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제재에도 할 말 없는 분양대행업계
분양 시장 위축될까 개선안 마련 ‘안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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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홍세기 기자】 #1 최근 ‘로얄층’을 빼주겠다는 분양대행업체의 말만 믿고 수천만원의 계약금을 내고 이사를 했지만 시공사 측이 무단 침입했다며 짐을 모두 빼버려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나앉은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사건은 이 아파트 상가 분양대행업체 직원이 피해자들에게 시공사가 풀지 않은 로얄층 물량을 시공사 측과 협의해 빼주겠다고 하면서 시작됐다. 

분양대행업체 직원은 피해자에게 계약서를 쓸 테니 시공사 통장으로 입주하기로 한 동과 호수를 적어 2000만원을 입금하라고 알리고 아파트 출입문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이를 믿고 피해자는 청소와 커튼 등을 맞추는 등 입주 준비를 했으며 다음 날 이사까지 마쳤다. 

하지만 계약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분양대행업체 직원과 피해자는 동과 호수를 지정하지 않은 ‘공계약서’에 이름만 적고 인감증명서와 주민등록등본을 첨부했을 뿐 제대로 된 계약서를 쓴 것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2 지난 2003년에는 건설업체와 부동산업자 등과 짠 분양대행업체가 아파트 당첨자 추첨을 조작해 88가구를 빼돌려 10억원이 넘는 전매차익을 남겼다가 적발됐다.

이들은 조합원 지분 55가구를 뺀 493가구를 일반 분양하면서 모델하우스에서 실시한 당첨자 추첨 과정에 개입해 자신들이 만든 분양신청 가접수증을 추첨함 바닥에 미리 넣어 구석진  곳에 모아둔 뒤 서로 짠 사회자의 지명을 받은 추첨자들이 이곳에서 집중적으로 당첨자를 뽑게 하는 수법으로 조작했다.

#3 가깝게는 부산 해운대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인 엘씨티 분양과정에서도 시행사 대표인 이영복 회장과 짜고 아파트 웃돈(프리미엄)을 조작하는 과정에서 60억원 가량을 가로챈 혐의로 분양대행업자가 실형을 받기도 했다. 

이영복 회장과 짠 분양대행업자는 지인들을 동원해 50억원을 들여 아파트 분양계약금을 웃돈 1000만원~2000만원을 붙여 127가구의 분양권을 사 들였다. 하지만 분양권 거래가 침체에 빠지고 웃돈이 빠지면서 분양권 대량 매수에 쓴 50억원을 날릴 위기에 처하자 신탁회사를 속여 53억5000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또 아파트 분양권을 사 모아 웃돈이 붙으면 수익금을 주겠다고 속여 10가구의 1차 계약금과 웃돈 명목으로 6억1000만원을 받아 가로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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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 마케팅 회사들의 뼈아픈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한국부동산마케팅협회가 지난 10월 16일 발기인 총회을 열어 이윤상 우성 대표이사를 초대 회장으로 추대하고 공식 발족하면서 밝힌 취임 일성이 ‘자기반성’이다.

일상적으로 아파트 분양 당시의 허위·과장·사기 광고로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을 많이 접한다. 

대부분의 분양광고에는 전철역과의 거리가 상당한데도 역세권이라 광고한다. 또 도로 확장, 국립대 이전, 전철 신설, 대형마트 입점 등 집값에 영향을 줄만한 내용 등이 광고 문구로 올라오는 사례를 접하기 쉽다. 

이로 인해 불만을 가진 입주민이 건설사와 분양대행사를 상대로 소송을 거는 일은 낯선 일이 아니다. 사례로 든 일들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건들이다. 

최근에도 분양대행사가 임의로 당첨자를 변경하거나 관련 서류 미보관, 서류 임의폐기 등 문제가 잇따라 국토교통부가 지난 5월 무등록 분양대행업체의 분양대행 업무 금지’ 공문을 서울시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한국주택협회 등에 보내기도 했다. 

이에 분양대행업체들은 반발을 하면서도 그동안 불투명한 아파트 분양이나 불완전한 상담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에 대해 일정부분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또 실제로 건설업으로 등록한 건설업자가 분양대행을 해야한다는 규정은 2007년 만들어졌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었던 것 일뿐 정부의 제재가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점도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뭉치게 된 계기다.

다행히 한해 수십만 가구를 분양하는 시장에 대한 우려와 분양대행업계의 입장을 정부와 정치권이 공감하면서 건설업 면허 소유자만 분양대행 업무를 할 수 있다는 정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혼란을 겪었던 분양대행시장이 주택법 개정으로 안정을 되찾을 전망이다.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4일 대표 발의한 주택법 일부 개정안은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거쳤기 때문에 올해 말 국회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로 개정되면 분양업무 대행사의 자격기준은 현행 건설업자 외에 주택건설 등록사업자,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부동산 디벨로퍼협회에 등록한 개발회사 등으로 확대된다.

하지만 제도적 변화에 앞서 분양대행업계의 자기반성, 업무의 전문성 강화와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매년 아파트 분양과정에서 과장·허위 광고로 소송이 이어지고 소비자들의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업계 스스로 자기반성을 통해 개선해 나가지 않으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청약 제도가 매년 바뀔 만큼 복잡해지고 있어 분양 대행 종사자들의 전문성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 분양대행사의 말만 믿고 계약한 고객들을 팔았으면 끝났다고 외면하는 모습을 비쳐서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윤상 부동산마케팅협회 회장도 “최근 일부 분양대행사의 부적절한 업무 수행으로 부정적 인식을 받게 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며, 뼈아픈 자기반성이 필요하다”면서 “앞으로 부동산 마케팅업의 이미지 개선과 회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협회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회장은 “지난 20년간 분양대행사는 무주택 서민의 내집마련 실현이라는 주택공급정책 수행에 일익을 담당해왔고, 연간 최소 3만여명의 종사원을 고용하고 있지만 정식 업종으로 분류조차 돼 있지 않다”며 자리매김하지 못한 업계의 현실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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