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큐어 하는 남자/강남순 지음/한길사/국판 변형/316쪽/1만7000원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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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만약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한 남자를 마주하게 된다면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아마도 그를 성소수자로 여기지 않을까.

철학 에세이 <매니큐어 하는 남자>는 저자인 미국 텍사스 크리스천 대학교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강남순 교수가 강의실에서 열 손가락 손톱에 청록색 매니큐어를 칠한 남학생을 마주하면서 갖게 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강 교수는 한국 사회에 ‘획일화된 존재 방식의 절대화’라는 심각한 병이 있다고 진단한다. 획일성의 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순간 갖가지 비난과 사회적 추방을 서슴지 않는 폭력이 강력히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 획일화의 폭력성이 사회를 지배하는 한 다양한 존재 방식을 존중하는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은 요원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매니큐어 하는 남자’는 억압적인 엄숙주의와 위계주의를 매니큐어라는 작은 몸짓으로 무효화하고, 폭력적 젠더 고정관념을 자연스럽게 뒤집는 행위의 상징이다.

강 교수는 “인권은 ‘동정’과 ‘시혜’로 보장받아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정의구현’과 관련된 문제라고 강조하며 이 부분에서 단호한 정치적 지도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인류의 자유·평등·정의를 만들어내는 ‘우리 안의 작은 저항자’에 주목한다. 그는 독일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Ernst Bloch)가 말한 ‘낮꿈(Daydream)’을 인용해 보다 나은 세상을 희망한다.

자신의 삶에서 새로운 미래를 사유하고 희망하는 ‘낮꿈’을 꾸는 이들이 있어 역사의 변화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환경·경제·인권·문명 간의 충돌 등 다양한 위기의 한가운데서 ‘보다 나은 세상을 희망하는’ 이들의 연대를 통해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향해 걸음을 뗄 수 있다.

또 강 교수는 신학자로서 기독교의 부패와 종교적 상품화를 지적하고 약자와 소수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교회를 비판한다. 그는 ‘악’이란 악마적 품성을 지닌 특정 존재에 의해서가 아니라 ‘비판적 사유의 부재’를 통해 만들어지고 지속된다며 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정의·평등·평화를 위한 ‘사랑’이라는 자신의 신념을 밝힌다.

이 밖에도 저자는 우리 안의 작은 저항자들이 만들어가야 할 민주주의를 말하면서 ‘포스트 탄핵’의 한국 사회가 당면한 과제를 짚어본다.

강 교수는 인류 역사에서 정의·평등·평화가 보다 확장되는 변화를 가능토록 한 이들은 언제나 ‘소수’였으며, 보이지 않고 보잘 것 없을 것 같은 작은 변화가 혁명을 가능케 했다고 설명한다.

강 교수의 ‘낮꿈’, <매니큐어 하는 남자>를 통해 우리 사회가 정의와 평등을 이뤄갈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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