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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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더웨이? 해서웨이!

“도니 하더웨이 있어요?”

“하더웨이가 아니라 해서웨이입니다. 햇·서·웨·이!”

소울(Soul) 음악인 도니 해서웨이(Donny Hathaway, 이하 도니)를 떠올릴 때마다 어느 레코드점주에게 발음을 지적당했던 일화를 상기시킨다. 당시 괜스레 억울한 마음이 일어 “저도 압니다. ‘마돈나’는 ‘머다나’이고 ‘마세오 파커’는 ‘메이시오 파커’라는 것을요.”라며 마음속으로만 외치고 샐쭉거렸다.

그 레코드점은 좋은 음악이 흘러나오고 진열대에 라이선스 과정을 거치지 않은 직수입 음반들이 빼곡히 놓여 있던 나만의 핫플레이스였다. 십수 년의 시간이 흘러 이제 추억 속에만 존재하게 된 그곳은 허망하게도 마감에 쫓기며 음악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풋내기만 덩그러니 남겼다.

세월의 속절없음을 무색하게 하는 것도 있다. 매년 이맘때면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와 왬(Wham)의 “Last Christmas”가 어김없이 여러 곳에 울려 퍼진다. 발표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계절 음악이다. 그나마 올해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인기 탓인지 ‘크리스마스 클리셰’가 좀처럼 기를 못 펴는 형세다.

This Christmas

도니를 떠올린 건 크리스마스가 돌아왔기 때문이다. 내게 최고의 소울 캐럴(Carol) 음악을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그의 “This Christmas”라고 말할 것이다.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의 “Santa Claus Goes Straight To The Ghetto”, 조니 무어(Johnny Moore)의 “Merry Christmas Baby”, 잭슨 파이브(The Jackson 5)의 “Give Love On Christmas Day” 등 꽤 많은 크리스마스 소울 음악이 있지만, 도니에 대적할 만한 건 없는 듯하다.

머라이어 캐리와 왬의 곡은 비교적 원곡이 인기가 지속되는 반면, 도니의 곡은 발표 이후로 꾸준히 여러 형식과 분위기로 각색되어 수백 개의 커버가 존재함에도 매년 새로운 게 나온다. 그래서 그런지 전통의 권위가 느껴지기도 한다. 마침 2014년 음악의 권리 보호를 목적으로 한 미국의 비영리 단체 ‘ASCAP(American Society of Composers, Authors and Publishers)’는 ‘세기의 크리스마스 음악 30선’에 “This Christmas”를 포함했다.

비화

“그는 마치 베를 짜는 직공처럼 편곡, 제작하고 녹음했어요. 머릿속에 모든 걸 담고 있었죠. 그는 잊지 못할 음을 마법 부리듯 만들어내더라고요.”

- 네이딘 맥키노(Nadine McKinnor)

도니는 데뷔 앨범 [Everything Is Everything (1970)]의 성공이 채 가시기도 전에 새로운 작업을 구상하고 있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사회에서 통용되는 상징적인 크리스마스 음악을 만들고 싶어 했던 것이다. 마침 스튜디오에서 카펫을 깔고 있던 실내 장식가 론 풀리엄(Ron Pulliam)은 도니의 야심 가득한 계획을 엿듣고 그에게 여자친구인 네이딘 맥키노(이하 네이딘)를 추천한다.

도니에게 초대받은 네이딘은 그의 스튜디오에서 마치 시를 읽듯 가사를 읊어 내려가며 본인의 여러 작품을 소개했다. 네이딘의 낭독에 몰두하던 도니는 강렬한 영감을 준 곡이 나타나자, 즉시 그녀와 함께 작업에 착수했다. 그의 오랜 음악 동료인 릭 포웰(Rick Powell)은 2016년 매체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둘의 작업이 착수되자 우리 바람대로 될 줄 알았어요. 진짜 ‘스탠더드’가 될 음악을 원했거든요.”

네이딘은 틈날 때마다 메모장에 가사를 적고 다니는 우체부였다. 남자친구로부터 ‘도니 해서웨이’라는 음악인을 소개받기 전까지는 그를 전혀 몰랐을뿐더러, “This Christmas”의 가사도 앤디 윌리엄스(Andy Willams)가 불러주는 꿈을 꾸며 작성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도니와 만난 덕분에 매년 7,000만 달러라는 큰 수익을 올리는 저작권자가 되었다.

 

노랫말

“Hang all the mistletoe. I’m going to get to know you better this Christmas.

(미슬토를 모두 달아요. 이번 크리스마스엔 당신을 좀 더 알아가려고요.)”

‘미슬토’는 서양에서 크리스마스 때 사용되는 대표적인 장식이다. 우리가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이고서 첫눈이 내릴 때까지 남아 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하는 것처럼, 그들은 미슬토 아래에서 입맞춤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문장 ‘Gonna get to know you better’는 ‘60년대 미국 밴드 스팽키 앤 아워 갱의 음악 “Like To Get To Know You(1968)”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역사적인 “This Christmas”의 첫 가사가 완성되었다.

“This Christmas”가 대중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까닭은 아마도 노랫말이 전하는 메시지가 한몫을 했을 것이다. 기존 캐럴이 크리스마스가 주는 환상, 또는 종교적인 내용에 충실했다면, “This Christmas”는 ‘명절을 즐기는 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매체에서 맥키노는 이렇게 말했다. “노랫말엔 산타도, 예수도, 칠면조도, 눈(Snow)도 없어요. 그 어떤 것보다 빛(Light)을 많이 이야기하죠.” 여기서 그녀가 말하는 빛은 ‘난로의 빛’과 ‘내가 바라보는 당신의 눈빛’이다.

Outro

“This Christmas”는 지난 세월과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현재로 연결한다. 크리스마스가 돌아올 때마다 또 어떤 음악인이 새로운 커버를 부를까 기대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마룬 파이브(Maroon 5)의 키보드 연주자로 유명한 피제이 모튼(PJ Morton)이 크리스마스 앨범을 발표하면서 그만의 느낌으로 각색한 “This Christmas”를 담았다. 덕분에 어김없이 추억과 기대가 공존하는 순간을 즐기게 됐다.

▲ 정휴 음악칼럼니스트
▲ 정휴 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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