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 비례대표 도입 놓고 여야 신경전 팽팽
바른미래당 탈당 노리는 자유한국당, 소극적
유치원 3법 처리 놓고 여야 갈등은 더욱 증폭
12월 임시회 사실상 힘들어…2월 임시회 개최는

문희상(왼쪽 4번째) 국회의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여야 5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윤소하, 민주평화당 장병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문 의장,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뉴시스
문희상(왼쪽 4번째) 국회의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여야 5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윤소하, 민주평화당 장병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문 의장,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뉴시스

2018년도 정기국회가 지난 9일 종료됐지만, 각종 법안 처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여야 모두 12월 임시국회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그 셈법은 여야 각당 모두 복잡하다. 특히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과 유치원 3법을 놓고 여야는 머리싸움을 벌이고 있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올해 정기국회를 끝낸 더불어민주당은 골치가 아픈 상황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새해 예산안 처리가 간신히 이뤄졌지만, 아직 풀어야 할 정국의 숙제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바른미래당 손학규, 정의당 이정미 대표의 단식농성을 푸는 것이다. 두 대표는 이번 새해 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손잡고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소수야당을 제외한 상태에서 처리했다면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의 요구는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대한 여야의 셈법

앞서 민주당은 새해 예산안과 선거제도 개혁을 연계해서 처리하자는 소수야당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자유한국당과 손잡아 새해 예산안을 처리한 바 있다. 12월 임시국회를 열어야 하는 민주당으로서는 이들의 반발을 봉합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때문에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대신 12월 임시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활동기한을 연장하는 법안을 처리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선거제 개혁과 관련해 정개특위에서 논의한 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문제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 선거법 개정을 처리하자는 민주당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소수야당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소수야당들은 정개특위를 사실상 ‘권한 없는 기구’로 판단했다. 정개특위에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합의를 이룬다고 해도 결국 각 정당 의원총회에서 퇴짜 맞을 것이 분명하고, 이후 선거제 개혁 관련 논의는 다시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때문에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를 통해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내자는 것이 소수야당들의 생각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모든 논의를 정개특위에 떠넘긴 상태이기 때문에 소수야당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또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다는 것은 훗날 선거법이 개정되더라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자유한국당과의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정개특위 논의보다는 여야 원내대표 간의 합의가 최우선이 돼야 하며, 특히 거대양당인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간의 합의가 더욱 중요하다는 게 소수야당들의 생각이다. 이런 이유로 소수야당들은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에게 자유한국당과 합의를 해오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소수야당들은 자유한국당을 향해서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향해 오는 주말 동안 고심한 후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만큼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압박하겠다는 심사다. 민주당으로서는 자유한국당을 설득하기란 쉽지 않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자유한국당의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라 나 원내대표에게 관련 내용을 파악할 시간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오는 20일 임시국회 개회가 생각보다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입장에서는 12월 임시회 개회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더 늦추게 된다면 사실상 올해 안에는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바른미래당 손학규,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야3당 연동형 비례대표제 촉구 집중 피켓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뉴시스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바른미래당 손학규,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야3당 연동형 비례대표제 촉구 집중 피켓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뉴시스

올해 임시회는 사실상 종료?

반면 자유한국당은 느긋한 입장이다. 나 원내대표는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사실상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처럼 자유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가장 타격을 입는 정당은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인데, 그중에서도 자유한국당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의 현재 지지율이 25%대를 보이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하락세라고는 하지만 아직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다면 자유한국당은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더욱이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을 위해서는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거나 지역구 국회의원 숫자를 줄여야 한다. 다른 정당에 비해 농어촌 지역구 의원이 많은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지역구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는 것은 치명타다.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방안도 자유한국당에게는 결코 유리한 형국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자유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 원내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덜컥 합의해줄 경우 당내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이에 나 원내대표로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혁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자유한국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소극적인 또 다른 이유는 바른미래당 때문이다. 현재 바른미래당 이학재 의원의 탈당설이 꾸준하게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조만간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이 탈당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으며, 바른미래당 분당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대통합을 꿈꾸고 있는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선거제도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는 없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요골자로 선거제도가 개혁될 경우, 소수야당에 있어도 다음 국회의원 배지를 기약할 수 있다면 굳이 자유한국당으로 몸을 옮길 이유가 없다. 따라서 바른미래당의 탈당 러시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바른미래당과 평화당 지도부가 선거제도 개혁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바로 탈당과 분당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바른미래당과 평화당 소속 일부 의원들은 선거법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탈당해서 민주당 혹은 자유한국당으로 향하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따라서 당 지도부로서는 이 같은 분열을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손 대표가 단식농성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으로 해석된다. 반면 선거제 개혁이 좌초돼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탈당하면 이들을 받아들이면 되는 자유한국당은 선거법 개정을 굳이 할 이유는 없다. 반면 민주당은 소수야당의 탈당 및 분당 러시가 이뤄진다고 해도 당장 이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현재 친문 지지층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과거 탈당했던 의원들을 복당시키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자유한국당보다는 다소 열려 있는 상황이다.

자유한국당 나경원(왼쪽)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며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를 방문해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나경원(왼쪽)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며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를 방문해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유치원 3법은 올해 내 처리될 수 있나

이와 함께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관련해 자유한국당보다 급한 입장인 이유는 12월 임시국회를 오는 20일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유치원 3법’ 처리 때문이다. 유치원 3법은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다. 박 의원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사립유치원 비리 의혹과 관련해 교육부의 감사결과를 공개하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이에 사립유치원 비리 의혹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박 의원이 이를 대표발의했다. 유치원 3법은 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사립학교법으로 구성됐으며, 사립유치원의 회계 투명성을 담보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사립유치원의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사유재산 침해라면서 반발해왔다. 박 의원의 유치원 3법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집단폐원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등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한유총의 로비 압박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쪼개기 후원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유치원 3법 처리는 그야말로 산으로 가고 있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민주당은 유치원 3법의 원안 처리 입장에서 뒤로 물러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여당이 유치원 3법 원안을 고수하는 이유는 유치원 3법이 갖고 있는 ‘개혁의 상징성’ 때문이다. 지난 국감에서 이슈화시킨 사립유치원 비리 의혹은 이른바 ‘생활 적폐’ 중 하나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을 기치로 탄생한 정부다. 이에 따라 1년차에는 권력 적폐를 청산했고, 2년차에서는 사법부 적폐 청산에 나섰다. 그리고 3년차에는 생활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생활 적폐의 한복판에 사립유치원 비리 의혹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개혁의 상징성으로 유치원 3법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민주당은 12월 임시국회에서 박 의원의 유치원 3법 원안 처리를 고수하고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유치원 3법에 대항하는 자당의 법안을 발의해 병합 심사를 하자는 입장이다. 현재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유치원 3법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는 이유는 상대 정당 때문이라고 외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유치원 3법이 처리되지 않아도 특별히 손해 볼 것은 없지만, 민주당은 개혁 입법의 상징성을 갖고 있는 유치원 3법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상당한 손해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유치원 3법 처리에 있어 목마른 정당은 결국 민주당이고, 우물을 먼저 팔 수밖에 없는 것도 민주당이다. 민주당이 12월 임시국회 개회를 꺼내 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평화당, 정의당 등 다른 정당들도 12월 임시국회 개회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공감을 하고 있지만, 각자의 생각은 다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12월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는다면 그에 대한 역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오는 20일 임시회가 열릴 가능성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12월 임시회가 열린다고 해도 비쟁점분야 법안 처리가 이뤄질 뿐, 쟁점분야 법안 처리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현재 국회 교육위원회는 해외 출장 중에 있다. 교육위 법안소위 위원들은 지난 12일부터 호주·뉴질랜드 출장에 나섰다. 특히 유치원 3법을 발의한 박용진 의원도 해외출장에 나서면서 사실상 12월 임시회가 열린다고 해도 유치원 3법 등 개혁입법 처리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야 지도부가 12월 임시국회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법안 처리에는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개혁입법 처리에 아예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의 고민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2월 임시국회 개회를 벌써부터 꺼내 들고 있다. 유치원 3법이나 선거법 개정 등은 12월 임시회에서 처리하지 못하고 2월 임시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따라서 개혁법안 역시 올해를 넘기고 내년에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검경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개혁법안 역시 올해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정치권은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내년 2월에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자유한국당이 전당대회에 매몰될 경우, 2월 임시국회 일정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될 수 있다. 또한 현재 상황으로 볼 때 민주당과 소수야당들의 협치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12월 임시국회가 열린다고 해도 그 결실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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