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쇄신 행보에 나선 은행·증권계, 50대·여성 CEO 두드러져
불황 점치는 카드·보험사는 CEO 연임으로 조직 안정화 꾀해

KB증권의 박정림 부사장을 필두고 은행 및 증권업계에 인적 쇄신 바람이 불고 있다 ⓒKB금융지주
KB증권의 박정림 부사장을 필두고 은행 및 증권업계에 인적 쇄신 바람이 불고 있다 ⓒKB금융지주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2018년 금융권 인사가 마무리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은행과 증권업계에서는 젊은 경영진으로의 교체와 함께 인적쇄신의 의지를 또렷이 드러냈으며 여성 CEO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반면 업계의 침체가 예상되는 카드 및 보험사들은 수장들의 유임을 통해 안정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올해 금융계에서 가장 눈길을 끈 인사는 KB증권의 박정림(55) 대표 선임이다. KB금융지주는 박 대표를 비롯한 여성인사들을 대거 기용하면서 업계의 여풍 바람을 이끌었다.

KB증권은 지난 21일 주주총회를 열고 박정림, 김성현(55) 전 부사장을 각자대표로 최종 결정했다. 박 대표는 자산관리(WM)·리스크·여신 부문 등에서 폭넓은 업무 경험을 갖고 있으며 수익창출 역량을 높게 평가 받고 있다. 특히 업계 최초의 여성 CEO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KB금융지주는 이밖에도 KB국민은행의 조순옥 상무를 첫 여성 준법감시인으로 임명했으며 김종란 신탁본부장을 발탁하는 등 임원급 여성을 총 5명으로 늘렸다.

신한금융지주는 계열사 CEO들을 대대적으로 교체하면서 주요 자회사의 수장들이 50대가 됐다. 더욱이 고위직 임명에 있어 고졸, 여성을 중용하면서 대내외적인 분위기 쇄신에 힘을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졸신화’로 유명한 신한은행 진옥동(57) 신임은행장은 입사 이후 명동지점, 오사카지점 등을 거쳐 일본 SH캐피탈 사장, SBJ은행 사장, 신한은행 부행장,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을 역임했다. 유의미한 성과를 낸 위성호 신한은행장의 갑작스런 해임으로 일각에서는 경영분쟁에 대한 잡음도 나왔지만 후임자인 진 은행장이 조직 쇄신의 적임자라는 데에는 대부분 수긍하는 분위기다.  

신한금융지주는 또 신한금융투자와 신한 BNP파리바자산운용의 수장으로 각각 50대인 김병철(56) 사장과 이창구(57) 사장을 임명했다. 특히 김 사장은 증권업계에서 투자은행(IB) 전문가로 손꼽혀 신한의 수익창출 의지를 엿보게 한다.

신한금융 왕미화 자산관리사업부문장, 신한은행 조경선 부행장보 등 부행장급 여성임원의 기용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KEB금융지주는 지난 28일 KEB하나은행의 부행장 6명, 전무 7명을 신규로 선임하며 대대적인 새로운 인물 수혈에 나섰다.

이번 인사조치에 따라 KEB하나은행의 부행장과 전무가 각각 10명, 16명으로 늘어난 것을 감안한다면 임원진의 절반을 새로 뽑은 셈이 된다.

이는 타행과 비교하면 2배에 가까운 규모로 임원진을 확대기용한 수준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대외 영업 강화를 위한 외부 인사의 영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KEB하나은행은 이번 인사와 관련 “디지털 트렌드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 조직에 비전과 혁신을 제시할 수 있는 인재를 발탁했다”며 “성공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졌다”고 말한 바 있다.

신한·삼성·현대카드 등 CEO 연임하기로 결정
보험사도 국제회계기준 도입 앞두고 변화 자제

은행·증권업계에 인적쇄신의 거센 바람이 한 차례 지나간 것과 달리 카드·보험업계는 기존 대표들의 연임을 결정하며 사업의 안정성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카드 수수료 인하에 따른 카드사들의 영업이익 감소 부담과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인한 보험사들의 자기자본 확충 부담이 유효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수익성 저하를 우려한 KB국민카드는 다음달 2일까지 희망퇴직 신청 접수를 받고 있으며 지난달부터는 현대카드가 창업지원 내용을 포함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KB손해보험과 미래에셋생명, 한화생명 등 보험사들도 인력감축을 시도했거나 추진 계획을 갖고 있는 등 긴축 분위기가 업계에 팽배하다.

이 가운데 롯데그룹은 롯데카드 김창권(60) 대표이사의 사장 승진을 결정했다. 김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지만 이번 승진으로 내부적으로는 사실상 연임의 길이 열렸다는 분위기다.

롯데그룹의 이번 결정은 카드사 매각을 앞두고 김 대표이사에게 힘을 실어주는 한편, 내부 직원들의 결속을 다지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롯데카드의 매각 추진과 관련한 다양한 설들이 나도는 가운데 어수선한 분위기를 잠재우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 역시 지난달 27일 롯데카드의 매각 추진이 공식화 되자 사내 홈페이지를 통해 “임직원 삶이 불안해지지 않을 최적의 인수자를 찾아 고용안정과 처우가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임영진(58) 사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신한금융지주가 주요 계열사 CEO들의 교체를 단행한 것에 비춰 보면 확연히 구분되는 결정이다.

특히 신한카드의 경우 부사장의 연임도 확정되면서 공격적인 경영 보다는 조직을 안정화 하는 한편, 기존의 사업들을 강화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밖에 삼성카드의 원기찬(58) 사장, 현대카드의 정태영(58) 부회장도 연임이 결정됐으며 하나카드의 정수진 사장 역시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보험업계 역시 안정화를 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중론이다.

현대해상, 미래에셋생명 등 내년 3월 임기를 마치는 주요 보험사 CEO의 연임이 기대되는 가운데 NH농협손해보험과 KB손해보험이 대표를 연임하기로 했다.

NH농협금융지주는 지난 17일 임원추천위원회를 열고 오병관 사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임원추천위원회의 판단에는 오 사장이 임기 중 보여준 조직 안정화 역량이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평이다.

지난 19일 KB손해보험도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양종회 대표의 두 번째 연임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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