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 “노골적으로 사립유치원 편든 자유한국당, 아이들 저버렸다”
장하나 “노골적으로 사립유치원 편든 자유한국당, 아이들 저버렸다”
  • 남정호 기자
  • 승인 2018.12.1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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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치하는 엄마들’ 장하나 공동대표
예산안 처리로 내팽개쳐진 유치원 3법
韓 미래세대 문제 대한 인식의 가늠좌
유치원 3법 핵심 쟁점, 회계이원화 아니라 처벌조항
학부모 감사권 확대? 국가 할일 왜 학부모에 미루나
보육과 여성노동문제, ‘정치하는 엄마들’의 두 축
여성 경력단절, 여성만의 문제 아닌 가정경제문제
‘정치하는 엄마들’ 장하나 공동대표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정치하는 엄마들’ 장하나 공동대표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올해 국정감사 이후, 사립유치원 비리문제는 우리 사회의 핵심 이슈로 급부상했다. 사립유치원 비리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데에는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의 역할이 있었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지난해부터 교육청 감사에 적발된 사립유치원들의 명단 공개를 촉구하며 사립유치원 비리문제의 시작을 이끌었다. 이후 국감을 지나며 사립유치원 비리문제는 주요 이슈로 자리 잡았다.

정치하는 엄마들 장하나 공동대표는 “유아교육 상황은 사립유치원의 비리 행태가 폭로되기 전의 과거로는 절대 회귀하지 못한다”며 소수의 평범한 엄마들이 힘을 모아 이런 변화를 이끌어냈다는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올 국감을 뜨겁게 달군 사립유치원 비리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치원 3법은 정기국회 내 처리가 무산된 상황. 유치원 3법 처리를 위한 12월 임시회 소집이 거론되고 있지만, 각각의 유치원 3법을 발의한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이견차는 여전한 상태다.

본지는 장 대표를 만나 이번 유치원 3법 처리 과정에 대한 평가와 핵심 쟁점, 앞으로 정치하는 엄마들의 활동 방향에 대해 들었다.

‘정치하는 엄마들’ 회원들이 지난 11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유피아 3법 정기국회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정치하는 엄마들’ 회원들이 지난 11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유피아 3법 정기국회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감사 걸려도 현행법상 범죄 아닌 점이 가장 큰 문제

Q. 유치원 3법 처리가 결국 무산됐다. 어떻게 평가하나.

가장 놀라웠던 건 자유한국당이 끝까지 노골적으로 사립유치원 설립자들의 편에 서서 아이들을 저버린 거다. 저들이 정치를 하는 게 과연 옳은가 싶을 정도로 많이 화가 났다. 그들이 신줏단지처럼 얘기한 설립자의 사유재산도 사립유치원 비리문제와 관련해 당연히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함께 고민해야 할 많은 가치들 중에 아이들의 교육권과 투입된 국가재정에 대한 관리·감독의 문제가 있다.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이라고 표현한 학부모 부담금도 아이들의 교육, 식사, 환경의 질에 대한 대가로 낸 거다. 그런데 일단 냈으니 다 유치원 주인 돈이라는 건 전혀 국민들의 공감대를 사기 힘든 주장이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과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내밀하고 공고한 관계를 보면서 대한민국 정치 자체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저들이 국민을 대변한다며 112석이나 갖고 정치하고 있다는 게 자괴감이 든다. 민주당의 경우도 내년도 예산을 처리해야 하는데 선거법 개정 때문에 야3당이 협조를 안 해주는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이 필요했던 거다. 결국 예산안 처리 때문에 아이들을 위한 법이 내팽개쳐지는 모습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나 미래세대의 문제가 그들에게 어느 정도 가치인지 엿볼 수 있었다.

Q. 유치원 3법 처리 과정에서 여야는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은 국가지원회계와 일반회계 이원화, 정부 지원금과 학부모 부담금에 대한 처벌규정 차등화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립유치원 비리가 만연했다는 게 알려진 뒤, 언론의 관심과 국민들의 분노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적어도 그런 여론을 반영하는 척이라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오히려 현재 사립유치원에 대한 관리·감독 수준을 더 완화하는 법안을 내놓을 줄 몰랐다. 지금 교육부가 사립유치원에 대해 관리·감독할 수 있었던 건 2012년부터 누리과정 지원금이 사립유치원에도 투입됐기 때문이다. 국가재정이 투입됐기 때문에 2013년부터 관할부처의 감독권이 발동된 거다. 자유한국당의 국가지원회계와 일반회계 분리의 의미는 누리과정 지원금과 학부모 부담금을 나눠 학부모 부담금에 대해 국가가 감사할 명분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저희는 자유한국당의 안을 ‘비리보장법’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법안제안 이유에는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표현을 써놨다. 또 학부모의 감사권을 더 확대한다는 것도 교육당국이 할 일을 왜 학부모에게 미루는지 의문이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는 학부모는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다. 유치원 회계에 대해 꼬치꼬치 지적하는 것이 혹시 내 아이가 유치원에서 밉보이는 게 아닐까 하는 입장이 부모들에게 있다. 그런 학부모의 감시권한을 확대해 학부모가 직접 보라는, 학부모 입장에서는 뭐라 할 말도 없는 법을 내놨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자유한국당의 안은 합의가 불가능한 안이다. 회계부분은 원래 쟁점도 아니었다. 이미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시행령을 개정해 신학기부터 에듀파인(국가회계시스템)을 전면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즉, 추가 입법 없이도 에듀파인 도입은 이미 기정사실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이 이렇게 시간 끌기한 것도 꼼수로 보인다.

Q. 그렇다면 유치원 3법에서 핵심 쟁점 사항은 무엇인가.

유치원 3법에서 진짜 쟁점은 처벌조항부분이라고 본다. 감사에 걸리고 돈을 환수 당했으면 범죄행위가 아니냐고 할 수 있는데, 현행법상 이게 불법사항이 아니라는 게 제일 문제다. 그래서 한유총은 ‘재판하면 무죄’라고 계속 얘기하는 거다. 비리는 비리인데 죄가 아니라는 점이 제일 큰 문제다. 법에 허점이 있고 문제가 있는 거다. 형량과 관련해 민주당의 유치원 3법 중 유아교육법 개정안에 담긴 현재 누리과정지원금을 보조금으로 지급방식을 변경하는 게 중요하다. 누리과정지원금은 국가재정이고 부모를 거쳐 설립자에게 갔지만, 최종적으로 돈의 소유권이 설립자에게 있다. 그러다 보니까 내 돈 내 마음대로 썼다는 거다. 이들이 감사에는 걸렸지만, 재판에서 무죄가 된 이유가 바로 이 지원금의 법적 성격 때문이다.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타인의 돈이어야 한다. 반면 보조금은 국가 돈이다. 누리과정 지원금이 보조금으로 바뀌면 국가가 어디에만 쓰라고 용처를 지정해서 준 돈이 된다. 때문에 그 돈이 설립자 계좌에 입금돼도 계속 국가 돈이어서 유용할 경우, 형법상의 횡령죄가 적용될 수 있다.

Q. 바른미래당의 중재안은 어떤가.

바른미래당에서 중재안으로 내놓은 건 누리과정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꾸지 말되, 민주당 3법 중 사학법 개정안에 교비회계를 목적 외로 사용했을 때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활용하자는 거다. 이 경우, 교비 유용이 사학법 위반이 되고, 형사처벌돼 불법행위가 되는 건 똑같지만, 문제는 형량 차이다. 사학법에 따르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이다. 민주당의 유아교육법 개정안으로 지원금이 보조금이 될 경우 성립되는 횡령죄는 업무상 횡령이 되는데, 이 경우 형량이 높다. 특히 부당 집행 금액이 5억원을 넘어가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이 적용된다. 사립유치원 비리의 규모는 작지 않다. 부산에서 일가족이 유치원 6개를 경영하며 비자금 118억원을 조성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우도 있다. 다른 경제범죄와 비교했을 때 사학법에 따른 처벌 수위는 낮다. 물론 사립초중고도 사학법에 따른 적용을 받는데, 사립유치원이 빠져있으니까 형평성을 맞추자는 것도 있다. 그러나 정부에서 발표한 감사결과나 언론에 나오는 이른바 유치원 재벌 사건에 비하면 사학법상 처벌 수위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결국 ‘범죄냐, 아니냐’가 가장 큰 핵심이라 볼 수 있다. 12월 임시회 때는 유치원 3법이 일단락 지어져야 한다.

‘정치하는 엄마들’ 회원들이 지난 2017년 11월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비리유치원 공개 및 엄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정치하는 엄마들’ 회원들이 지난 2017년 11월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비리유치원 공개 및 엄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유아교육, 사립유치원 비리 폭로 전으로 절대 회귀 못 해

Q. 12월 임시회가 열리고 유치원 3법 연내 처리를 위해서는 3당 합의가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아예 다른 가치를 얘기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유치원 3법은 합의할 수 없는 안이다. 자유한국당이 내놓은 유아교육법 개정안에도 처벌조항은 있다. 거기에 ‘사립유치원의 장’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 표현이 재판부에서 설립자가 아니라 원장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면 설립자가 원장을 겸하지 않을 경우, 이사장 대신 바지원장이 독박 쓰는 조항이 될 수 있다. 사학법에 ‘사립학교 경영자’라는 표현이 있다. 사립학교 경영자는 대한민국에 사립유치원 원장들밖에 없다. 사립초중고나 대학교는 다 재단이 하게 돼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학법에는 사립학교 경영자로 돼 있어서 원장이 아니라 설립자, 이사장이 처벌받도록 돼있는데, 자유한국당의 유아교육법 개정안에는 사립유치원의 장이라고 표현을 달리하는 등 꼼수가 있다.

민주당의 유치원 3법 원안 통과가 좋은 이유는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꿔 횡령죄, 특경법까지 적용받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과는 합의할 여지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정기국회 때도 예산안 처리가 안 걸려있었다면 바른미래당과 같이 표결처리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지금 교육위원장인 바른미래당 이찬열 위원장도 유치원 3법 통과와 처벌조항에 대해 끝까지 적극성이 있었다. 또 적어도 교육위에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의원들 사이에는 자유한국당의 분리회계 주장이 말도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본다. 결국 예산안 통과를 위해 자유한국당의 도움이 필요했고 유치원 3법이 버려진 거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2월 중에 해보겠다는 건 의미가 있다.

Q. 지난해부터 정치하는 엄마들이 감사적발 유치원 명단 공개 활동을 벌여온 끝에 국감을 거치며 사립유치원 비리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간의 활동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진 거다. 한유총은 아직 다 드러나지 않았지만,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적폐 세력 중 하나다. 자기들이 갖고 있는 공고한 권력에 갑자기 금이 갈 줄 상상도 못하다가 날벼락 맞은 기분일 거다. 저희가 조금씩 활동하던 것에 대해서도 크게 경계 안했을 거다. 유치원 3법은 정기국회 내 처리는 무산됐지만, 여전히 살아있는 쟁점이다. 유아교육 상황은 사립유치원의 비리 행태가 폭로되기 전의 과거로는 절대 회귀하지 못한다. 그런 변화를 엄마들이 해냈다는 것, 그것도 소수의 평범한 엄마들이 함께 힘을 모아서 해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저는 19대 국회 4년간 기성정치권에 있었고, 기성정치에 환멸도 느꼈다. 그렇지만 정치에 환멸을 느낀다고 혐오하거나 외면해서는 악순환밖에 없다는 걸 안다. 지금의 망가진 정치가 아니라 정치 그 자체는 너무 소중하다. 그게 없으면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은 목소리를 낼 수 없다. 정치하는 엄마들의 활동은 사립유치원 비리문제를 드러내는 역할만 한 것이 아니라, 우리 같이 평범한 시민들이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을 하면서 ‘저렇게 해야 되는구나’라는 걸 알린 점이다. 한창 정치개혁, 선거제도 개혁을 얘기하고 있지만, 제도개혁과 아울러 정치하는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제도 개혁 이후 누가 정치를 할 것인가를 봤을 때 대안인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얼마나 있나.

Q. 사립유치원 비리 이외에 정치하는 엄마들의 활동에서 중점을 둔 것은 또 어떤 것이 있나.

저희가 ‘보노보노’라 부르는 두 축이 있다. 보육부분과 엄마들 자신의 노동문제다. 민간 기업에 다니는 여성 둘 중 하나가 출산하고 5년 이내 회사를 그만둔다. 맞벌이하다가 아이를 낳으면 국가에서 더 재정적 지원을 해줘도 모자란 데, 둘 중에 하나가 수입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아이를 낳으라고 한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출산장려금을 언급하고 있지만, 그 표현도 문제다. 지금 당장 낳은 아이들도 키우기 힘든데 2000만원으로 출산을 장려한다는 발상 자체가 화난다. 엄마들이 회사에서 잘리지 않으면 최저임금만으로도 매년 2000만원을 받는다. 한번 2000만원 준다고 아이를 낳을 거라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여성의 경력단절문제를 해결하는 길밖에 없다.

한국과 오스트리아, 스웨덴은 30여년 전 출산율이 다 1.5명이었다. 그러나 지금 세 나라는 가는 길이 다르다. 오스트리아와 스웨덴의 복지정책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남성의 육아참여가 법제화돼 있는 스웨덴과 달리, 오스트리아는 출산 후 여성이 육아를 전담해야 하는 경력단절 위험이 남아있는 나라다. 그래서 스웨덴이 현재 1.89명까지 오른데 반해, 오스트리아는 1.5명에서 30년째 그대로다. 알다시피 한국은 30년 전 1.5명에서 쭉쭉 떨어지고 있다. 회사에서도 여성들은 잠재적인 임산부로 본다. ‘일 좀 하다가 결혼해서 아이 낳는다고 휴직하는 거 아니냐’는 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취업할 때 불이익이 크다. 때문에 엄마들의 노동권문제는 출산하지 않는 여성, 비혼 여성 등 모든 여성들이 피해를 같이 보고 있는 문제다. 국가가 현재 경력단절 비율을 5년 내 얼마까지 줄이겠다는 로드맵이 필요하다. 그 어떤 지원을 해줘도 여성 고용이 계속 유지되는 걸 보완할 수가 없다. 육아기는 4~5년이면 되지만, 여성의 경력단절은 향후 수십년간 이어진다. 여성노동문제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닌 가정경제의 문제다.

‘정치하는 엄마들’ 장하나 공동대표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정치하는 엄마들’ 장하나 공동대표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앞으로 정치하는 엄마들의 행보…“사학법 개정 나설 것”

Q. 앞으로 정치하는 엄마들은 어떤 현안에 집중할 방침인가.

일단은 사학법 개정을 해보려 한다. 저희가 사학법을 다시 주목한 이유는 사립학교의 ‘스쿨 미투’와 관련해 징계가 잘 안 이뤄지는 부분 때문이다. 사학법에서 개정할 게 너무 많지만, 우선 인사권을 다 사학재단이 갖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학교가 개인회사도 아니고 교육기관으로서 아이들이 성폭력 피해를 입는 것도 문제지만, 가해자들이 교사라는 것도 문제고 처벌도 제대로 안 되는 문제에서 사학법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 이와 관련해 스쿨 미투 활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과 연대해 관련된 법들,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사학법 개정안들이 빨리 통과되도록 해야겠다. 또 사립유치원의 경우에도 계속 국가 시스템 안으로 들어오는 걸 거부하고 운영의 자율성 등만 강조해왔다. 운영의 자율성을 얘기하는 건 사립학교와 똑같지 않나. 이번에 사립유치원으로 시작했지만 아이들은 계속 자라날 거고, 교육은 공공성이 중요하다. 사유재산이나 운영의 자율성보다는 아이들 교육권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 사학의 폐단이 그동안 많았다. 자율적으로 운영해서 잘됐으면 누가 뭐라 하겠나. 아울러 특정 이데올로기가 사립학교라는 공간에서 교육이란 이름으로 오랫동안 이뤄지고 있어 거기에 대한 문제 제기도 필요하다. 학교에서 정치는 가르쳐야 한다. 학생들에게 정치참여를 독려하고 사회문제에 관심 갖도록 하되, 정치이념은 주입하면 안 된다. 지금은 거꾸로 돼 있다. 사회참여는 터부시하면서 일방적으로는 보수적인 이념을 주입하려 하고 있다. 그걸 바꾸는 역할을 해야 할 것 같다.

Q. 정치하는 엄마들은 ‘당사자 운동(정치)’을 펼치고 있다. 당사자 운동(정치)의 의의는 무엇인가.

19대 국회에서 가장 절실히 느꼈던 게 선량한 보통 평범한 시민들이 정치를 하면 지금보다 더 잘한다는 확신이었다. 지금 20대 국회의원 평균 재산이 41억이고, 83%가 남성, 평균 연령은 50대 중반이다. 아이 키우는 걸 이해하고 공감하는 게 기적이다. 안 되는 걸 기성정치인들한테 요구하는 게 문제다. 국회의원 중에 자영업자도 있고, 아기 엄마도 있고, 청년, 취업준비생 등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있어야 그 입장에서 겪은 문제, 법의 허점을 찾아낸다. 사립유치원 비리가 불법은 아닌 상황을 누가 관심 있게 보기나 했겠나. 이처럼 당사자 정치를 해야 할 이유는 남들은 다 하기 때문이다. 사립유치원 원장들은 다 자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정치를 해왔다. 그래서 학부모들도 정치를 해야 한다. 가진 자들은 다 정치를 해왔다. 이제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정치를 하자는 거다. 그동안 유치원 3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정치하는 엄마들 회원 1500명이 집중적으로 같이 활동했다. 회원들 모두 정치를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거 같다. 사립유치원 문제와 관련해 1년간 축적되면서 정치이슈가 되는 과정도 봤고, 국감에서 이슈화되는 과정, 또 국감을 그리 뜨겁게 달군 이슈도 법안처리는 이렇게 허무하게 불발되는구나 했던 법안통과 과정, 그래도 기회는 또 온다 등 중요한 실습을 했다. 정치하는 엄마들로서는 이번 기회를 통해 한층 성장했으니, 앞으로 더 좋은 정치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모든 게 다 정치로 풀 수 있는 얘기다. 정치 아닌 게 없다.

Q. 정치하는 엄마들의 의미는.

약은 약사에게 정치는 엄마에게(웃음). 기존 정치는 남성 위주의 정치였다. 지금까지 정치의 구멍들은 엄마가 메울 수 있다. 사실 여성정치인들도 아동인권부분이나 여성노동권에는 취약하다. 과거 선배 여성 정치인들은 가사나 육아를 본인이 하지 않음으로써 사회참여가 가능했고 계속 해올 수 있었다. 이건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러지 않으면 사회참여를 할 수 없었다. 예전 선배들은 여성정치를 한다고 하면 ‘가정을 버릴 생각을 하고 해라’가 너무 당연했다. 남성 정치인들과 똑같이 해야 했던 거다. 지금은 여성이고 남성이고, 정치든 일이든 가정을 버리지 말고 하자는 거다. 정치하는 엄마들이 하는 얘기들이 기존 정치권에서 중요하지만 도외시됐거나 다뤄지지 않은 것들이다. 그래서 저희 목소리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도 그림자 같은 존재이자, 목소리가 없었던 존재이기 때문에 저희 얘기들은 많은 빈 곳을 메우는 말들이라고 생각한다. 해보니까 그렇다. 회원들이 좋은 문제의식들을 제기하고, 저 역시 많이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