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신고 공장 폐수 오염물질에 벤젠‧톨루엔 포함
사측 “벤젠 사용안해, 공기 중에서도 유입 가능”
산재협의회, 감사원 감사‧집단소송 본격 추진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한국타이어 산업재해와 관련한 집단소송이 추진 중인 가운데 사측의 벤젠 등 유해물질이 사용 가능성이 제기돼 주목된다.

21일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가 본지에 제공한 지난 10월 한국타이어가 대전 대덕구청에 신고한 폐수 배출 독성물질 중 벤젠과 톨루엔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타이어가 대덕구청에 신고한 내역을 보면 한국타이어의 폐수(1일 배출량 1848.24㎡) 속 49개 오염물질 배출항목 중 벤젠과 톨루엔이 포함됐다.

1급 발암물질인 벤젠과 벤젠류 화합물인 톨루엔은 크실렌과 함께 앞머리 글자를 따 BTX로 불리는 물질로 한국타이어 작업장 직업병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2006~2007년, 1년 6개월 동안 무려 15명의 노동자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역학조사를 실시한 이후 조사 결과와 공장의 유해한 작업환경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사고원인을 둘러싼 쟁점 중 핵심은 벤젠 등 유해물질이다. 노동자들은 타이어 공장에서 고무를 접착하거나 분리할 때 사용되는 유기용제 ‘솔벤트’ 제품에 BTX(벤젠, 톨루렌, 자일렌) 같은 독성물질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타이어는 산업재해 논란이 불거진 이후 벤젠을 포함한 BTX 사용을 부인하고 있다. 올해 10월 열렸던 국정감사에서도 한국타이어 측은 공장 내에서 사용하는 이 제품에 BTX 같은 독성물질이 없다고 재차 강조한 바 있다.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측은 대덕구청에 신고한 이 자료가 한국타이어가 BTX를 사용하고 있다는 핵심 근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타이어는 폐수 속 오염물질에 벤젠이 포함됐다 해도 공정 중 사용한 근거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공정에서 BTX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재차 강조하며 “벤젠은 공기중에도 있는 물질이다. 대전 공장 바로 옆이 고속도로이기도하다”며 연관성을 부인했다.

한국타이어의 부인에도 BTX 사용 가능성을 제기하는 정황은 줄곧 제기돼 왔다. 회사의 해명과 달리 톨루엔과 크실렌이 노동자들의 2007년 건강검진 자료에 유해물질로 적혀 있기도 했다.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측은 특히 지난 11월 사측이 항소를 포기한 안씨 유가족과의 손해배상 소송 판결이 작업환경에 유해물질이 있다는 결정적인 근거라고 강조했다.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박응용 위원장은 <투데이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손해배상 재판에서 유해물질이 기준치 이하라도 장시간 노출됐다면 누적치를 적용해야한다고 판결했다”며 “이게 결정적 이유다. 사측이 인정하고 있지않은 노동자들에 대한 유해물질에 의한 산업재해를 인정해야하는 근거와 기준을 만들어 준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11월 11일 한국타이어는 대전 공장에서 일하다 폐암으로 숨진 노동자 안 모 씨의 유가족가 벌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사망원인이 열악한 작업 환경 때문이라는 법원판결에 대해 항소를 포기한 바 있다. 고인된 안씨는 산재로 인정받았지만 유가족이 추가로 손해배상을 제기하면서 벌어진 소송이다.

사실상 한국타이어가 노동자 사망의 책임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면서 노동자 측의 집단 소송도 본격화된다.

박응용 위원장은 “대한변협 인권센터와 함께 노동자 사망 진실규명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려졌다”며 “대한지방변호사회도 법률 지원팀을 꾸려 20여명이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산업재해 인정 소송과 함께 시효(3년)가 지난 노동자의 경우 손해배상 소송도 병행해 진행할 것”이라며 “지역민의 동의를 얻어 감사원 감사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국타이어 측은 “집단소송에 대해서는 아직 들은 내용이 없어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최근 항소 포기와 관련해서는 “지난 판결은 이미 산재 승인이 난 상황에 손해배상을 다툰 것으로 산재 인정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산재협의회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에서 지난 1996년부터 2017년까지 총 160명이 사망했다. 사인은 뇌출혈을 비롯해 심근경색‧심장질환이나 암, 자살 등 다양했다. 이 중 산재인정을 받은 것은 25명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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