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람코자산신탁 인수, 부동산금융시장 진출
구본걸, 패션외 사업다각화 위한 M&A 속도
증권가, 실적엔 긍정 기업가치 상승은 부정적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최근 패션그룹 LF가 코람코자산신탁 인수로 부동산금융시장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가 LF의 실적 개선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인 성장동력으로서 제역할을 할 지에는 물음표를 던졌다.
LF는 지난 22일 코람코자산신탁의 주식 111만8618주를 약 1898억4300만원에 사들이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취득 후 LF의 코람코자산신탁 지분율은 50.7%(111만8618주)가 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LF는 올 8월 23일 코람코자산신탁을 인수하기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인수 절차를 밟아왔다. 인수 절차는 내년 3월쯤 최종 마무리될 전망이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2001년 금융회사와 소액주주들과 설립한 코크랩을 전신으로 하고 있는 국내 3위 규모의 부동산 신탁회사다. LF의 코람코자산식탁 주식매입 결정은 사실상 부동산금융시장의 출사표인 셈이다.
LF그룹은 고(故) 구인회 LG 창업주의 손자인 구본걸 LG회장이 2006년 LG상사 패션사업부(LG패션)를 LG그룹에서 떼어내 설립한 기업이다. 현재 닥스, 라푸마, 마에스트로, 헤지스 등 의류 브랜드를 보유한 국내 대표적인 패션 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이번 부동산금융산업 진출은 구 회장의 LF 비패션 사업다각화 의지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앞서 구 회장은 신년사와 주주총회 자리를 통해 식품, 주거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의식주 종합생활기업으로의 변화를 선언한 바 있다. 불황에 빠진 패션산업에 국한하지 않고 사업 다각화를 통해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이다.
LF는 주로 인수합병 방식으로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2007년에는 자회사 LF푸드를 설립해 외식업에 뛰어들었으며, 지난해는 ‘이지니 버터’ 수입·유통사 ‘구르메F&B코리아’를 인수해 식품사업도 시작했다. LF는 이 같은 확장 기조에 따라 지난 2007년 당시 1개였던 계열사도 현재 36개로 증가하며 몸집을 키웠다.
LF는 코람코자산신탁 인수하면서 부동산 금융업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면서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증권가에서는 당장의 실적 상승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근본적인 기업가치 상승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LF에 대해 코람코자산신탁 인수로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는 평가를 내렸다. 이번 코람코자산신탁 인수로 내년 LF의 영업이익은 38% 상향되고 지배주주순이익은 15% 상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 나은채 연구원은 “LF는 패션에서 온라인과 액세서리·잡화 부문 강화, 식자재 등 음식료 관련 사업으로 확장했으며 최근 부동산 금융까지 진출하는 등 사업다각화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면서 “배당확대 등 주주 정책에 변화가 없는 사업 확장으로 밸류에이션(평가가치) 상승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대신증권 또한 LF의 코람코자산신탁 인수가 손익에 부정적인 요인은 아니지만 본업과 무관한 M&A인 만큼 근본적인 기업가치 상승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신증권은 LF가 1898억원을 들여 양수함에 따라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 51%, 지배주주순이익은 25% 증가, 그리고 자기자본이익률(ROE) 상승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부동산자산신탁 인수가 LF의 근본적인 밸류에이션 확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이는 부동산자산신탁 업황 정점 논란과 본업의 성장 부진으로 향후 인수합병(M&A)을 계속 진행할 가능성이 커서 이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유 연구원 “신규 진출 사업이 성장성이 높은 분야가 아닌 만큼 보다 근본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