당대회 개최 등 비대위 체제 조기 종식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비박 복당파도 ‘자기중심적인 일부의 목소리’라고 맞서면서 잔류파와 복당파 간의 당내 불협화음이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원책 해촉 사태와 비대위의 위기

자유한국당 비대위와 전원책 변호사의 동행은 급속히 마무리됐다. 자유한국당 비대위 김용태 사무총장은 9일 오후 1시 30분 기자회견을 열고 조강특위 위원을 맡은 전원책 변호사를 해촉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1일 이른바 ‘십고초려’ 끝에 전권을 부여하며 조강특위 위원으로 위촉한 지 한달여 만이다. 비대위의 이번 조치는 같은날 오후 3시 조강특위 전체회의에서 전 변호사가 비대위와의 갈등과 관련해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김 사무총장은 전 변호사에 대한 전격 해촉 결정과 관련해 “오늘 오전 전 위원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개적으로 회의 결정 사항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표명했고, 이에 비대위원 전원의 협의를 통해 해촉을 결정했다”며 “어제(8일) 비대위 결정사항에 대해 직접 전 위원을 찾아뵙고 (비대위) 결정사항에 대해 설명하고, 이 사항을 준수해 조강특위가 정상적으로 가동되도록 설득작업을 했지만, 동의하지 않아 실패로 끝났다”고 설명했다.

비대위와 전 변호사의 엇박자는 엿보였다. 전 변호사는 임명 직후부터 ‘통합전당대회 실시, 소선거구제도, 단일지도체제 유지’ 등 비대위와 다른 입장의 발언을 내놨다. 특히 비대위가 못 박은 내년 2월말 전당대회 개최에 대해 전 변호사는 내년 6~7월 개최를 주장하며 대립각을 세우면서 사태는 급속하게 악화됐다. 이를 두고 전 변호사가 조강특위 위원으로 합류하면서 김 위원장에게 약속받은 전권에 대한 해석 논란으로 번지며 갈등은 증폭됐고, 결국 이번 해촉 사태로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전날 김 사무총장과 전 위원, 조강특위 외부 위원 3인은 심야회동을 가졌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후 전 위원은 9일 오전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비대위가 2월 전당대회를 고집하는 명분으로 1~3명 뽑는 보궐선거 공천을 들고 있다”며 “그깟 보궐선거가 자유한국당의 쇄신보다 중요한가”라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의 해촉 결정이 나온 후, 전 변호사는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이 조강특위에 특정 인물을 넣어달라고 한 게 갈등의 시작이었다”라고 말하며 비대위와의 갈등에 대한 폭로를 예고했다.

이후 전 변호사는 1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해촉과 관련해 언급했으나, 자유한국당에 대한 쓴소리가 주를 이뤘고, 비대위와의 갈등에 대한 추가 폭로는 없었다. 논란이 된 김 위원장의 조강특위 위원 추천 의혹에 대해서는 “여러분도 다 아실만한 분을 그분들이 저에게 요구했고, 저는 응하지 않았다”며 “진실은 하나다. 그 진실은 나중에 언젠가 말씀드리겠다”고만 밝혔다.

전 변호사의 해촉 이후 김 위원장은 “어떤 경우에도 당의 기강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당 기강이 흔들려서는 어떤 쇄신도 혁신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하면서 당내 분위기 수습에 나섰지만, 전 변호사는 기자간담회에서 “오늘날 민주주의 제도 아래 정당 안에서 기강을 얘기한다는 것은 획일적으로 움직이는 군사정권 내의 정당이라면 모르겠는데 어떻게 오늘날 정당에서 기강을 얘기하느냐”라며 “그분이 만약 내게 기강에 복종할 것을 요구했다면 진작 그렇게 말해야 한다. 그 워딩은 그분이 실수한 거라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전 변호사를 조강특위 위원으로 영입하며 언급한 ‘전권’에 대해 김 위원장은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조강특위에 전례 없는 권한을 준다고 했는데, 경제부총리는 경제부총리의 전권을 가져야지, 국군 통수권까지 가지겠다, 대통령의 권한 자체를 다 가지겠다는 건 아니지 않느냐”라고 되물었다. 더불어 “비대위가 당 최고 의사 결정 기구고, 거기서 (전당대회를) 2월로 못 박은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 그러면 그 부분에 대해 전제하고 가야 되는 것”이라며 “당은 당규가 있지 않느냐. 당규를 벗어난 권한은 비대위원장도 줄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해 전 변호사는 기자간담회에서 “한두 달이라도 전당대회를 늦춰야 한다고 한 것인데 이런 제 의견을 월권이라고 하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당의 쇄신을 책임질 전권을 가진 사람이 그 정도 말을 못해서야 어떻게 당을 쇄신하겠느냐”라며 “전권을 줬다면 더 이상 말이 없어야 한다. 그렇게 전권을 준 조강위원을 흔들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느냐”라고 반문하며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에서 해촉된 전원책 변호사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극동VIP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소회를 밝히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에서 해촉된 전원책 변호사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극동VIP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소회를 밝히고 있다. ⓒ뉴시스

목소리 키우는 친박

이번 사태가 일어난 직후부터 당내 친박 잔류파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간 잔류파와 신경전을 일부 벌여온 김병준 위원장이 전권을 주며 공들여 영입한 전원책 변호사를 문자 해촉한 것에 대해 책임론을 꺼내 든 것이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이 제시한 2월말 전당대회 개최를 앞당겨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친박계인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은 12일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과연 누가 전 변호사에게 그런 모든 권한을 줬느냐”라며 “당원들의 총의를 거치지 않은 사람들은 결국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미리 말한 바 있다. 전 변호사가 안타깝게 희생제물이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당내 혁신작업이) 결국 전당대회를 하기 위한 땜빵 작업 정도에 그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거고, 이 땜빵 작업 자체도 자기 계파의 이익을 최대한으로 늘리기 위한 정치적인 술수로 보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당을 나갔다 온 사람들이 당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인적 쇄신이란 이름으로 당을 사당화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우택·조경태·유기준·김진태 의원과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 친박계 당권주자들도 13일 구본철 전 의원의 주재로 열린 우파재건회의에 참석해 조기 전당대회 개최와 김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노무현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 위원장이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을 하는 게 잘못됐다. 또 전원책 해촉소동을 통해 당의 위상을 실추시켰다”며 “스스로의 무능으로 당내 갈등만 증폭시킨 김병준 위원장 체제를 끝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우택 의원도 “일련의 사태를 봤을 때, 김 위원장이 정치적 실책을 범했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 비대위가 동력을 상실해 정상적인 기능을 해갈 수 있는지 걱정이 된다”며 “지금 비대위는 빠른 시일 내 전당대회를 치르고 거기서 건강한 리더가 뽑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박계 차기 원내대표 후보로 꼽히고 있는 유기준 의원은 “최근 십고초려해 모셔온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을 문자로 해촉하는 등 당의 품격에 안 맞는 일이 발생했다”며 “여전히 당 지지율이 답보상태이고 국민의 사랑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전당대회를 빨리 열어서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잔류파 중심의 초재선 의원 모임인 ‘통합과 전진’은 이번 해촉 사태에 대한 김병준 위원장의 책임론과 함께 비박계에 대한 견제에 들어갔다. 이들은 14일 국회에서 모임을 갖고 “보수 분열, 우파 분열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김무성 의원은 더 이상 (당을) 분열시키지 말고 자숙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회동 이후, 민경욱 의원은 “당 분열에 책임이 있어 그 중심에서 멀어져야 할 특정 인사들이 중심에 나서는 상황을 우려한다”며 “어려움에 처했을 때 묵묵히 당을 지키고 있던 사람들이 중심에 서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전 변호사 해촉과 관련해서는 “다시 불협화음의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비대위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 전당대회 일정을 하루라도 앞당겨 발표해야 한다”며 “전권을 주겠다며 (전 변호사를) 영입한 사람이 누구냐. 그 위원이 나갔다면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느냐는 발언도 있었다”고 전했다.

앞서 친박계는 비대위 구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우여곡절 끝에 김병준 비대위가 출범한 이후에는 다소 관망세로 돌아섰지만, 이번 전 변호사 해촉 사태로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리더십이 타격을 입으면서 비대위 체제 조기 종식을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전 변호사가 조강특위 위원을 맡으면서 내세운 보수대통합론으로 태극기 부대의 입당이 줄이으며 당내 친박계 세력의 위상도 함께 올라간 점도 친박계가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한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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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서는 비대위와 비박…자유한국당의 미래는

이 같은 잔류파의 사퇴 요구에 김병준 비대위원장도 진화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지금 가진 책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비대위를 제대로 마무리를 하는 것”이라며 “그 얘기에 어떻게 일일이 답하겠나. 제 갈 길을 묵묵히 가는 것밖에 도리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나가라는 얘기는 제가 비대위원장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있었다)”며 “몇 분은 비대위 구성 자체를 반대한 분들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나가라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기 전당대회 개최 주장에 대해서도 “조기 전당대회를 치러봐야 (전당대회를 열려면) 한 50일 정도 여유가 있어야 된다. 이때까지 그렇게 참아왔는데 그 두 달을 못 지켜보겠느냐”라며 “지금 이제 마무리 단계인데, 결정된 것을 다 집행하는 단계인데 집행을 하지 말라는 얘기다. 그건 아니다. 그래서 그대로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대위가 이미 동력을 상실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동력을 상실할 이유가 없다”며 “253명의 당협위원장 사퇴를 다 받고, 80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금 비대위 회의가 제대로 진행이 되고 있다”고 부인했다.

비박계 복당파도 잔류파의 공세에 맞서 세몰이에 나서는 모양새다. 복당파 좌장으로 꼽히는 김무성 의원은 정진석 의원과 함께 13일 국회에서 ‘열린토론, 미래’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강석호, 권성동, 김영우, 김재경, 김학용, 주호영 의원 등 비박계 의원들이 자리했다.

김 의원은 토론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친박 당권주자 모임 소식에 대해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서로 어떤 모임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지금 와서 친박, 비박 이런 얘기가 나올수록 국민 지지는 많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고 선을 그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비대위에 대한 친박계의 공세에 반발했다. 김 원내대표는 14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여섯차례의 의원총회를 거치면서 40여일 동안 내부에서 전쟁을 치르다시피 해서 탄생시킨 게 김병준 비대위 체제”라며 “이 위원장에게 아무 일도 하지 말고 빨리 전당대회나 개최하고 당신은 떠나라는 건 도리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 섣부르게 비대위를 사실상 해체하고 조기 전당대회나 개최해 달라는 사람은 지난번 그 처절한 의원총회에서의 비대위를 선택한 결기를 다 잊고,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이 당을 새로운 변화보다는 자신들의 생각대로 유지시키고자 하는 일부의 목소리”라고 일축했다.

이 같은 자유한국당의 내홍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자유한국당은 오는 12월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있다. 또 비대위의 공언대로 내년 2월말 전당대회 개최를 위해서는 12월 15일까지 당협위원장 임명 마무리 등 인적 쇄신을 마쳐야 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이벤트가 계속해서 이어질 상황에서 잔류파와 복당파의 내부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잔류파와 복당파 가운데 한 계파가 원내대표 경선과 차기 당 대표를 휩쓸 경우를 상정한다면 양 계파의 갈등은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차기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당 대표는 2020년 총선 공천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전당대회에서 패하는 계파는 공천 학살을 당할 수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양 계파 간의 갈등은 차기 전당대회까지 점입가경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부터 장미 대선, 6.13 지방선거를 거치며 극심한 혼란을 겪어온 자유한국당은 이후 보수 혁신을 기치로 내걸며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다. 그러나 인적쇄신을 앞두고 전 변호사 해촉 사태로 인해 비대위의 리더십이 타격을 받으면서 계파갈등은 다시 증폭되고 있다. 당협위원장 재편과 원내대표 경선, 차기 전당대회를 잇달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비대위가 리더십을 회복하고 보수혁신을 이끌 수 있을지, 양 계파 간 치열한 내부다툼으로 점철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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