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교합이나 주걱턱으로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겪는 사람들부터 호감있는 외모가  요구되는 연예인, 취준생까지 치아교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하지만 교정을 마음먹기까지 철사교정으로 인한 심미적 문제, 불편함, 정기적인 치과 점검, 비용적 부분 등으로 많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교정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교정장치를 사용해 치아 교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치과가 등장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투명치과다.

하지만 투명교정장치로 교정을 하던 환자들 가운데 부작용을 토로하는 이들이 대거 등장했다. 일부 환자는 면을 끊지 못할 정도가 됐거나, 잇몸이 무너져 내리는 등 치아 상태가 매우 나빠졌다고 호소하고 있다.

투명치과가 언론에 조명을 받아 논란의 주인공이 된 지 7개월여의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부작용, 불성실한 진료이행 등으로 피해를 받은 환자들은 이렇다할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투데이신문>은 긴 시간이 지나도 노답(영어 ‘No’와 국어 ‘답’을 합성한 신조어, 답이 없다) 상태인 ‘투명치과 사태’ 피해자들을 만나 그들이 치과에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또 어떤 부작용을 겪고 있는지 들어봤다. 특히 이번 투명치과 사태가 발생한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지도 꼼꼼히 살펴봤다.

투명치과에서 사용하는 투명교정장치 ‘노비절라인(Novisalign)’ ⓒ투명치과 홈페이지 캡처

【투데이신문 김소희 기자】 “양악수술로 돌출입, 주걱턱 교정하기엔 무서우셨다고요? 치아 교정하기엔 입을 벌릴 때마다 보이는 철사교정이 너무 싫으셨다고요? 그런 환자분들의 마음을 담아 투명해 보이지 않고 수술 없이도 예뻐질 수 없는 New 투명교정, 투명치과에서 가능합니다.”

“투명치과에서 수능을 끝낸 수험생들에게 드리는 이벤트! 수험표를 지참한 모든 수험생에게 30만원 상당의 정밀진단 혜택과 추첨을 통한 50%, 30% 할인 혜택을! 전원 혜택!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원! 30만원 상당의 정밀진단! 고생하신 수험생 어머니, 메디톡신 정품 보톡스까지!”

해당 광고는 지난 2013년 1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투명치과가 환자들을 모집하기 위해 사용한 문구들이다.

투명치과는 미국에서 출시한 투명교정장치 ‘인비절라인(Invisalign)’을 한국식으로 변형한 ‘노비절라인(Novisalign)’을 내세웠다. 투명치과에 따르면 노비절라인은 투명한 특수 강화 플라스틱으로 된 틀을 이용해 치열을 교정하는 치료법으로 기존의 철사와 브라켓 없이 투명한 장치만으로 교정이 되는 획기적이고 편안하고 바른 치료법이다.

또 외관상 잘 보이지 않는 장치이기에 심미성이 좋고, 치아에 밀착되는 구조로 발음 문제, 구강 내 염증, 통증도 거의 없으며 3D스캐너, 3D프린터 등 첨단 장비를 보유해 환자에게 꼭 맞는 교정기 제작이 가능하고 치아 전체에 고른 힘을 가해 통증이나 잇몸 피로도가 줄어들게 된다고 광고했다.

투명치과는 외모에 신경이 쓰이거나 벌어진 앞니‧덧니를 보이지 않게 교정하고 싶은 직장인과 학생부터 주기적 내원이 힘든 유학생과 군인, 교정장치의 착용이 두렵거나 잇몸질환 및 충치 등 구강상태가 약한 사람들에게까지 투명교정을 추천했다.

교정장치와 종류는 세라믹, 클리피씨, 콤비, 부분교정, 설측교정, 자가결철, 투명교정 등으로 다양하고 가격도 200만원대에서 600만원대까지 천차만별이다. 같은 종류의 교정장치라고 해도 가격차가 크다. 서울 내 치과의 방문한 후기를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 모두닥에 따르면, 비슷한 교정장치인 인비절라인 교정의 평균 가격은 648만원인 반면 노비절라인의 평균 가격은 464만원이다. 

보철을 사용하지 않아 심미적으로도 이점이 많고, 인비절라인보다 200만원 가까이 저렴해 투명치과의 노비절라인이 큰 인기를 끄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합리적인 교정을 고민하던 소비자들에게 투명치과의 광고는 그야말로 ‘혹’할만한 제안이었다.

그러나 부푼 기대를 갖고 치과를 방문한 환자들은 형식적인 진료에 실망하게 됐다. 또 부작용을 겪게 되자 점점 치과를 불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투명교정 전(상) 후(상) ⓒ투데이신문
투명교정 전(상) 후(하) ⓒ투데이신문

투명치과, 이벤트 보고 방문한 소비자에 선납 요구
환자에 잘못된 발치 등 의료과실 뒤 ‘나몰라라’ ?

#1. “SNS에서 40% 할인 이벤트가 진행 중이라고 해서 미용교정을 위해 방문했어요. 치과에서는 2년 정도 투명교정을 하면 된다고 했어요. 그런데 점점 치아 상태가 안 좋아졌어요. 치과는 다른 교정을 진행해야 되니 진료비를 다시 내야한다고 말을 바꿨어요. 치과 측에 항의하니 무료로 진료를 해준다고 했어요. 하지만 이미 치과에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진료를 이어갈 수는 없었어요. 지금은 윗니와 아랫니가 맞지 않아 면을 끊지 못하고 있어요.” -투명교정 2년차 P씨 (360만원 지출)

#2. “중고나라 이벤트에 검사비가 무료라고 돼 있어서 방문했어요. 초기에는 1시간 정도 기다리면 진료를 볼 수 있었는데 가장 최근 병원을 갔을 때는 4시간 이상을 기다렸어요.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진료시간은 5분도 채 안 됐어요. 대기시간이 길어진 이유를 치과에 물어봤는데 요일별로 많아야 2명의 의사가 진료를 본다고 했어요.”-클리피씨 교정 환자 보호자 J씨 (600만원 지출)

#3. “SNS에 무료로 3D 정밀검사 후 교정견적을 내준다는 이벤트를 보고 방문하게 됐어요. 대기시간에 비해 진료시간이 너무 짧았고 갈 때마다 담당의사가 마음대로 바뀌어있었어요. 다른 병원에 가서 교정상담을 받았는데 애초에 투명장치로는 교정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죠.”-투명교정 4년차 S씨 (500만원 지출)

#4 “가입한 카페에서 1등은 전액무료, 2등은 50% 할인해준다는 이메일이랑 쪽지가 왔어요. 그 쪽지를 보고 방문하게 됐죠. 발치를 해야 한다고 해서 어릴 때 안 빠진 유치를 포함해서 하루에 치아 4개를 발치했어요. 집에 가서 보니까 유치 옆에 이를 뺐더라고요. 병원에 항의하니 잘못은 인정하지만 어떻게 해준다는 대안은 말해주지는 않았어요. 현재 발치한 잇몸이 주저앉아 발음이 새고 있는 상황이에요. 다른 병원에 가니 30대인데도 60대보다 잇몸이 안 좋고 뿌리가 약해 재교정을 하려고 해도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했어요.” -투명교정 4년차 K씨 (450만원 지출)

SNS 광고와 치과 마케팅 등으로 투명치과 내 치아 교정환자는 크게 늘어 진료차트에 등록된 환자만 6만명에 달했다. 치과에 환자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예약을 했음에도 최소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진료를 볼 수 있었다.

투명교정장치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치과를 방문한 소비자들은 분납이 아닌 선납을 요구받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일도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교정상담실장은 “지금이 아니면 저렴한 가격으로 치아 교정을 할 수 없다”며 진료비를 선납하거나 계약금을 걸어야 한다고 강요했다고 한다. 사실상 진료비 선납을 요구한 것이다.

투명교정장치로 교정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3개월에 1번씩 치과를 방문해 치아를 본뜨면, 등록한 주소로 새로운 투명교정장치가 배송되는데 ‘교정기가 밀렸다’, ‘기공소 기계가 고장 났다’, ‘기계 업그레이드 중이다’는 이유로 투명교정장치의 배송이 지연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방문할 때마다 환자를 담당한 의사가 사전 고지도 없이 변경됐다. 심지어 환자들에게 휴진 공지 문자를 보내지 않고 치과 정문에 휴진 사실을 공지해 환자들 사이에는 치과가 돌연 폐업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렇게 진료비를 선납하고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포털사이트의 카페에 가입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투명치과 관련 채팅방은 14일 오후 3시 35분을 기준으로 60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하고 있는 채팅방에는 무려 694명이 모여있다.

투명치과에서 투명교정장치로 교정을 진행한 환자들 가운데 부작용을 겪은 이들은 개인 SNS나 블로그에 진료후기를 작성했다. 그리고 자신이 겪고 있는 부작용 사례와 진료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담긴 글을 게재해 다른 환자들과 공유하며 이른바 ‘투명치과 사태’가 하루빨리 해결되길 기원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사태 예상 가능했지만 상식 맞지 않은 진료 강행”지적
집단분쟁조정 3794명 참가…투명치과는 진료비 환불 거부

지난달 헤럴드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투명치과는 허가받지 않은 재료로 투명교정장치를 만들어 환자들에게 사용하게 했다. 또 진료비를 선납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진료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았다. 그 결과 많은 환자들이 부작용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 환자들은 점차 투명치과에 불신을 갖게 돼 진료비를 환불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투명치과 K원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7월 30일 투명치과에 진료비를 선납했으나 정상적인 진료를 받지 못한 소비자들이 환급을 요구한 사건에 대해 집단분쟁조정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소비자원은 지난 8월 1~14일에 거쳐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의 참가신청을 받았다. 집단분쟁에 참가한 소비자 3794명은 124억에 달하는 진료비 환불을 요구하는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이에 8월 27일 소비자원은 투명치과의 채무불이행 책임을 인정해 선납 진료비 전액을 환급하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치과가 분쟁조정을 거절해 불성립으로 종결됐다.

집단분쟁조정은 법 조치 전 합의과정으로 강제력을 갖지 않는다. 합의를 수락하면 성립으로 종결되고, 거절하면 불성립으로 마무리된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병원비를 납입한 피해자들이 납부한 진료비를 돌려받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민사소송을 해야 한다”며 “교정은 담당의사가 바뀌지 않는 게 중요하고 바뀔 경우 초기 계획을 변경하는 상담을 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분납 결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용카드로 결제해 할부가 남은 환자들은 카드사에 지급 거절 의사를 통지한 이후 납부한 할부금에 한해 환불을 받게 됐으나 이미 납부한 진료비는 돌려받기 어렵게 됐다. 이는 현금으로 진료비를 납부한 환자들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환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투명치과에서 진료를 이어가거나 소송을 통해 진료비를 환불받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피해 환자들은 진료비 전액 환불을 목적으로 투명치과를 대상으로 각각 민사‧형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오킴스법률사무소 이채승 변호사는 “현재 진료비 환불을 원하는 피해자 100명 정도가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소송에서 승소한다면 집행 권한으로 진료비를 환불받을 수 있지만 개인사업자인 K원장이 돈이 없다고 주장한다면 보상 가능성이 적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진료 중단 전 이러한 사태를 미리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벤트로 환자를 무리하게 모집하고 상식에 맞지 않는 진료를 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해주 측 변호사는 “20명의 피해자들이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치료비 전액환불과 부작용에 따른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투명치과가 진료를 중지하기도 했고, 소비자원에서 집단분쟁조정 절차가 개시되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남은 할부대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등 많은 얘기가 나왔으니 진료비 환불 부분에 대해서는 승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부작용을 겪은 이들의 손해배상을 위해 법원이 지정한 병원에 신체검사를 신청한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정 치료는 복구가 어려워 잘못된 진료를 하면 안 된다. 교정 전 진단이 미흡했고 진료 방식도 적합하지 않았다”며 “책임감 없이 많은 환자들을 유치해 적합하지 않은 ‘공장식’으로 환자들을 진료했다”고 꼬집었다.

물 흐르듯 치료가 진행되고 반듯한 치아를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환자들은 그렇지 못해 답답한 상황이다. 부작용을 겪은 환자들 가운데 재교정을 원하는 이들은 다른 치과를 방문해 진료비를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환자들은 치과 측에 수차례 진료비 환불을 요구했지만 치과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진료비 환불을 위해서는 시간과 돈을 들여 환불 소송을 준비하는 방법뿐이다. 재판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은 이렇다 할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답답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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