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인 채용시험’이라 회유, 사표 요구했다는 주장 나와
과기부 장관 표장 직원, 핵심 노조간부 등 주요직원들 탈락

ⓒ한국정보화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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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전국 청각언어장애인을 위한 중계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손말이음센터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대량해고를 자행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31일 KT새노조 손말이음센터지회에 따르면 한국정보화진흥원은 무기계약직 전환대상자들에게 ‘형식적인 채용시험’을 진행할 것이라며 위탁운영업체인 KTCS에 사표를 제출한 후 시험에 응시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최종합격자는 전체직원 39명 중 18명에 그쳤고 나머지 직원들은 무기계약직 전환 탈락에 따른 해고 대상이 됐다.

앞서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손말이음센터 노동자들을 공공부문 직접고용 대상으로 정하고 2019년 1월 1일부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예상치 않았던 채용시험이 진행되고 오랜 경력을 가진 직원 상당수가 무기계약직 전환에 탈락하면서 노조는 ‘진흥원의 취업사기’라며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손말이음센터지회는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손말이음센터를 KT계열사인 KTCS에 위탁운영 시켰고 중계사들은 KTCS에 고용된 노동자들이었다. 그런데 진흥원은 이들이 직접고용 대상으로 전환되자 무기계약직 전환시험에 응시할 때, KTCS에 사표를 제출하는 것을 조건으로 응시하도록 했다”라며 “형식적인 채용시험이라는 한국진흥원의 달콤한 말을 믿고 KTCS에 사표를 제출한 노동자들은 졸지에 채용시험에 응시했다가 기존 직장도 잃어버리고 말았다”고 힐난했다.

특히 해고자 중에는 ▲센터 발전에 공헌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을 받은 직원 ▲사이버성폭력 국내 최초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아 감정노동자의 상징이 된 직원 ▲중계사 보호를 위해 활동한 핵심 노조간부 ▲10여년 경력의 장기근속자 등이 포함돼 있던 것으로 나타나 기관의 눈 밖에 난 직원들을 잘라낸 것 아니냐는 의혹을 키웠다.

손말이음센터지회는 “공공부문 정규직화라는 대통령의 약속이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는 비정규직 대량 해고로 둔갑했다”라며 “전국공공운수 KT새노조 손말이음센터지회는 엉터리 무기계약직 전환시험을 통해 전환이 아닌 해고를 단행한 한국정보화진흥원과 전환을 약속했던 노사정위원회를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이날 해명자료를 내고 청년실업으로 고통 받는 외부 채용 희망자에게도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채용절차를 진행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기존 기간제 근로자와 소속외 인력 등에게 채용 기회의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이지 무조건적인 채용은 또 다른 부작용과 불공정을 낳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엄격한 절차와 공정한 기준을 적용했다”라고 해명했다.

또 “통신중계사 39명 중 30명이 무기계약직 전환을 희망했고 그중 29명이 전환 절차에 응시했다. 3차에 걸친 엄격하고 공정한 전형 절차 결과 18명이 합격했다”라며 이번 채용절차의 합격률은 62%로 과거에 진행한 행정직, 전산직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밖에 사전에 KTCS에 사표제출을 요구하고 의도적으로 탈락시킨 직원이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진흥원 직원 누구도 통신중계사들에게 사표 제출을 전환조건으로 내건 적이 없고 사표를 제출한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라며 “KTCS에도 중계사들의 사표제출과 관련해 어떠한 요구를 한 적도 사표 제출에 대해 들은 바도 없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에서 주장하는 노조 관계자, 장관 표창 수여자, 장기 근속자 등에 대한 불합격 통보는 사전에 자기소개서에도 나타나 있지 않은 내용으로 임직원면접자들이 확인할 수 없었다”라며 “특정한 사유로 불합격시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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