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기강 해이로 타격 입은 민정수석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제기되는 조국 경질론
사법개혁 마무리 위해서 조국 수석 필요
결국 정면돌파·대국민사과 등이 이어지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뉴시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 곧 집권 3년차로 접어든다. 하지만 최근 레임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청와대의 공직기강이 흐트러졌다. 이로 인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경질 요구가 넘쳐나고 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도 조만간 결단을 내리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문제는 문 대통령이 조 수석을 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 개혁의 상징 중 한 명이 바로 조 수석이기 때문이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문재인 대통령의 개혁을 상징하는 인물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등 크게 세 명이다. 장 전 실장은 소득주도성장의 상징이었고, 경제정책을 입안한 인물이다. 김 위원장은 경제민주화의 상징적인 인물로서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에 대한 개혁의 칼날을 빼어든 인물이다. 그리고 조 수석은 사법 개혁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는 사람이다. 문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조국 수석의 임명을 발표할 때 기자들은 탄성을 자아냈다. 그만큼 이외의 인물이라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민정수석은 그 역할 때문에 검찰 출신을 임명해왔다.

여론의 악화

민정수석은 국민의 여론과 민심의 동향을 파악하고, 공직의 기강을 바로잡으며, 법무와 민원을 담당한다. 이런 이유로 그간 민정수석에는 검찰 출신을 임명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그런 관례를 깨고, 비검찰 출신, 특히 학자 출신인 조 수석을 임명했다. 이는 ‘사법 개혁’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조 수석이 검찰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공직 기강을 바로잡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 1~2년차를 지나오면서 인사청문회 파동이 계속 불거졌고, 이로 인해 인사시스템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야당은 지속적으로 조 수석의 경질을 문 대통령에게 요구해왔다. 그때마다 문 대통령은 조 수석을 끌어안았다. 그만큼 사법개혁에 대한 열망이 깊었기 때문이다. 사실 문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이유 중 하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빚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는 검찰이 정치적 논리에 휘두르게 하지 않겠다는 열망을 갖고 있었다. 더욱이 촛불혁명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정치적 논리로 무장하며 정국을 휘두른 민낯이 드러났고, 이로 인해 사법 개혁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경험을 한 문 대통령이다. 따라서 조 수석에 대한 기대가 크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6월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합의문 서명식에 앞서 진행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6월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합의문 서명식에 앞서 진행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문 대통령의 결심

그런데 최근 청와대 공직기강이 해이해졌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조 수석의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들려오기 시작했다.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이 적발됐고,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의 비위 행위가 적발되면서 조 수석의 책임론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에 큰 타격을 주는 소식이다. 앞서 박근혜 정부가 공직기강이 무너지면서 함께 무너진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에게 공직기강이 해이해졌다는 것은 상당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미 언론에서 관련 보도들이 쏟아지면서 조 수석의 경질 여론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는 앞으로 지지율 여론조사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대와 그 밑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청와대 공직기강 해이 소식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더욱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이유로 여당 내부에서도 조 수석의 경질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그만큼 이번 사안은 중대한 사안이면서 문재인 정부에게는 최대 위기 중 하나인 셈이다.

조국의 선택

문제는 문 대통령이 과연 조 수석을 경질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내에서 많은 일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믿어주길 바란다. 정의로운 나라, 국민들의 염원을 꼭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조 수석의 경질을 예고하는 내용이라고 해석을 내놓았다. 야당들 역시 이 내용을 언급하며 조 수석을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더욱 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조 수석을 경질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여론도 있다. 조 수석이 갖고 있는 상징성 때문이다. 조 수석이 임명된 이유는 공직기강을 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법 개혁의 완성을 위한 것이다. 현재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 중에 있다. 이를 완성시켜야 하는 것이 조 수석의 역할 중 하나다. 그런데 만약 공직기강 해이를 문제 삼아 조 수석을 경질하게 된다면 사법 개혁이 좌초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문 대통령이 “믿어주기 바란다”고 했지만, 조 수석을 질책하는 수준에서 끝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조 수석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민정수석실과 관련된 내용은 김의겸 대변인을 통해 기자들에게 메시지가 전달됐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공직기강에 대한 조 수석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이 있을 가능성과 함께, 더욱이 여론의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대국민사과와 함께 공직기강 의지를 천명하는 수준의 기자회견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결국 정면돌파를 의미한다. 문 대통령이나 조 수석 모두 퇴로가 없다. 사법개혁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정면돌파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이는 집권여당의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이해찬 대표는 3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조 수석 경질과 관련해 일축했다. 당 내부에서도 조 수석을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잠재우기로 한 것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