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쟁 심화·H&B숍 편집숍 성장 악재
온라인몰 성장도 브랜드숍 위기에 한몫

【투데이신문 홍세기 기자】 화장품 브랜드숍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네이쳐리퍼블릭, 더페이스샵, 미샤, 스킨푸드, 에뛰드하우스, 이니스프리, 잇츠스킨, 토니모리 등 국내 대표적인 브랜드숍 매출이 지속적인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할 뿐 아니라 일부 업체는 적자에 허덕이며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화장품업계는 최근 몇 년간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으로 인해 성장세가 확 꺾였다. 특히, 브랜드숍은 국내 경쟁 심화와 드럭스토어(H&B) 등 편집숍 성장으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에 브랜드숍들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회사내 조직 개편과 해외시장 공략을 시작으로 직영 몰을 강화하거나 자사 편집숍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또 일부 브랜드숍들은 H&B에 입점하거나 대대적인 브랜드 리뉴얼 등을 펼치고 있다. 

추락하는 매출·영업이익…적자만 안봐도 양호

지난해 주요 브랜드숍 업체들은 매출이 일제히 하락했다. 업계 1위 이니스프리의 매출이 6420억원으로 주저앉았다. 

뒤를 이은 네이처리퍼블릭, 더페이스샵, 에이블씨엔씨(미샤·어퓨), 에뛰드하우스, 에프앤코(바닐라코), 잇츠한불(잇츠스킨), 토니모리 등 모두 10~20%대의 매출이 감소했다. 또 지속적으로 성장을 이어갔던 더샘도 매출이 5.7% 하락했다. 

특히, 영업이익 감소는 더 큰 문제다. 이니스프리는 2016년 1964억원에서 2017년 1078억원으로 45.1% 떨어져 거의 반토막이 났다. 

더페이스샵은 반토막도 못지켰다. 581억원에서 241억원으로 64.8%가 하락했다. 

에이블씨엔씨는 243억원에서 112억원으로 53.8%, 에뛰드하우스는 294억원에서 41억원으로 85.8%, 잇츠한불은 908억원에서 453억원으로 50.1%, 토니모리는 176억원의 흑자에서 19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에프앤코는 387억원에서 177억원으로 64.7%, 더샘은 204억원에서 144억원으로 29.4%의 영업이익 하락했다. 

스킨푸드의 경우 52억원 흑자에서 영업손실 98억원으로 떨어지며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올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이니스프리의 3분기 매출은 1453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 상승했으나, 영업이익이 146억원으로 29% 감소했다. 에뛰드도 매출 475억원으로 23% 감소했으며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상장사인 에이블씨엔씨는 3분기 매출 73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2%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131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위기설이 나돌았던 토니모리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토니모리는 3분기 매출 18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8.1% 감소하고 적자도 지속됐단. 단 적자폭은 27억원에서 8억원으로 감소됐다. 

이러한 흐름은 중국발 사드 리스크와 내수 시장 경쟁력 약화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가맹사업본부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점포도 하락 일색…신규출점보다 폐점이 많아

지난해 새로 문을 연 신규 출점보다 폐점하는 브랜드숍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한 해 동안 폐점한 화장품 로드숍은 상위 10개사 기준 356개에 달했지만 같은 기간 신규 출점은 266개에 불과했다. 

상위 10개 로드숍 중 신규 출점이 폐점보다 많은 브랜드숍은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스킨푸드, 더샘 등 4개에 불과했다.나머지 6개 로드숍은 폐점이 더 많았다.

가장 폐점률이 가장 높은 브랜드숍은 잇츠스킨으로 조사됐다. 41개 점포가 문을 닫는 동안 11개의 점포가 신규 출점한 잇츠스킨의 총매장 수는 저년 114개에서 84개로 줄어들었다. 

더페이스샵은 브랜드숍 중 가장 많은 매장이 문을 닫았다. 모두 72개 매장이 폐점했다. 그 기간동안 더페이스샵은 4개의 신규출점만 있었다. 하지만 더페이스샵이 편집숍인 네이처컬렉션으로의 정책 전환에 따라 폐점수가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오너리스크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네이처리퍼블릭도 19개의 매장이 신규 출점하는 동안 69개의 매장이 폐점했다. 

하지만 문을 닫는 브랜드숍이 늘면서 브랜드숍 위기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미 화장품 유통의 패권이 편집숍과 드럭스토어(H&B)로 넘어갔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가장 많은 로드숍을 가지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의 경우 1248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으며 신규 출점과 폐점의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아리따움 역시 아모레퍼시픽의 다양한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는 편집숍에 가까운 형태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드럭스토어(H&B)·온라인몰 성장

지난 2010년 H&B 시장은 2000억 원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1조7000억 원으로 7년 새 8.5배 성장했다. 가장 많은 매장을 보유한 CJ올리브영은 약 1100여 개 매장을 보유하며 전체 H&B숍 시장의 약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후발사업자로 나선 롯데와 신세계도 각각 H&B숍 ‘롭스’와 뷰티 편집숍 ‘시코르’를 앞세워 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GS리테일은 AS왓슨지분을 전량 인수한 후 ‘왓슨스’를 ‘랄라블라’로 바꾸며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중국 관광객과 국내 소비자의 발걸음이 뜸해진 사이 브랜드숍은 위기로 H&B는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또 화장품 유통 구조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화되는 점도 브랜드숍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달간 온라인에서만 사상최초로 10조원의 거래가 이뤄졌다. 특히, 온라인몰에서의 화장품 구매 소비자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온라인 몰에서의 화장품 구매는 전년대비 20% 정도 늘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온라인몰에서의 구매가 늘어나고 있고, 오프라인이라 하더라도 단일 브랜드 제품만을 취급하는 로드숍 보다는 다양한 브랜드를 한번에 볼 수 있는 편집숍이나 드럭스토어에 몰리고 있다”고 소비자 취향 변화를 브랜드숍 위기의 배경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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