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연내 서울 답방, 사실상 물 건너가
중간선거 이후 정치적 입지 좁아진 트럼프
김정은도 군부 강경파 설득 작업 필요해
김정은 신년사에 내년 한반도 운명 달려

청와대 사랑채 앞에 설치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이 담긴 그림 작품 ⓒ뉴시스
청와대 사랑채 앞에 설치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이 담긴 그림 작품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당초 오는 17일부터 서울 답방이 있을 것이라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됐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입장이다. 이로 인해 새해 한반도의 운명은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달려있다. 올해 한반도 화해 무드가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비춰볼 때, 이는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청와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지난 평양남북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은 서울 답방을 약속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연내로 시기를 못 박았다. 이후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시나리오는 곳곳에서 난무하며 구체적인 시기까지 제시됐다. 김 위원장이 머무를 것으로 보이는 워커힐 호텔이 17~20일까지 스위트룸 예약이 불가능하다는 소문이 돌았다. 또한 코엑스의 일부 룸은 16~20일까지 사용할 수 없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김 위원장이 17~19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서울을 답방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가져오는 정치적 의미는 상당히 컸다. 교착 상태에 빠진 미국과 북한의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돌파구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 답방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천명한다면, 내년 1~2월에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에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에 대한 정치적 기대가 상당히 높았다.

청와대는 이번달 초반까지만 해도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에 대해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주말을 지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청와대는 사실상 연내 답방이 힘들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이와 관련해 우리 측이 지난 주말 북한에 연내 답방 의사를 타진했지만, 북한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우리 측이 북한에 답방 의사 타진을 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이에 북한이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으면서 연내 답방이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계속해서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외부 행보 스타일이 비공개를 선호하기 때문에 답방하더라도 당일날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다. 김 위원장이 자신의 행보를 비공개로 해온 것은 맞지만, 서울 답방의 경우에는 사전에 공개해야 일정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사전 공개가 필수라는 것이다. 당장 기자들의 취재를 위해서는 프레스룸을 만들어야 하고, 기자들을 불러 모아야 한다. 그러자면 최소한 일주일 전에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일정을 사전 공개해야 한다. 그런데 답방을 당일 공개한다면 기자들의 취재는 사실상 힘들어진다. 이런 점만 놓고 보더라도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은 사실상 힘들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다. 최근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이나 ‘북한’과 관련된 발언 대신 ‘경제’ 발언에 치중하는 것도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어려워졌다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만큼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은 상황이 녹록찮은 형국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018년도 신년사 모습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018년도 신년사 모습 ⓒ노동신문

불가능한 연내 답방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불가능하게 된 것은 아무래도 미국과 북한의 대화가 꼬여가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사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 자국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코너에 몰린 형국이다. 미국은 지난 11월 6일 중간선거를 거치며 민주당이 하원을 차지하게 됐다. 민주당이 북한의 인권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볼 때, 최근 미국 재무부가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정경택 국가보위상, 박광호 노동당 부위원장 겸 선전선동부장 등 북한 정권의 핵심 3명을 인권 유린과 관련한 대북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것도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즉, 이들 3명을 대북 제재 대상으로 삼은 것이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과 함께, 다른 일각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민주당 달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는 곧 그만큼 미국 내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가 상당히 좁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러시아 스캔들’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하원을 민주당이 차지했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상당히 고민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런 이유로 북한과 섣불리 대화에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민주당의 눈치를 보면서 북한과의 대화를 시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따라서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상응하는 조치를 해달라는 요구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소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로 중간 선거가 치러진 11월 6일 이전의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와 그 이후의 대북 메시지는 확연히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이전에 거의 매일 대북 메시지를 내놓다시피 했지만, 최근에는 사라졌다. 이는 그만큼 북한과 관련해서 엮이고 싶지 않거나 조심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미 내년초 북미정상회담을 열겠다는 말을 내뱉은 이상 정상회담은 열릴 것으로 보이지만, 비핵화 이행에 따른 상응조치에 대한 논의가 보다 진전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북한이 비핵화 이행을 위한 보다 발전된 계획안을 내놓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형국이다. 바로 핵시설 리스트 제출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 역시 핵시설 리스트를 제출할 수 없는 정치적 상황에 놓여있다.

김 위원장은 군부 내 강경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남측과 대화에 이어 미국과 대화를 시도했다. 무엇보다 올해 신년사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이야기했고, 판문점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를 명시했으며, 싱가포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핵화를 약속했다. 이는 비핵화를 이행함으로써 얻는 결실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얻는 결실은 ‘체제 안정 보장’과 ‘경협에 따른 경제발전’이다. 북한은 남한의 발전상을 상당히 부러워했고, 미국과의 수교를 통해 경제발전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리고 그 기대는 비핵화를 이행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과감하게 비핵화 이행을 선언했다. 그런데 북한의 입장에서 본다면 미국은 비핵화 이행에 따른 상응조치를 별달리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그간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했으며, 미사일 발사대 조립시설을 해체했고, 미군 유해를 송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그에 따른 상응조치를 하지 않은 채, 핵시설 리스트를 제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핵시설 리스트 제출 의향이 있다고 해도 군부 내 강경파가 과연 이를 용납할 것인가가 문제다. 지난달 북한을 방문한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그 자리에서 북한 고위급 간부가 문 대통령에 대한 원망 섞인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성토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즉 북한은 ‘미국에게 이미 내줄 것은 내줬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연내 답방을 하고, 그 자리에서 ‘비핵화 이행’을 선언한다면 군부 내 강경파를 잠재울 방안이 사실상 사라지게 되면서 군부의 불만이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때문에 김 위원장으로서도 서울 답방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더욱이 서울 답방을 했다고 해서 금방 남북경협이 활발하게 이뤄질 가능성 역시 극히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경협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유엔 안보리의 조치가 필요하다. 이 유엔 안보리를 잡고 있는 국가는 미국이기 때문에 서울 답방을 한다고 해도 현 상황에서 특별히 달라질 것이 없다고 김 위원장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 있는 카펠라 호텔에서 함께 산책하고 있다. ⓒAP/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 있는 카펠라 호텔에서 함께 산책하고 있다. ⓒAP/뉴시스

북미정상회담 이후 답방

따라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북미정상회담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꼬여있는 미국과 북한의 대화를 어떤 식으로 풀어갈 것인가의 문제가 남아있다. 이는 내년 1월 1일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달려있다. 김 위원장이 내년 신년사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느냐에 따라 앞으로 한반도의 형국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홍민 연구위원은 지난 13일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이 새로운 비핵화 메시지를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싱가포르 회담 이후 강화된 제재에 대응하기 위한 카드를 제시하기 위해 상당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신년사 메시지는 둘 중 하나다. 다소 강경하고 보수적이거나, 새 협상 프레임을 제시하는 것이다. 일단 북한은 대화의 판은 깨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보다 진전된 비핵화 메시지를 내놓을지, 아니면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것인지 고민에 들어갔다는 것이 홍 연구위원의 생각이다. 미국도 이와 비슷한 생각이다. 현재 미국과 북한의 대화가 교착 국면에 빠져든 것은 사실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 위원장 모두 판을 깨고 싶은 생각은 거의 없다. 때문에 어느 정도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볼 가능성이 높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신년사 메시지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김 위원장은 신년사 메시지에 무엇을 담을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그것은 군부 내 강경파를 달래면서도 보다 진전된 대북 메시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교착이 장기화되면 우리 정부는 물론 트럼프 행정부도 정치적 부담이 상당히 크다. 북한 역시 경제건설 노선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결국 어느 시점에 가서는 대화의 물꼬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북한이 내보내고 있는 미국을 향한 비난의 메시지도 과거에 비하면 많은 톤다운 된 메시지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도 판을 깨고 싶은 생각은 없고, 미국이 어떤 태도를 보여주느냐를 기다리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 역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기에 서로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직접 만나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북미정상회담 이후 서울 답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며, 김 위원장의 신년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과 관련된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김정은의 계산

이처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각국의 이해관계가 꼬여가면서 원포인트 해결책이 급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나 핵시설 리스트를 제출하고, 그에 따른 평화협정 협상으로 직행하는 방법이다. 민주당의 견제를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정전협상 당사자인 미국이 개입해야 하는 종전선언을 추진하기에는 다소 부담이 된다. 따라서 북한으로부터 핵시설 리스트를 받는 대신 UN사령부가 협상의 주체가 되는 평화협정 협상 카드를 내미는 방법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혹은 핵시설 리스트를 받는 대신 남북경협의 물꼬를 열어주는 방식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자국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에 상응하는 조치를 내리기 위해서 우회로를 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미국의 정치상황이 계속 격변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아무리 우회적인 방안을 구사한다고 해도 결국 민주당의 견제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즉, 핵시설 리스트를 받는 대신 종전선언을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김 위원장의 선택이다. 김 위원장이 과연 신년사에서 비핵화와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느냐에 따라 한반도의 운명이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 모처럼 맞는 해빙 분위기가 다시 얼어붙을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결국 자국의 이익에 얼마나 부합되느냐를 놓고 협상을 벌이는 과정이기 때문에 머리싸움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김 위원장의 신년 메시지가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신년사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대응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올해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한반도의 운명을 바꾼 것처럼 내년도 신년사 메시지에 한반도의 미래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김 위원장의 내년 신년사에 담길 메시지는 한반도의 미래에 중요한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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