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지역아동센터 이용 아동 수 10만8578명
수요 늘지만 운영비·종사자 처우 개선 문제 여전
올해 국고보조금 2.5% 인상률에 마이너스 우려
종사자 월급까지 운영비에 보태야 하는 실정
“운영비와 인건비 분리해 적정 수준 도달해야”

ⓒ뉴시스
지난해 12월 18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건물 정문 앞에서 열린 한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의 적자 예산 어려움 호소 시위 ⓒ뉴시스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지난해 12월 18일 전국의 지역아동센터 종사자 1000여명(주최 측 추산)은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으로 모여들었다. 2019년 지역아동센터의 기본운영비 책정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같은 달 8일 전년도보다 겨우 2.5% 오른 지역아동센터 예산 정부안이 그대로 통과됐다. 그동안 정부는 공개회의 석상을 통해 지역아동센터 증액의 필요성을 강조해왔지만 끝내 적자예산사태를 자초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아동센터 종사자 일동은 “지역아동센터 예산안이 제대로 논의됐는지도 의심스럽다. 수많은 비쟁점 사안 중 하나로 패싱(Passing) 된 예산을 받아든 우리는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다”며 “나날이 더 중요해져 가는 사회적 돌봄의 책무를 다하고자 노력한 시간을 농락당한 이 비참함을 가늠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지역아동센터의 운영비 부족과 종사자 처우 문제는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방과 후 돌봄에 대한 관심은 커졌지만 비쟁점 사안이라는 이유로 무시와 외면에 밀려 수년째 제자리걸음 중이다.

전국 1만여명의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은 “공과금도 월급으로 메꿔야 하는 실정”이라며 신속한 대책 수립과 추경예산 편성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부천 도담지역아동센터>

‘지역아동센터’ 필요성↑

‘지역아동센터’란 아동의 보호와 교육, 건전한 놀이 및 오락 제공, 보호자와 지역사회의 연계 등 아동의 건전육성을 위해 종합적인 아동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70·80년대 도시빈민지역을 중심으로 빈곤 아동의 교육을 위해 민간운동차원에서 시작된 ‘공부방’이 그 시초다. IMF로 신빈곤층이 급격히 늘어나고 가족해체 위기와 실직, 가족폭력 등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한 아동의 수가 급증하면서 사회적으로 공부방의 필요성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2000년대 접어들며 아동보호가 주요 사회 문제 중 하나로 부각되면서 공부방의 수가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4년 1월 29일 아동복지법이 재개정됨에 따라 동법 제16조 제1항 제11호에 공부방이 ‘지역아동센터’라는 이름의 아동복지시설로 규정됐다. 이에 따라 시설운영비 명목으로 일정 부분 국고지원 보조금도 지급되기 시작했다.

지역아동센터는 아동보호를 최우선으로 아동에게 안전하고 균형 잡힌 급식을 제공하고 제2의 가정의 역할과 생활지도를 수행한다. 또 기초학습이나 독서, 논술, 특기적성 등 교육 전반을 지도하고 댄스나 악기연주, 문화공연 관람 등 문화예술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이 밖에도 아동복지를 위한 보호자 정기 상담이나 미술치료 놀이치료 등 정서적 지원과 도서관이나 학교 청소년 수련관 등 지역사회와의 연결고리 역할도 한다.

지역아동센터는 법제화 이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17년 12월 기준 전국 지역아동센터 통계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전국 지역아동센터 수는 4189개소다. 전년 대비 102개소가 늘어났다.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아동 수도 대체로 증가 추이를 보였다. 2017년 4189개소 지역아동센터 이용 아동 수는 10만8578명으로 전년보다 1910명이 증가했다.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은 과거 공부방이 저소득층 가정의 아동을 위주로 운영됐다면 중위소득과 맞벌이 가정, 조손가정 등 특성을 고려해 저소득층 외에도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아동으로까지 대상을 확대해 지역아동센터를 필요로 하는 아동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지역아동센터연합회 성명서 일부 캡처 ⓒ투데이신문
한국지역아동센터연합회 성명서 일부 캡처 ⓒ투데이신문

진전없는 운영비·종사자 처우 개선

지역아동센터를 찾는 아이들의 수는 점차 늘어나고, 사회적으로도 지역아동센터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초기서부터 발목을 붙잡아왔던 운영비 부족과 종사자 처우 등 고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국가에서는 운영비를 보조한다는 취지로 지역아동센터에 일정 금액의 국고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 종사자의 임금도 이 안에 포함돼 있다. 국고보조금은 지역아동센터 총운영비에 60~80%를 차지한다.

나머지 부족한 금액은 특수목적형 지원센터와 토요운영지원센터 등으로 추가지원을 받거나 정부보조금 외 지자체 별도지원금, 우수 지역아동센터 지원금, 민간기업과 비영리민간단체 등을 통한 후원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2017년 기준 지역아동센터 1개소 당 정부에서 국고보조금으로 지급받는 운영비 수입은 평균 5661만원으로 집계됐다. 국고보조금 외 수입까지 더한 총수입은 약 8905만원이었다. 같은 해 지역아동센터 1개소 당 연간 총지출비용은 8671만원이었다.

국고보조금만으로 운영될 수 있는 지역아동센터는 국내 어디에도 없으며, 후원금 없이는 운영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의 임금도 최저임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지원예산은 월평균 529만원으로 결정됐다. 2018년 지원예산 평균 516만원보다 약 13만원(2.5%p) 늘어난 꼴이다. 최저임금 인상률 10.9%보다도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국고보조금에서 지출해야 할 액수는 늘었지만 줄 수 있는 돈은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관련 단체에서는 종사자들의 처우와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국고보조금 275억원, 월평균 644만원 증액을 요구해왔다. 아쉽게도 보건복지부 상임위원회에서는 134억원, 월평균 585만원 증액으로 의결했다.

이후 복지부 상임위 심사보고서로 의결되고, 국회 예산결산소위원회에서도 이 수준의 증액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소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해 529만원으로까지 줄어든 것이다.

한국지역아동센터연합회(이하 한지연) 박성희 정책팀장은 “생활복지사의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에 가깝고 센터장처럼 경력이 더 많은 직책들은 조금 더 받기도 한다”며 “그러나 운영비가 부족할 때 이를 채우기 위해 본인의 월급을 일부 센터의 후원금으로 돌리기도 한다. 때문에 사실상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임금 수준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2.5% 오른 국고보조금에서 10.9% 오른 최저임금을 책정하고 나머지 금액에서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비 등을 제외하고 나면 심각할 경우 운영비가 마이너스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되면 관리비, 월세, 겨울이나 여름 냉난방비 등 사사로운 비용은 센터장 개인이 감당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후원금을 최대한 많이 끌어 모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운영비와 인건비 분리 교부해야”

이렇다 할 준비도 없이 운영위기 벼랑 끝으로 내몰린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

이들은 2019년도 지역아동센터 예산을 무효화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마이너스 예산에 대한 대책을 빠르게 수립하고, 추경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무엇보다 이 같은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운영비와 종사자 인건비가 모두 포함된 국고지원비를 분리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지연 박성희 팀장은 “과거 국가에서 하지 못한 일을 민간 투자해 2004년 법제화를 이루며 지금까지 이끌고 왔는데, 국가는 민간을 일부 보조하는 수준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동반자로서 최소한의 기본 운영까지는 지원해줘야 한다고 국가에 요구하고 있지만 입장은 바뀌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복지시설의 경우 인건비는 인건비대로 최저임금 이상을 편성하고, 운영비는 물가인상률을 반영해 편성하기 때문에 지역아동센터와 마찬가지로 2.5%를 인상하더라도 타격이 크지 않다”며 “인건비와 운영비 분리 교부 원칙화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영비는 운영비대로, 인건비는 인건비대로 적정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며 “인건비의 경우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도 복지시설 종사자로서의 소양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사회복지시설 인건비 가이드라인에 따라 인건비가 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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