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폭로 감행 신재민, 자살 기도까지
재정과 행정전문가들, 오해했을 수도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일제히 공세 포문 열어
공익적 내부 폭로는 진실 관계없이 보호해야

청와대의 KT&G 사장 교체 개입 및 적자 국채 발행 의혹 등을 폭로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청와대의 KT&G 사장 교체 개입 및 적자 국채 발행 의혹 등을 폭로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3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유서를 남기고 잠적하는 소동이 벌어지면서 이 내부고발자의 운명이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들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등 상임위원회를 열어 이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재정전문가들이나 행정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신 전 사무관이 과잉대응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처럼 신 전 사무관이 의인이 될 것인지, 아니면 오해를 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점차 증폭되고 있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지난해 12월 28일과 30일 유튜브에서는 상당한 파문이 일어났다. 신 전 사무관이 청와대 압력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신 전 사무관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다. 기획재정부가 KT&G 사장 인사에 개입했는데, 여기에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다는 내용과 2017년 11월 정부가 1조원 규모의 국고채 ‘바이백(조기 매입)’을 취소하고 적자국채 발행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부당한 압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KT&G 인사 개입 과정에서 기재부가 기업은행을 움직였다고도 주장했다. 기재부가 인사 개입에 기업은행을 움직였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직권남용 적용이 가능하다. 신 전 사무관은 이에 내부고발을 넘어 공익제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 전 사무관은 2일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을 공익제보자로 보호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후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유서를 남기고 잠적하면서 정치적 파장은 상당히 커졌다.

신재민의 운명

이후에도 신 전 사무관에 대한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들은 그를 공익제보자로 추켜세우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87년 민주화운동 이후 최대 공익제보라면서 진상조사단까지 꾸리는 등 이번 이슈를 최대한 키우겠다는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해당 의혹을 다룰 기재위 소집을 요구했다. 하지만 신 전 사무관이 관련 의혹에 대해 오해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특히 재정전문가와 행정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신 전 사무관이 5급 사무관으로서 자신이 보고 느낀 경험을 얘기한 것인데, 오해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KT&G 사장 교체 건은 미수에 그치면서 직권남용 적용이 힘들어지게 된다. 물론 기업은행을 움직였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에는 직권남용 적용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는 법정에서 다툼이 있는 대목이기 때문에 직권남용 적용까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의 KT&G 사장 교체 개입 및 적자 국채 발행 의혹 등을 폭로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청와대의 KT&G 사장 교체 개입 및 적자 국채 발행 의혹 등을 폭로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의인인가 오해인가

1조원 규모의 국고채 ‘바이백’ 취소 및 적자국채 발행 결정 과정에서 청와대의 부당한 압력이 있었다는 주장에도 부정적인 시선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신 전 사무관이 나름대로 진정성 있게 문제제기를 했다면서도 국민의 오해가 누적될 것 같아 그를 고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신 전 사무관이 얘기한 것들에 정부를 어떻게 한다던가, 기재부를 난처하게 한다는 의도가 있지 않았다고 본다”면서 “본인이 아는 범위 내에서 말하다 보니까 기재부 내에서 실제 이뤄진 고려와 의사결정 과정에서 본인이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본인이 보고 들은 것을 전체로 얘기한 바람에 잘못 알려진 것이 있다”고 말했다. 즉, 의사결정 과정을 부당한 압력행사로 오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동연 전 부총리도 홍 부총리와 마찬가지로 대답했다. 뿐만 아니라 재정전문가들과 행정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신 전 사무관이 청와대와 기재부가 논의하는 과정을 부당 압력 행사로 오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더욱이 국채 발행 등은 통치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직권남용을 적용하기 힘들다는 법조계의 분석도 있다.

정치권의 대응은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신 전 사무관의 폭로에 대해 공을 인정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신 전 사무관의 용기에 대해 무조건 비난한다면, 앞으로 내부 폭로는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이유다. 또한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신 전 사무관의 폭로를 이용해서도 안된다는 목소리도 강하다.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신 전 사무관의 폭로를 이용하면, 앞으로의 내부제보자 역시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바람처럼 왔다갔다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익적 목적의 폭로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무너지게 된 것도 공익적 내부 폭로자 때문이었고, 사회가 깨끗해진 것 역시 공익적 내부 폭로 때문이었다. 이런 이유로 신 전 사무관의 폭로를 무조건 매장할 수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 전 사무관의 폭로로 인한 정치적 파장은 당분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계속해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다음주 청와대 인적 쇄신이 단행된다면 그에 따른 공방 역시 처절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에게 엄청난 파도가 돼서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신 전 사무관이 의인인지, 아니면 오해를 한 것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되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그에 따른 정치적 후폭풍은 앞으로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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