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선 여파에 휩쓸린 野…재편 나선 정치권
선거제 개혁 배수진 친 야3당, 앞으로의 정국은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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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정치권은 올 한해도 수많은 정국의 변곡점을 지나왔다. 안철수-유승민 대표의 승부수였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은 마이너스 통합으로 귀결되며 큰바람을 일으키지 못했다. 올 초부터 시작된 한반도 평화 무드는 올 한해 여론을 지배했지만, 하반기부터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야권의 공세가 효과를 거두고 있는 모습이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국의 핵으로 급부상한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은 지선을 압도하는 이슈가 되지 못했고,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지선의 여파는 각 당에 많은 숙제를 남겼다. 지난해 대선 정국부터 계속 제기된 협치는 아직까지 공고함을 갖추지 못하고 있으며, 새해 예산안 정국에서는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손잡고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했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배수진을 친 야3당의 반발은 날로 거세지며 정국은 다시 냉각되고 있다.

안철수·유승민의 승부수…갈라진 통합

지난 2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하며 바른미래당이 창당됐다. 당시 바른정당은 의원 및 광역지자체장 등이 지속적으로 이탈하며 창당 직후 30석에 달했던 국회의원 의석수가 9석으로 줄어든 상태였다. 국민의당도 안철수 당시 대표의 복귀 이후에도 지지율 답보 상태에 머무르던 상황이었다. 이에 안철수, 유승민 대표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양당의 통합에 반대하는 호남계 국민의당 의원들은 민주평화당을 창당하며 이탈해나갔고, 손금주, 이용호 의원은 무소속으로 잔류하면서 바른미래당은 30석의 의석을 확보하는 데 그치며 마이너스 통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게다가 비례대표로 당적을 옮기지 못한 박주현, 이상돈, 장정숙 의원 등 3명이 평화당과 행보를 같이 하며 당내에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그러다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안철수 후보가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에게도 밀리며 3위를 기록하는 등 참패를 겪으며 통합을 주도한 안철수, 유승민 대표는 2선으로 후퇴했다. 이후 지도부를 정비한 바른미래당은 자유한국당의 보수대통합론에 맞서고 있지만, 당내 노선 갈등 등으로 인해 아직 타개책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당시 대표가 지난 6월 13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자유한국당이 완패한 것으로 발표된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출구조사를 보고 자리를 뜨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홍준표 당시 대표가 지난 6월 13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자유한국당이 완패한 것으로 발표된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출구조사를 보고 자리를 뜨고 있다. ⓒ뉴시스

평창올림픽부터 시작된 한반도 평화 무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로부터 시작된 한반도 평화 무드는 올 한해 여론을 지배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이후 급물살을 탄 남북정상회담은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올해만 3차례 이뤄졌다. 남북 간의 화해무드는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졌고, 북미 간 비핵화 협상도 곡절이 있지만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한반도 평화 무드에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던 야권은 올 하반기 고용지표 악화 등을 내세우며 문재인 정부의 핵심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을 공략하면서 활로를 찾은 모양새다.

그 결과, 문재인 정부 1기 경제팀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교체되고, 2기 경제팀은 이제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게 됐다. 하지만 여론을 뒤집을 수 있는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남아있는 상태다.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은 아직 미지수인 상태지만, 김 위원장의 답방과 함께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진일보된 메시지가 나올 경우 여론은 언제든 다시 반전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용두사미로 끝난 드루킹 특검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은 6.13 지선을 앞두고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김경수 당시 의원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해당 사건은 정권 차원의 게이트 의혹으로 확산됐고 야권은 특검을 주장하며 여당과 대립했다. 결국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특검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나선 끝에 이를 관철시켰다. 그러나 지대한 관심을 받으며 시작된 드루킹 특검은 지선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특검 수사 중 드루킹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던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비판여론이 거세진 가운데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노 의원의 사망으로 평화당과 정의당의 공동교섭단체는 정족수 미달로 해체됐고, 양당은 20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 협상 중인 상황에서 교섭단체 지위를 잃게 됐다. 정의당은 노 의원의 사망으로 지지율이 급등하며 바른미래당을 제치고 한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앞서기도 했지만, 심상정 의원과 함께 진보진영 첫 3선 의원이자, 당의 아이콘이었던 노회찬 의원을 잃었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 지도부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촉구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 지도부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촉구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6.13 지방선거의 여파

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6.13 지방선거 이후, 보수야권은 충격에 빠졌다. 광역지자체장 선거에서 TK(대구·경북) 2곳만 건진 자유한국당, 한 곳도 얻지 못한 바른미래당은 민주당의 압도적인 세몰이에 눌렸다. 6.13 지선의 여파는 이른바 ‘OB들의 귀환’으로 이어졌다. 평화당 정동영 대표의 선출을 시작으로, 바른미래당은 손학규 대표를 혼란을 수습할 적임으로 택했다. 6.13 지선 승리의 여세를 2020년 총선까지 이어가려는 민주당도 이해찬 대표를 수장으로 뽑으며 전열 재정비에 나섰다.

보수 재건을 노리던 자유한국당도 뼈아픈 타격을 입었다. 국회 로텐더홀에서 석고대죄와 함께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 자유한국당은 김병준 비대위원장으로 타개책을 모색했다. 그러나 당협위원장 교체를 앞두고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선임한 전원책 변호사가 비대위와 갈등을 빚으며 해촉되는 등 김병준 위원장의 리더십이 타격을 입자, 친박계가 김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당내 계파 갈등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원내대표 경선, 당협위원장 교체, 전당대회 등 올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이어지는 대형 이벤트가 즐비한 상황에서 친박계의 신당 창당 등 갖은 잡음이 나왔다. 그러나 11일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가 지지한 잔류파 나경원 의원이 선출되며 자유한국당은 또 한번의 변곡점을 맞고 있다.

협치는 언제쯤 이뤄질 수 있을까

지난해 장미대선을 앞두고 어느 당이 정권을 잡더라도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원만한 정국 운영을 위해 ‘협치’가 이슈로 떠올랐다. 그러나 장미대선에서 승리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넘어가는 시점에서도 협치는 여전히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20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을 앞두고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원내 4당의 개혁입법연대 주장이 떠올랐으나,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또 청와대로부터 협치내각을 구성하자는 권유도 야권의 거부로 일단락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꾸준히 언급해온 여야정 상설협의체가 올 11월 첫 회의를 갖고 출범했지만, 조명래 환경부 장관 임명 강행과 유명무실한 인사청문제도 등을 문제 삼아 공공기관 채용비리 의혹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 의해 7일 만에 좌초 위기를 맞았다. 이후 여야는 11월 21일 공공부문 채용비리 의혹 국조 등에 합의하며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으나, 내년도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확산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 개혁을 요구하는 야3당의 반발에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배수진 친 야3당

지난 11월부터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대립은 격화됐다. 470조5000억원에 달하는 슈퍼예산을 두고 여당과 제1야당의 갈등이 극심해지는 가운데, 바른미래당과 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혁을 예산안 처리와 연계하자며 거대양당과 대립각을 세웠다. 결국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던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합의해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했고, 이에 반발한 바른미래당 손학규,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단식에 나서는 등 야3당의 농성이 이어지며 정국은 급속도로 냉랭해졌다.

아직까지 배수진을 치고 맞서고 있는 야3당을 향해 민주당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해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자며 손을 내밀고 있지만, 야3당은 민주당이 자유한국당을 설득해 합의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대치하고 있다. 그렇지만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관련한 정국의 앞날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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