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반올림 중재 판정 이행 협의 협약식 ⓒ뉴시스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반올림 중재 판정 이행 협의 협약식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삼성전자 기흥공장 노동자 고(故) 황유미씨가 지난 2007년 3월 급성 백혈병으로 숨지면서 시작된 ‘삼성반도체 백혈병’ 분쟁이 삼성전자의 공식 사과로 마무리된다.

삼성전자는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삼성-반올림 중재판정이행합의 협약식’에서 공식 사과하고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 발생한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의 중재안을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단체 ‘반올림’ 황상기 대표와 삼성전자 김기남 대표이사는 이날 조정위의 중재안을 그대로 이행한다는 내용의 협약서에 서명했다.

협약에 따른 지원보상 업무는 법무법인 ‘지평’이, 지원보상위원회 위원장은 김지형 지평 대표가 맡게 된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을 반도체 직업병 재발방지를 위한 연구 및 업무 수행기관으로 지정하고 발전기금 500억원을 기탁했다.

김 대표이사는 사과문을 통해 “삼성전자가 과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건강 유해인자에 의한 위험을 충분하고 완벽하게 관리하지 못했다”며 책임을 인정했다.

이어 “병으로 고통 받은 근로자와 그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이를 계기로 더욱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에 대한 실제 보상은 늦어도 내년 1월 초 시작돼 2028년까지 구체적인 지원보상 절차가 이뤄진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분쟁은 2007년 3월 삼성전자 기흥공장 반도체 3라인에서 근무하던 황유미씨가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이듬해 3월 황씨와 같은 피해자들을 대변하기 위한 시민단체 ‘반올림’이 출범하면서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문제가 사회 의제로 부각됐다.

삼성전자는 2012년 11월 반올림에 공식 대화를 요청했으나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이후 2014년 12월 조정위가 공식 출범하면서 2015년 7월 조정안이 마련됐다.

삼성전자는 당시 160명의 백혈병 피해자 중 40명을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보상 대상에서 제외했다. 반올림은 이에 반발해 2015년 10월 7일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양측은 올해 초부터 적극적인 협상에 나서 지난 7월 조정위에 중재안을 전면 위임하기로 했다. 결국 이날 중재판정이행합의 협약식으로 삼성반도체 백혈병 분쟁은 11년 만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