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마지막 집창촌 ‘옐로하우스’ 성매매 여성 지원 둘러싼 끊이지 않는 논란
인천 마지막 집창촌 ‘옐로하우스’ 성매매 여성 지원 둘러싼 끊이지 않는 논란
  • 김태규 기자
  • 승인 2018.12.05 12: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매매 피해자 자활지원 조례에 당사자·누리꾼 모두 반발
성매매 여성들 “요구하지도 않은 자활지원으로 욕먹어”
숭의1구역 1단지 재개발에 주거대책 없이 쫓겨날 위기
이주대책위 “이주대책 없이는 자활지원 1명도 없을 것”
ⓒ뉴시스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지난 7월 1일 인천광역시 미추홀구에서 인천 마지막 성매매집결지, 일명 ‘옐로하우스’ 성매매 여성들에게 탈성매매 및 자활을 지원하는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성매매피해자 등의 자활지원 조례’가 제정됐다.

현재 입법예고 된 해당 조례에 따르면 미추홀구는 재개발이 예정된 옐로하우스의 성매매피해자 및 성매매 여성의 탈 성매매 지원을 위해 상담을 진행하고 생계비·직업훈련비 등 2260만원과 법률·의료·주거 등을 지원한다.

이 같은 내용의 조례가 시행되자 온라인에서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 수 있음에도 남들보다 더 편하게 큰돈을 벌어 사치를 부리는 성매매 여성들을 왜 세금으로 지원하느냐’는 등의 비난이 이어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에도 ‘세금도 내지 않는 성매매 여성들에게 이렇게나 많은 지원금을 준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해당 조례를 폐지해달라는 청원이 줄을 이었다. 관련 청원은 200건이 넘게 올라왔으며 지난 8월 14일 게시된 ‘성매매 업소 여성들 지원금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는 1만5191명이 참여해 가장 높은 참여도를 나타냈다.

그러나 성매매 여성들은 “우리는 어떤 지원 요구도 한 적이 없다. 주위로부터 우리 여성들은 있지도 않은 일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며 “오히려 실효성 없는 지원 조례로 성매매 여성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재개발로 인해 갈 곳 없이 내몰리게 된 상황에서 주거 공간 확보와 생계유지가 시급하지만 조례로는 이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진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 캡처
<사진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 캡처>

재개발 추진에 대안 없이 내몰려

옐로하우스는 1900년대 초 인천항 주변에서 일본인을 상대로 영업하던 홍등가 ‘부도 유곽’이 1962년 숭의동으로 이전하면서 형성됐다. 옐로하우스라는 이름은 1970년대 미군 부대에서 노란색 페인트를 얻어 외벽을 칠한 데서 붙은 이름이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이곳에는 90여 곳에 달하는 성매매업소가 있었으나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지속적으로 쇠퇴해 현재는 15곳가량만 남아있으며 70여명의 성매매 여성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일대는 어린이·청소년 보호를 목적으로 2006년부터 정비사업이 추진됐지만 부동산 경기침체로 장기간 지연됐다. 그러나 지역주택조합이 아파트 건설을 꾸준히 밀어붙이면서 옐로하우스 성매매 여성들의 자활·주거 문제가 불거졌다.

옐로하우스가 위치한 숭의1구역 1단지에는 아파트가 들어설 계획이다. 지난 6월 조합 설립이 승인된 숭의1구역 지역주택조합은 이 자리에 708가구 규모의 공동주택·오피스텔 신축을 추진 중이다.

조합 측과 토지주들은 옐로하우스 업주들에게 올 연말까지 업소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성매매 여성들은 자신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하루아침에 쫓겨나게 됐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옐로하우스 성노동자 이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지난달 29일 미추홀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택 정비 사업을 주관하는 조합 측이 개발 이익을 노리고 성매매 여성들을 강압적으로 내쫓고 있다”며 이주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성매매 업소 내부 사진(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뉴시스
성매매 업소 내부 사진(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뉴시스

“자활지원 조례, 실효성 없어”

미추홀구는 성매매 여성들의 탈성매매와 자활을 지원하기 위한 조례를 제정했다. 재개발로 살 곳을 잃은 이들이 다시 성매매를 하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미추홀구의회에 조례제정을 요청한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정미례 공동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옐로하우스가 오랫동안 유지돼 왔는데, 성매매 여성들은 재개발 과정에서 내몰리게 됐다”며 “이분들이 앞으로 살아갈 수 있는 대안을 만들 수 있도록 여성단체들이 조례 제정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자활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되면 이들은 2019년부터 1년간 최대 월 100만원 이내의 생계비와 월 30만원 이내의 직업 훈련비를 지원받게 된다. 또 700만원 내외의 주거 지원비를 포함하면 최대 2260만원 가량의 지원금을 받는다. 지원 대상자는 매년 10명씩 4년간 총 40명이다.

자활지원 여부는 ‘지원대상 선정위원회(이하 위원회)’가 결정하며 위원회에는 성매매피해자 상담소 소장과 전담 상담원, 구의회에서 추천하는 구의원, 여성아동복지과 과장이 참여한다. 위원장은 사회경제복지국 국장이 맡는다.

조례 시행규칙에 따르면 탈성매매 지원 희망자는 자활지원 신청서, 탈성매매 확약서, 탈성매매 자활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정 공동대표는 자활지원 인원이 제한된 사항에 대해 “여성단체에서 아웃리치 등을 통해 확인한 성매매 여성의 수는 더 많았기 때문에 더 많은 인원에 대한 지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행정상 최대 인원에 맞춰 예산을 편성하기는 어렵기에 최소한의 인원을 기준으로 만들었다”며 “이후 신청인이 늘어나면 논의를 통해 추경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탈성매매·자활의지 제고 효과 없을 것”

조례가 제정되고 입법예고에 들어가자 자활지원 신청서, 확약서 등에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만큼 실제 지원자가 적을 것이라며 실효성 없는 방안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책위는 “성매매 여성들의 환경을 고려할 때 불가능한 지원 조례”라며 “타 지역 거주 여성이 인천까지 서류제출과 상담을 위해 미추홀구를 찾아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성매매 여성들의 탈성매매·자활의지 제고에 전혀 효과적이지 않고, 신변노출과 장거리 이동으로 자활에 지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어 “국가에 성매매 종사기록이 영구히 남을 수 있고, 매월 생활환경을 미추홀구에 보고하고 온갖 수모적인 상담을 받아 심의를 거쳐 지원이 가능한 시스템”이라며 “많은 성매매 여성들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임을 고려하면 경제적 지원은 너무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족할만한 이주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단 1명도 자활계획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우리에게 옐로하우스는 삶의 터전이고 생존의 일터”라면서 “조합 측이 최소한 월세 보증금이라도 보상해주지 않으면 이주는 불가하다. 주거 미확보로 인해 다시 집창촌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조합 측이 통보한 퇴거 기한인 이달 말까지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지주와 업주들을 상대로 부당이익금 반환청구, 성매매특별법 위반 형사고발 등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