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유튜브서 “靑, 민간기업 사장교체·국채발행 압박”
기재부 “靑 지시 없어...법적 검토 거쳐 적절한 조치” 반박
신뢰성 의혹 제기, 폭로 동영상서 메가스터디 홍보 논란

사진=기획재정부 전 사무관 신재민씨 유튜브 방송 캡쳐
사진=기획재정부 전 사무관 신재민씨 유튜브 방송 캡쳐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전직 기획재정부 사무관 신재민씨의 ‘KT&G 사장 교체 개입 의혹’ 등 잇따른 폭로에 정부가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했다.

기획재정부는 3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기재부는 문재인정권 청와대의 KT&G·서울신문 사장 교체 시도와 4조원대 적자국채 발행 강요를 주장한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신재민(32·행정고시 57회)씨에 대해 고소·고발 등 법적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은 “(신 전 사무관에 대해) 현재 여러가지 법적인 검토를 거쳐서 요건에 해당한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강력 대응 의지를 밝혔다.

앞서 신씨는 지난 29일과 30일 유튜브 영상을 통해 청와대가 KT&G와 서울신문 사장 교체를 시도하고 4조원대 적자 국채 발행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신씨는 지난 29일 유튜브에 올린 ‘뭐? 문재인 정권 청와대가 민간기업 사장을 바꾸려 했다고?!’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민간기업인 KT&G 사장을 교체하려 했다고 폭로했다.

신씨는 지난 5월 정부의 KT&G 사장 인사개입 의혹 보도를 촉발한 문건을 언론에 제보한 이가 본인이라고 밝히면서 자신이 입수한 문건에 정부가 기업은행을 통해 KT&G 주주총회에서 사장 연임에 반대 목소리를 내도록 지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KT&G의 2대 주주다.

신씨는 또 청와대가 “서울신문 사장도 교체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며 “민간기업 사장을 교체하려 한 것이 지난 정권과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신씨의 폭로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청와대가 국채 추가 발행을 강요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신씨는 지난 30일 두 번째 유튜브 동영상에서 “지난해 8조7000억원 규모의 국채를 추가 발행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국익보다는 청와대의 정무적 판단이 우선이라는 판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 재정이 박근혜 정부와 연결됐기 때문에 불필요한 적자 국채를 발행해 전 정부의 부채를 늘렸다는 주장이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의 폭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의 폭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는 신씨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신씨가 제시한 KT&G 관련 문건에 대해 기재부는 당시 출자관리과에서 담배사업법상 정상적인 업무처리 일환에서 KT&G 현황을 파악한 것일 뿐 청와대 지시에 의해 사장 인사에 영향을 미치려고 작성한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구 차관은 “담배사업법상 KT&G에 대해 출자관리과에서 관리하게 돼 있다”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민영화된) 기관에 대해 절대로 (동향 파악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 전 사무관이 업무 담당과인 출자관리과가 아닌 국고과에 근무하고 있는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위치에 있지도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또 적자국채 발행 압력을 가했다는 주장에는 “당시 대내외 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을 감안해 기재부 내부는 물론 관계기관에서 여러 대안이 제기됐고 치열한 논의 및 토론이 있었다”며 “당초 국채 발행규모가 28조7000억원이었는데 당시 20조원 발행되고 나서 세수 여건이 생각보다 좋았기에, 또 물량이 줄어들는 상황에서 국채매입(바이백) 하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있고 해서 추가 발행할 필요에 대해 논한 결과 추가 발행하지 않기로 결론이 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신씨의 연이은 폭로에 대한 진정성 논란도 일고 있다.

신씨는 지난 29일 공개한 첫 영상 말미에 자신이 온라인 교육업체인 메가스터디와 계약 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향후 공무원 수험생을 대상으로 행정학을 강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씨는 “사실 메가스터디에 강사로 계약을 맺은 다음에 지금 상당 기간 잠수를 타고 있다. 메가스터디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제가 왜 그만 뒀는지, 영상으로 내용이 정리되고 정말 공무원 준비생들한테 정말 잘 가르칠 수 있게 강의 준비가 되면 그때 정말 열심히, 메가스터디에 몸을 담아서, 충성을 다해서 열심히 강사 생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메가스터디가 최근 공인중개사시험 대비 강좌를 시작했고 편입뿐 아니라 약학대학 시험대비(메가MD), 대학수학능력시험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좋은 강좌를 하고 있다며 홍보하기도 했다.

이에 신씨가 예비 고시학원 강사로서 인지도 향상을 위해 노이즈 마케팅 차원에서 이번 폭로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지적이 일자 신씨는 30일 공개한 두 번째 유튜브 동영상에서 “메가스터디와 계약을 하고 4개월 동안 연락 두절 된 것이 미안해 사람 된 도리로 뭔가 보상을 해주고 싶었다”며 “이것 때문에 제 진정성이 의심될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신씨의 계약한 교육업체 메가스터디는 때아닌 홍보 논란에 휩싸여 당혹해 한다는 전언이다. 메가스터디교육은 지난 7월 중순쯤 공무원사업부에서 진행하는 공무원 온라인 강의(행정학)와 관련해 신 전 사무관과 계약한 사실이 있지만 지난 8월 중순 이후부터 신 전 사무관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메가스터디 측은 신싸와의 계약과 거취 문제에 대해 내부 논의를 거쳐 추후 결정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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