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림 부행장‧김성현 부사장, 각자대표 후보로 선정
노조 “각자대표 결사반대…한 지붕 두 가족 용납 안돼”

KB금융지주가 19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KB증권의 각자대표체제를 유지하고 결정하며 대표이사 후보를 선정했다. 왼쪽부터 박정림(55), 김성현(55) 후보자. ⓒKB증권
KB금융지주가 KB증권의 각자대표체제 유지를 결정하며 대표이사 후보를 선정했다. 왼쪽부터 박정림(55), 김성현(55) 후보자. ⓒKB증권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KB증권이 박정림(55) KB증권 부사장 겸 KB국민은행 부행장과 김성현(55) KB증권 부사장을 대표이사 후보로 선정하며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KB증권 노조가 앞서 요구한 단독대표 체제와 최종 후보자 명단 공개가 이뤄지지 않아 조합원들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19일 KB증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이날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대추위)를 열고 박정림 부행장과 김성현 부사장을 각자대표 후보로 선정했다.

선정된 후보는 오는 20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각 계열사의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최종 심사 및 추천을 거쳐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신임 대표이사들의 임기는 2년이다.

박 후보자는 증권업계 첫 여성CEO로 자산관리(WM), 리스크, 여신 부문 등에서 폭넓은 업무 경험을 갖고 있다. 대추위에서는 박 후보자가 수익창출을 확대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투자은행(IB) 부문의 대표적인 전문가로 거론되는 김 후보자는 채권자본시장(DCM), 주식자본시장(ECM), 부동산, 해외 비즈 등을 총괄했으며 투자자산 다변화 등을 통해 시장 지위를 개선할 적임자로 지목됐다.

하지만 KB증권 노조는 대추위가 열리기 하루 전인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우리도 제대로 된 대표이사를 갖고 싶다”라며 각자대표 결사반대를 주장한 바 있어 격렬한 반발이 예상된다.

KB증권은 지난 2016년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의 합병으로 재탄생한 이후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해오고 있다. 노조는 그동안 각자대표 체제가 서로의 책임을 회피하는 역기능이 크다고 비판해왔다.

노조는 이에 따라 보도자료를 통해 각자, 공동대표이사의 체제의 종식을 강조하고 “한 지붕 두 가족,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ONE KB’를 위해서라도 각자 대표체제를 종식해야 한다”며 “증권 내에서만 하나가 아니라 은행 중심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표이사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또 KB증권을 비롯한 이번 KB금융지주 계열사 대표이사 선임 과정을 두고 ‘깜깜이 인사’, ‘회전문식 인사’라고 규정하며 조합원에게 대표이사 후보군의 선정기준과 명단을 공개해달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지난해 KB금융지주 회장 선출 시에도 ‘깜깜이 인사’, ‘회전문식 인사’로 시끄러웠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밀실에서 그들만의 잣대로 7개 계열사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있다”라며 “그로부터 1년이 지났건만 KB금융지주의 나쁜 버릇은 아직도 고쳐지지 못하고 여전히 밀실에서 작당을 부리고 있다”고 힐난했다.

노조는 이어 “KB증권지부 조합원과 사무금융 조합원들은 그 촌극의 관람자 및 방관자이기를 거부한다”라며 “KB증권의 대표이사 후보 자격 기준과 후보군, 최종후보자의 리스트를 공개하고 조합원들의 검증을 받아라”고 촉구했다.

다만 KB증권은 대추위의 이번 결정과 관련해 회사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했으며 최종 후보군은 사전에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KB증권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노조의 주장처럼 단독체제도 가능하겠지만 이번에는 두 대표이사가 각 분야에서 뛰어나다는 특장점을 고려해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보자군 공개는 안 된다. 대표이사 선임은 지주에서 후보를 추천한 후에 계열사별로 결정을 하고 위원회에서 (후보군을) 상시 관리한다”며 “후보군을 발표하면 다른 업체에서도 (해당 인물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경우 개인 신상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회사가 후보에 대한 거처를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후보군을 발표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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