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키즈에서 보수의 아이콘으로 대변신
여야 정치인 모두 이언주의 변신에 입방아
반문연대 꺼낸 이언주, 부담스런 바른미래당
정치적 이미지 빠르게 소진할 우려도 제기돼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 ⓒ뉴시스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 ⓒ뉴시스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은 최근 정치권에서 가장 핫한 인물 중 하나다. 불과 얼마 전까지 진보 진영의 미래 희망으로 불렸던 이 의원이 이제는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바른미래당 탈당에 자유한국당 입당, 부산 영도 출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의원의 대변신에 진보-보수 진영 모두 낯설다는 평가다. 그녀의 변신에 수많은 정치인들이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녀의 변신이 보수진영의 분열이 될지, 보수대통합의 밀알이 될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이 최근 정치권에서 최대 관심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이 의원의 행보에 대해 수많은 정치인들의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진보 진영이나 보수 진영 모두 이 의원의 변신이 낯설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의원이 정치권에 부각된 것은 지난 2012년 총선 때다. 이 의원은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의 전략공천을 받은 인물이다. 이 의원을 전략공천한 주인공이 한명숙 당시 당 대표였다는 점에서 이 의원은 ‘한명숙 키즈’로 통했던 인물이다. 더욱이 경기 광명을 지역구에서 전재희 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이기고 화려하게 국회에 입성했다. 당시 3선에 도전하는 전 후보를 이 의원이 깨부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그는 당당하게 승리를 거뒀고, 진보 진영의 차세대 여성 주자로 급부상했다. 이후 이 의원은 민주통합당에서 탄탄대로를 걸었다. 원내대변인을 하면서 인지도를 쌓았고, 2016년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그에게 굴욕을 안겨준 사람은 친문 핵심인사인 전해철 의원이다. 이 의원은 2016년 8월 경기도당위원장 경선에서 전 의원에게 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해 겨울 탄핵 정국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촛불혁명의 선봉장 역할을 해왔다. 아무도 이 의원이 ‘보수의 아이콘’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상상도 못한 대변신

새정치민주연합 분당 사태 당시, 다른 정치인들은 모두 안철수 전 대표를 따라 탈당할 때에도 이 의원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런데 대선 기간 중인 지난해 4월 갑작스럽게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안 전 대표를 따라 국민의당으로 갔다. 이후 안 전 대표에게 정치생명을 걸었다면서 선거유세에 나섰다. 이때만 해도 국민의당의 여느 정치인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탄생하면서부터 이 의원은 변신하기 시작했다.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 내정자에게 ‘강남 총리’라고 비판했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 내정자에게는 ‘외교부 장관은 국방을 잘 아는 남자가 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이 빚었다. 또한 학교 급식 담당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서는 ‘그 아줌마들’이라고 말했다가 여성 비하와 노동자 폄하 논란에 휩싸이며 대국민 사과까지 해야 했다. 물론 이때만 해도 이 의원이 설마 보수의 아이콘이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1년 새 얼마나 변했나

그런데 최근 들어 이 의원은 갑작스럽게 돌변했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야당 의원이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된다고 하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가 하면 전두환 정권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운동권 출신으로 채워졌다며 운동권 출신 인사들에 대한 신경질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게다가 현재 속해있는 바른미래당으로서도 당혹스런 언행을 이어갔다. 그동안 자유한국당 입당설과 부산 영도 출마설이 제기됐는데 그것을 마치 입증이라도 하듯이 자유한국당 청년위원회 주최 행사에 참석했다. 그동안 소문으로 나돌았던 것을 마치 사실이라고 증명하는 듯한 행동이었다. 이에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이 의원을 향해서 ‘정체성이 무엇이냐’라면서 구두 경고를 날리기도 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자신의 정체성은 ‘반문 연대’라면서 손 대표에게 오히려 정체성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또한 자신은 자유한국당 입당을 한번도 입에 담지 않았다면서 반발하며 당내 분란도 마다하지 않은 모습이다. 하태경 최고위원이 이 의원의 운동권 출신에 대한 신경질적인 반응에 대해 “극우는 보수가 아니다”면서 비판을 가하자, 이 의원은 “운동권 출신은 물러나야 한다”면서 맞대응했다. 이처럼 이 의원이 보수의 여전사로 거듭나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그녀의 변신에 대해 의아스럽다는 반응을 내놨다. 특히 친문뿐만 아니라 비문 인사들도 이 의원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으며, 보수진영에서도 이 의원의 변신에 대한 쓴소리가 이어졌다.

지난 2017년 4월 23일 당시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이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찬조연설에 나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17년 4월 23일 당시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이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찬조연설에 나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부담스런 반문연대

이 의원의 변신에 대한 또 다른 부담은 바로 ‘반문연대’다. 바른미래당으로서는 이 반문연대가 상당히 부담스럽다. 반문연대가 결국 보수대통합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 의원의 반문연대는 바른미래당 내의 친유승민계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친유승민계 일부 정치인은 자유한국당으로 복당되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내부 사정 등으로 인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그 명분을 이 의원이 제시한 꼴이 된 것이다.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도 지지부진한 보수대통합에 새로운 명분을 이 의원이 만들어준 형국이다. 이런 이유로 바른미래당 지도부로서는 이 의원의 처분에 대해 골머리를 앓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 의원에게 징계라도 내리게 된다면 이 의원의 징계에 반발하는 인사들이 지도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갈 것이고, 그로 인해 당이 분열할 가능성이 높다. 거꾸로 징계를 내리지 않는다면 이 의원의 돌출행동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이 의원의 변신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총선을 너무 일찍 준비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수의 여전사라는 이미지가 빨리 소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총선 준비를 너무 일찍 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이로 인해 비록 당적은 바른미래당에 있지만, 실질적으로 바른미래당에도 소속되지 않고, 자유한국당에도 소속되지 않는 어정쩡한 입장이 됐다.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이 의원에게 지역위원장 자리를 주기 쉽지 않게 됐다. 그렇다고 당장 탈당해서 자유한국당으로 입당하기 쉬운 상황도 아니다. 자유한국당의 기본적인 플랜은 내년 2월 전당대회를 치르고, 7월 보수대통합 전당대회를 치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년 7월까지는 한참 남은 상황인 점을 고려한다면 현재 이 의원의 정치적 부각은 오히려 이미지를 소진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의원의 이미지 대변신은 당분간 정치권에서 계속해서 회자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진보 진영에 있었던 정치인들은 ‘차라리 조경태가 낫다’는 말을 할 정도다. 자유한국당 조경태 의원은 민주당에 있을 때에도 당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으며, 사실상 보수 인사로 분류됐던 인물이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 의원의 대변신은 진보 진영에게는 당혹스러움 그 자체다. 보수 진영 역시 당황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념을 바꾼 정치인은 많이 있었다. 그런데 이 의원만큼 너무 짧은 시기에 너무 많은 변화를 겪으며 정치적 이슈로 부각된 인물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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