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임시 주주총회 개최, 준비금 감소 의안 상정
2조원 이익잉여금 전환, 대주주 고액배당 가능성
정몽준·정기선, 주식담보대출 상환 시점 맞물려
김종훈 “배당보다 투자, 고용안정 등 지원이 먼저”

(왼쪽부터)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뉴시스
(왼쪽부터)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회사 현대중공업지주가 준비금 중 2조여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것을 두고 대주주를 위한 고액배당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오는 28일 국립대구과학관 사이언트리홀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날 임시주총에는 서유성 사내이사 보선과 준비금 감소가 안건으로 올라간다.

특히 준비금 감소 의안은 2조 원에 달하는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준비금은 회사가 장래 발생할지도 모르는 일에 대비하기 위해 적립해 두는 금액으로 상법상 준비금 총액이 자본금의 1.5배를 초과할 경우 초과한 금액 범위 내에서 자본준비금을 감액해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현재 5조904억여 원의 준비금을 쌓아놓고 있다. 올 3분기 기준으로 현대중공업지주의 자본금은 약 8140억원으로 1220억원을 초과 한 준비금 2조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의안은 이번 임시주총에서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통결의 사안으로 투표에서 출석주주 의결권의 과반수를 넘기면 된다. 더군다나 이익잉여금으로의 전환이 주주배당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준비금은 배당의 재원이 될 수 없지만 이익잉여금으로 성격이 전환되면 무상증자나 배당이 가능하다. 특히 이익잉여금이 재원일 경우 주주가 납입금을 돌려받는 성격으로 인정받아 과세도 되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업계에서는 전환된 이익잉여금이 배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대주주 일가로의 고액배당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지분 25.80%)과 아들인 정기선 부사장(지분 5.10%)이 각각 164만9487주, 22만9095주을 담보로 받은 대출 상환이 남아있다. 담보가치 7974억원에 6000억원대 주식담보대출을 받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조원을 전액 배당으로 돌릴 경우 예상되는 정씨 부자의 배당규모는 약 6200억원으로 대출 상환금액과 비슷한 규모다.

이렇다 보니 이번 임시주총 안건이 현대중공업 정몽준, 정기선 부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조선업 부진 등을 이유로 현대중공업그룹이 인원감축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절성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노동계에 따르면 최근 3~4년간 현대중공업그룹은 사내 하청업체 포함해 2015년 약 6만7000명에 달했던 직원 수는 2018년 8월 약 3만2000명으로 감소했고, 하청업체들 또한 다수 도산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민중당 김종훈 의원은 임시주총을 하루 앞둔 27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지주가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려고 하는 이유는 배당을 그만큼 늘리려는 목적”이라며 “잉여금은 회사가 어려워질 때 대비해 쌓아놓은 비상금 같은 것으로 현대중공업 대주주와 경영진은 회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비상금을 사용했어야 하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이익잉여금 전환 결정을 중단해야한다”며 “2조원은 배당이 아니라 조선업발전을 위한 투자와 노동자, 하청업체, 지역경제를 위해 쓰여야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7일에도 김 의원과 정의당 추혜선 의원,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조선업 불황 극복과 사업역량 집중을 위한 전략적인 투자를 강화해야하는 시기에 현대중공업지주가 최대주주 일가에게만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줄 고액배당을 재고하라”고 지적했다.

이날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지주사 지분의 30.9%를 갖고 있는 총수일가는 엄청난 부를 독식하게 되는 것”이라며 “현대중공업이 지속가능한 성장 발판을 만들기 위해선 갑질 피해를 당한 협력업체들에 대한 보상과 상생방안 마련, 노동자들이 일자리로 되돌아갈 수 있는 재고용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이익잉여금 전환은)주주가치 제고 등 주주친화 경영 방침의 일환으로 추진한 것”이라며 “배당은 앞서 밝힌 배당성향 정책에 따라 진행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8월 지주사 체제 완성 당시 주주 친화 경영을 강화하겠다며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의 비율)을 지주사는 70% 이상, 자회사는 30% 이상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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