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지난 회차 칼럼에서 필자는 역사에서 “신체의 유지”를 강조하는 모습들을 살펴봤다. 특히 불교를 성리학으로 대체하는 과정, 단발령(斷髮令)에 대한 저항에서 “신체의 유지”가 강력한 이데올로기로 작동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단발령에서 근대적 사고방식이 ‘몸이 부모로부터 왔다’는 사고방식보다 우위에 서는 모습, 당시의 젠더 의식, 국가가 개인의 신체를 통제하는 모습 등이 나타났다. 특히 단발령에서 엿볼 수 있는 세 모습은 미셀 푸코(Michel Foucault)가 감옥, 병원 등에 대해 연구하면서 권력이 작동하는 모습을 확인한 것과 비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국가 권력이 정밀하게 인간을 통제한 모습은 지금까지도 유효할지도 모른다.

이번 회차 칼럼에서는 지난 회차와 반대로 “신체의 변형”을 시도한 여러 가지 모습들을 소개할 것이다. 박상언은 그의 연구에서 윌리엄 라프뤼르(William R. LaFleur)의 연구를 참고해 ‘몸의 변형방식에는 두 가지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는데, 그 첫 번째로 신체의 일부를 잘라내거나 변형시키는 방식을 제시했다. 박상언은 여기에 할례, 문신, 금식, 태형, 입술이나 발의 점진적 변형 등이 있다고 꼽았다. 이러한 사례들은 “신체의 변형”이라는 기준에서는 하나로 묶을 수 있지만, 좀 더 세부적인 기준도 확인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할례와 문신의 경우 자신이 어떤 민족, 혹은 부족인지, 혹은 어떤 종교의 신자인지를 나타내는 역할을 한다. 남성에게 할례의 의무를 종교적으로 부여한 대표적인 민족은 유태인이다. 이후 위생의 문제와 맞물려서 한국과 일본에서도 남성의 할례가 있었지만, 오랜 시간동안 남성의 할례는 스스로가 유태인임을 나타내는 상징과도 같았다. 또한 문신은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자신들의 수호신이나 부족의 상징을 몸에 지워지지 않도록 새기는 것이 정체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리고 지금은 몸의 치장, 본인의 의지와 다짐을 드러내는, 즉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으로도 널리 사용된다.(물론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역사에서 문신은 형벌의 수단으로도 사용됐다. 이것 역시 문신을 받는 사람이 죄인이라는 정체성을 강제로 심어주는 것이었다.)

둘째, 종교와 연결돼서, 궁극의 대상과의 합일(合一)이나 궁극의 대상 자체가 됨을 추구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신체의 변형은 자연스레 신체의 고통을 수반한다. 이러한 고통을 극복함으로써 각 종교에서 생각하는 종교의 최고 경지에의 도달을 시도했다. 예를 들어서 금식은 다른 말로 바꾸면 단식이다. 단식은 힌두교와 불교 등에서 수련의 한 방식으로 이해되었다. 또한 예수가 걸었던 십자가의 길과 십자가형을 그대로 재현해 봄으로써 예수의 고통의 경험과 신앙심의 강화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가운데에서 예수가 받았던 채찍질을 그대로 받는 사람들도 있다. 채찍질이 태형과 비슷하게 매를 맞는 행위라는 점에서 유사한 것으로 이해해도 무방할 것 같다.

셋째, 욕망의 절제를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각 종교에서 욕망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그리고 이러한 욕망에 대한 시각은 몸에 대한 시각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각 종교의 욕망에 대한 관점은 최소한 무관심이고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금식은 식욕에 대한 직접적인 제한이다. 또한 특정 욕망에 대해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한 욕망이 생길 때 스스로에게 태형을 가하는 방식으로 욕망을 절제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넷째, 지난 회차 칼럼과 마찬가지로 일부 종교와 지역의 젠더 의식을 엿볼 수 있다. 할례에 대하여 앞에서는 남성에 대해서만 언급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여성에 대한 할례도 시행된다. 그런데 여성에게 할례를 행하는 원인은 앞에서 “셋째”로 언급한 욕망의 절제와 연결된다. 여성에게 할례를 시행하면 여성의 성욕(性慾)을 줄일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이것은 여성에 대한 왜곡된 시선과 잘못된 해결방안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또한 발의 점진적 변형으로는 중국에서 유행했던 전족(纏足)을 들 수 있다. 이것은 여성의 발을 일부러 자라지 못하게 어릴 때부터 묶어놓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여성의 발이 작으면 예쁘다는 여성의 외모에 대한 과거 중국의 인식 때문이다. 또한 발을 작게 만들면 상대적으로 골반과 둔부가 커져서 더욱 풍만해 보인다는 시각적 욕망도 그 원인이 되었다.

신체의 유지와 변형을 기준으로 인류는 많은 담론들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러한 담론들이 신체와 연결돼 있느니만큼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뒤에 종교, 사상 등 인류의 정신적 산물이 근거로 자리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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