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측근 김인회 비서실장, 경영기획본부장 승진…2인자 등극
노조선거개입 의혹 받은 신현옥 전무도 인사노무 책임자리에

ⓒ뉴시스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KT가 최근 진행한 정기인사를 두고 황창규 회장이 사실상 친위체제를 구축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9일 KT는 ‘2019년 정기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KT는 에너지, 빅데이터, 보안 등 미래사업 조직을 부문급으로 격상시켰고 기존 미래융합사업추진실과 플랫폼사업기획실을 통합해 미래플랫폼사업부문을 신설했다. 임원 인사는 사장 1명, 부사장 3명, 전무 9명, 상무 28명 등 총 41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KT가 밝힌 이번 대규모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 목적은 ▲5G 서비스 본격화 ▲미래사업 및 글로벌 성과 창출 등이다.

하지만 이번 인사 면면을 두고 일각에서는 황 회장의 대외 방패막이 구성에 그쳤다며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황 회장 최측근의 2인자가 부상하고 노조선거개입 의혹을 받는 인물이 인사노무분야 핵심 책임자로 배치되는 등 정기인사의 본래 의도가 빛바랬다 지적이다.

이중 특히 주목받는 건 사장급 인사이동인 김인회 비서실장의 경영기획본부장 승진이다. 김 본부장은 황 회장과 함께 삼성에서 근무했던 최측근으로 지난 2014년 KT의 재무실장에 영입됐다. 김 본부장은 이후 비서실 2담당을 거쳐 2016년부터 비서실장 자리를 지켜왔다. 

김 본부장의 영입이후 KT의 비서실은 성격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전언이다. 삼성처럼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부서로 탈바꿈했다는 것이다. 이번 경영기획본부장 인사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KT내부 관계자는 김 본부장의 승진과 함께 그룹 관리업무 등 비서실의 핵심 업무가 경영기획본부로 이전 됐다고 전했다. 

동시에 그동안 KT의 2인자로 불리던 구현모 사장은 경영기획본부장에서 커스터머&미디어사업 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구 사장은 황 회장이 KT에 부임하던 2014년부터 비서실장과 경영지원총괄부문을 맡아오며 곁을 지켰던 인물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김 본부장이 이번 승진을 통해 2인자 자리를 확고히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현옥 전무의 인사이동도 문제로 지목됐다. 노조 선거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 부산본부장에서 인사노무관련 책임자리인 경영관리부문장로 배정된 탓이다. 신 전무는 지난해 노조 위원장 선거 과정에서 특정 후보를 미리 낙점, 황 회장의 재가를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고용노동부에 고발된 바 있다. 

다만 검찰은 지난 달 30일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해당 사안을 불기소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신 전무가 인사노무 중책 자리에 오르자 직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KT 전국민주동지회 박철우 의장은 이 같은 문제를 수면위로 끌어올려 황 회장 측으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았다. 

KT전국민주동지회는 지난 4일 이와 관련 성명서를 내고 “회사 측이 노조위원장 후보 선정과정에 개입한 사실을 노사관리팀 직원이 구체적으로 실토한 통화녹취가 있었음에도 또 다시 어처구니없는 결정이 내려진 것”이라며 “회사 측이 노조위원장 후보를 낙점하면서까지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이므로 이를 신속히 폭로하고 검찰에 고발했지만 검찰은 시간만 끌며 형식적 조사로만 일관하더니 결국 불기소처분을 내린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밖에 경영기획부문 산하에 있던 법무실을 회장 직속으로 편제한 것에도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린다. 황 회장과 KT가 대내외 법적 분쟁의 한가운데 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를 직접 관리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는 것이다. 

실제 이달 초 KT의 계열사 KTcs의 남규택 대표는 노조활동 방해 등의 부당노동행위로 검찰에 송치됐다. 또 금융소비자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K뱅크의 불법적 인가 의혹과 관련해 황 회장 등을 고발할 방침이라며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KT 황창규 회장의 적폐행위나 K뱅크 권력유착에 의한 불법적 인가는 금융이 아직도 비리로 이루어지고 있는 산업임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특단의 처벌과 제재가 필요하다”고 힐난한 바 있다.

KT새노조 관계자는 “이번 인사를 보면 방패막이 할 사람들을 전면으로 내세웠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며 “특히 신현옥 부산본부장은 KT노조 선거 때 개입 의혹이 있던 사람인데 다 무시하고 인사노무를 담당하는 경영관리부문장을 맡긴 것에 대해 말이 많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경영기획부문 밑에 있던 법무실을 회장 직속으로 변경한 것도 예사로 보이진 않는다”라며 “(법적 분쟁으로부터 회장을 보좌하겠다)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법무실을 굳이 회장 직속으로 할리는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KT 관계자는 그러나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5G를 앞두고 미래사업과 글로벌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조직 개편한 것이다. 그 외에 더 이상 할 말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영관리부문이라는 건 회사의 전반적인 경영지원을 하는 부서인데 너무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신 전무의)역할 중 노사 관련 부분은 아주 일부에 불과하다”라며 “(법무실 개편도)컴플라이언스(compliance)위원회를 신설을 하고 정도경영을 강화하기로 했던 취지로 봐주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