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투데이신문 정치부】 2018년은 한반도에 중요한 변화가 있었던 한해였다. 그동안 대치 상황이었던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어 닥친 것은 물론, 미국과 북한 간에도 대화가 오가는 등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제 남북은 총칼을 내려놓고 한반도의 미래를 위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따라서 남과 북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현명한 결정을 해야 하는 시기다.
신년사로 시작된 한반도 훈풍
올해 한반도에 불이닥친 훈풍의 시작점은 아무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출발한다. 지난 1월 1일 김 위원장은 조선중앙TV를 통해 신년사를 밝히면서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표단 파견, 남북관계 개선,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 등을 언급했다. 이에 우리 정부가 즉각적으로 화답하면서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이 파견되는 길이 열렸다. 이는 남북이 올 한해 동안 화합의 길로 나아가는 발판이 됐다.
‘평화올림픽’ 된 평창동계올림픽
지난 2월 개최된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이라고 부를 수 있었다. 남북은 단일팀을 구성했고,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개막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른바 ‘백두혈통’으로 불리는 북한 최고위층의 사람이 우리 땅을 밟았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김 부부장은 또 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자신은 김 위원장의 특사로 왔다면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끊어졌던 남북 정상 간의 대화가 다시 이어지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북미정상회담 물꼬 튼 대북특사
이후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은 대북 특사 자격으로 방북해 김 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왔다. 정 실장이 귀국할 때만 해도 남북정상회담과 관련된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했다. 이어 대북 특사단은 다시 미국으로 향했고, 이때만 해도 언론은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설명하기 위한 방미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정 실장은 지난 3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뒤, 백악관 앞에서 깜짝 발표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조만간 만남을 가진다는 내용이었다. 역사상 처음 있는 미국의 대통령과 북한의 지도자가 만남에 세계가 깜짝 놀랐다.
예술로 하나 된 남북…‘봄이 온다’
이와 함께 남북 대화의 물꼬는 일사천리로 터졌다. 그야말로 봇물 터지듯이 각 분야에서의 대화가 이어졌고, 곧 남북은 예술로 하나가 됐다. 평창올림픽 개막식을 앞둔 지난 2월 8일 북한 예술단이 강릉아트센터에서 공연을 펼쳤다. 오랜만에 북한 예술단의 공연이기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후 화답하는 차원에서 우리 측 예술단이 4월 2일 평양에서 ‘봄이 온다’는 제목으로 공연을 했다. 예술단은 올해 가을에는 ‘가을이 왔다’는 제목으로 공연을 하기로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함께 군사분계선 넘은 남북 정상
지난 4월 27일, 남과 북을 다시 잇는 이벤트가 벌어졌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역사적 만남을 가진 것이다. 이날 만남의 또 다른 의미는 북한 지도자가 우리 땅을 밟았다는 것이다. 이날 김 위원장은 북측 판문각에서 나와 군사분계선 앞에 마중 나온 문 대통령과 악수했다. 그리고 세계가 깜짝 놀랄 이벤트가 벌어졌다. 군사분계선을 넘어 우리 땅을 밟은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북측 땅으로 가자고 제안했고, 두 정상은 손을 잡고 북측 지역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퍼포먼스를 했다. 이 장면은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알렸다. 또한 이날 도보다리 산책은 그 어떤 영화보다도 많은 의미를 세계에 전달했다는 평가다. 이날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이행에 대한 처음으로 명문화한 판문점 선언이 채택됐다.
갑작스럽게 열린 2차 판문점 정상회담
판문점 정상회담 이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일정이 확정되면서 남북은 바빠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나 어떤 내용으로 대화를 할 것인지에 대한 준비 과정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갑작스럽게 비밀 정상회담을 지난 5월 26일 열었다. 핫라인을 통해 대화하던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나자’는 말 한마디에 급만남을 가진 것이다.
역사상 최초로 열린 북미정상회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남을 가졌다. 역사상 최초로 열린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서로 신뢰가 쌓였다는 평가를 내렸다. 또한 이날 싱가포르 선언에서도 비핵화 이행을 명문화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물론 혹자들은 이날 만남에 대한 의미를 축소시키고 있지만, 북미 양 정상이 만나 대화를 했다는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고 있다.
평양에서 다시 만난 양 정상
지난 9월 18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평양에서 3차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가 실질적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유엔 감시를 허용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 모인 평양시민 10만명 앞에서 연설을 했다. 이날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이행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평양시민에게 밝힘으로써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전 세계에 알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양 정상은 백두산 정상을 함께 등반하면서 우의를 다졌다.
비핵화 의지 놓고 엇갈리는 북미
지난 5월, 북한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더 이상 핵실험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했다. 아울러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쇄 및 미군 유해송환 등도 이뤄졌다. 북한은 이를 통해 자신들이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을 세계에 보여줬다고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핵실험 리스트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비핵화 협상 테이블은 현재도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교착상태 빠진 비핵화
미국과 북한은 6.12 싱가포르 회담 이후 비핵화 협상 테이블 마련에 노력을 기울였지만, 협상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북한은 자신은 비핵화 이행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판단한 반면, 미국은 아직 흡족한 결과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핵시설 리스트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북한으로서는 리스트를 제출했음에도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김 위원장의 서울 연내 답방도 사실상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