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특별재판부 설치, 사법부 불신 불식시킬 수 있는 길”
박범계 “특별재판부 설치, 사법부 불신 불식시킬 수 있는 길”
  • 남정호 기자
  • 승인 2018.11.18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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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회 사개특위 소속 민주당 박범계 의원
사상 초유 사법농단 사태…극에 달한 사법부 불신
대법이 사법권 독립만 주장하는 건 설득력 떨어져
특별재판부 설치, 현실적으로 어려워
대법원장 통한 특별재판부 구성 고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 ⓒ박범계 의원실 제공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 ⓒ박범계 의원실 제공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 사건과 관련해 해당 사건을 담당할 특별재판부 설치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7일 대법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특별재판부 설치에 사실상 반대하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특별재판부 설치를 둘러싼 위헌 논란이 본격화됐다.

특별재판부 설치를 두고 일고 있는 이 같은 논란은 지난 1일부터 본격 가동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4당은 현재 법원에 사법농단 의혹 당사자 다수가 주요 재판장으로 있는 상황에서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특별재판부를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자유한국당과 사법부는 위헌 소지와 사법 독립 훼손 등을 이유로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재 국회에 제출된 특별재판부 구성 법안의 운명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오는 12월 31일까지 앞으로 채 두달여도 남지 않은 사개특위의 활동기한 안에 검경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굵직한 이슈들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몰린다.

본지는 사개특위 위원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에게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해 특별재판부 설치의 의의와 대법 의견서에 대한 입장, 특별재판부 설치 가능성, 또 앞으로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 전망에 대해 물었다.

박상기(왼쪽) 법무부 장관과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박상기(왼쪽) 법무부 장관과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특별재판부 구성이 오히려 위헌 소지 없어

Q. 사법농단 의혹 사건 특별재판부 설치의 의의는 무엇인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숙원사업이었던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법원행정처를 앞세워 행정부와 입법부에 불법적으로 로비를 하고,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거나 비판적인 법조계를 전방위적으로 사찰해 외압을 가했다. 또 내부의 비판적 판사들을 주요 보직에서 배제하는 등 사법행정권을 남용하고, 심지어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들의 손해배상사건과 같이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행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현재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나, 압수수색 영장 청구가 줄줄이 기각되는 등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법원은 사법농단 관련 압수수색영장 발부를 주거평온의 사유와 같은 설명으로 기각시켰으며, 그 비율이 무려 90%에 달한다. 사법정의가 무너진 것이다. 저는 이미 우리 국민의 77.5%도 특별재판부 설치에 동의하셨듯이 특별재판부 설치가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불식시킬 수 있는 길이라 여기고 있다.

Q. 박주민 의원 등과 함께 공동발의한 특별재판부 구성 법안의 핵심은 어떤 것인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의 사법농단 의혹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안, 일명 ‘특별재판부 구성 법안’의 핵심은 △담당 법관이 대상사건의 전심재판 등에 관여한 때에는 그 직무집행에서 제척하고 △별도 절차를 통해 영장발부를 담당할 특별영장전담법관을 선정하며 △심리를 담당할 재판부를 구성해 △관련 사건을 국민참여재판 대상으로 둠으로써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하에서의 재판거래 의혹 등의 사건에 관해 공정하고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형사절차에 관한 특례를 규정하는 것이다.

Q. 대법원은 특별재판부 설치에 반대 의견을 냈다. 대법원이 제시한 주요 반대 의견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대법원은 특별한 재판이 무죄추정에 충돌한다는 이유로 특별재판부 설치가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역사상 특별한 일이 특별한 조직에서 발생했고, 재판의 주체와 객체 간에 특별한 관계가 엿보여 재판에 임함에 있어 사사로운 감정이 개입되지 않을 이해관계가 없는 분들로 재판부를 구성하는 것이 오히려 위헌의 소지가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공정한 재판을 위해서라도 특별재판부가 정상화의 길이고, 실체 진실 절차에 부합하는 것이다. 또한 대법원은 의견서에서 특별재판부와 특별영장전담 법관은 헌법상 근거가 없으며, 대한변호사협회 등 법원 이외의 기관이 개입해 담당 법관을 정하는 것은 헌법의 ‘법률이 정한 법관’에 해당하지 않아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헌법상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948년 반민족행위처벌법에 따라 구성된 특별재판부는 제헌헌법에 특별 재판부를 둔다는 별도 규정이 없는데도 ‘일제강점기 법관으로 근무했던 이들이 공정한 재판을 하기는 어렵다’는 공감에 따라 만들어진 바가 있다. 때문에 이러한 주장이 그대로 적용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16명으로 구성됐던 당시 특별재판부에는 국회의원 5명과 시민사회 인사 5명도 참여했었다.

Q. 대법원이 반대 의견으로 제시한 외부기관의 개입문제나 사법 독립 침해, 재판의 공정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외부기관의 개입 문제에 대해서는 ‘법률이 정한 법관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법안에서도 특별재판부 판사 등은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회와 대한변협 등 법원 이외의 기관은 후보를 대법원장에게 추천하는 ‘특별재판부후보 추천위원회’의 위원을 추천하는 정도로만 개입하는 것이다. 이는 대한변협 회장 등이 추천위원으로 직접 참여하는 기존의 대법관후보 추천위원회 등보다도 외부 기관의 개입 정도가 낮은 차원이다.

사법권 독립 침해와 재판의 공정성과 관련해서도 대법원은 사법권 독립의 침해 소지, ‘사건 배당의 무작위성’에 위배돼 재판의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삼권분립은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지금과 같이 사상 초유의 사법농단 사태로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사법권 독립만을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매우 떨어진다. 무작위 배당도 공정한 재판을 위한 수단일 뿐 재판의 공정성 추구보다 우선할 수 없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 사법농단과 간접적으로 관련된 판사들이 많은 상황인데, 이런 상태에서 무작위 배당을 하는 것은 오히려 재판의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 ⓒ박범계 의원실 제공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 ⓒ박범계 의원실 제공

검경수사권 조정, 정부 조정안 바탕으로 한 절충안 기대

Q. 특별재판부 설치 야당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설치 가능성은 어느 정도 된다고 생각하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차선책은 무엇인가

현실적으로 자유한국당이 완강히 반대하는 상황에서 특별재판부의 설치 매우 어려워 보인다. 대신 차선책으로 김명수 대법원장을 통한 특별재판부 구성을 고려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즉, 국회가 나서지 않고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권유하거나 서울중앙지법원장이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는 방식으로라도 재판의 공정성을 기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 판단한다. 전국 법관 대표들로 구성된 자문회의를 꾸려 객관적이고 공정한 법관들을 무기명으로 추천받아 구성하는 방법 등도 고려해볼 수 있겠다. 다만, 법원이 예비재판부 3개를 증설하고 배당을 통해 사법농단과 무관한 재판장이 재판에 임하도록 하는 등의 공정하게 재판을 하려는 노력이 있기 때문에 희망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Q.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법원사무처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법원사무처가 법원행정처의 폐단을 완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보나

김명수 대법원장도 지난 15일 사개특위에서 진행된 법원행정처 제도개선을 위한 공청회에서 “법원행정처는 현재의 상태로는 안 되고, 근본적인 변혁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현재 법원행정처의 위상과 권한은 상당 부분 내려놓는 개혁이 이뤄지리라 기대한다.

Q. 사개특위의 활동시한이 올 연말까지다. 촉박한 시간 내 검경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 등 사법개혁에서 성과를 낼 수 있겠나

검경수사권 조정의 경우, 여·야 모두가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또 새로운 아이디어나 제도를 제안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보면 공수처 설치보다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현재 검찰은 검찰대로, 경찰은 경찰대로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이 가운데 기관의 이기주의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검찰 상급부처인 법무부와 경찰의 상급부처인 행정안전부 등 두 기관의 장관이 합의한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있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한 타협이나 절충의 소지는 있다고 본다. 서로 한 발씩 양보하고,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모양새를 가져간다면 아주 절묘한 절충안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Q. 공수처 설치는 어떻게 전망하나

공수처 설치는 우리 국민의 80% 이상이 지지하는 검찰 개혁방안 중 하나이며, 여야가 내놓은 법안의 내용들은 큰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 9일 있었던 사개특위 업무보고에서 문무일 검찰총장도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다만, 현재 자유한국당이 관련 법안을 내놓지 않고 심하게 반대만 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과반수가 찬성한다고 해도 국회 선진화법에 의해 법안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공수처가 야당 국회의원들을 표적으로 삼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나, 이 부분은 얼마든지 논의를 통해 해소해 나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는 이상 법 안 통과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