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상장유지 결정…11일부터 거래 재개
경실련 “경제권력 앞에 무릎 꿇은 재벌 봐주기”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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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의 주식거래가 11일부터 재개되면서 지나친 봐주기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투자자보호라는 명분 아래 4조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가 면죄부를 받았다는 지적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0일 기업심사위원회(이하 기심위)를 열고 삼성바이오의 상장 유지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의 주식거래는 지난달 14일 정지된 이후 27일 만에 재개됐다.

앞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삼성바이오에 대한 심의결과를 발표하며 고의적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판단 내린바 있다. 삼성바이오가 지난 2015년 종속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바꾸는 가운데 4조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기심위는 그러나 매출‧수익성 개선이 확인돼 기업의 계속성에 심각한 우려가 없고 상당기간 내에 채무불이행 등이 현실화될 우려도 크지 않다며 삼성바이오의 주식거래 재개를 결정했다.

경영 투명성과 관련해서는 증권선물위원회의 분식회계 결정 등 미흡한 점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삼성바이오가 감사기능 및 내부회계관리제도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개선계획을 제출함에 따라 이를 향후 3년간 점검하는 것으로 일단락 지었다.

하지만 이번 한국거래소의 결정을 두고 시민사회의 반응은 서늘하다. 특히 4조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질러도 주식 거래재개를 허용한다면 정부가 앞으로 어떤 법과 원칙을 갖고 기업을 처벌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경제정의실청시민연합은 보도자료를 내고 고의 분식회계라는 막중한 불법이 있음에도 삼성에게 면죄부를 준 전형적인 ‘삼성 봐주기’라고 비판하는 한편 삼성바이오의 상장유지가 투자자보호나 시장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경실련은 “삼성바이오의 고의 분식회계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관련 의혹이 있음은 물론, 상장폐지의 사유에도 마땅히 해당하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무엇이 급한지 거래소는 조속한 결정을 내렸다”라며 “사건의 위법성과 중대성을 감안할 때 당연히 상장폐지가 됐어야 함에도 재무적인 지속성만 고려해 상장유지 결정을 내린 것은 순전히 삼성이라는 경제권력 앞에 무릎을 꿇은 재벌 봐주기 결정이다”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어 “삼성그룹의 모회사와 같은 삼성물산은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가 장악하고 있다. 거래소와 삼성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투자자 보호 측면이라는 사유는 순전히 핑계에 지나지 않고, 이재용 부회장과 그룹 핵심계열사의 가치와 지배력을 보장하는 조치임을 국민들은 알고 있다”라며 “결국 재벌 앞에서는 법과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한국 자본시장의 단면을 보여 줌으로써 주식시장을 포함한 자본시장의 전반적 신뢰저하를 불러오게 만들 것임이 자명하다”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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