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XC 보유 지분 98.64%, 전량 매각 소식 나와
M&A규모 10조원 추정, 텐센트 등 인수 거론

ⓒN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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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넥슨의 김정주 대표가 지분 전량 매각설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매각 여부에 대한 대답은 아니었지만 새로운 사업으로의 진출을 시사하며 추후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4일 김 대표는 자신이 보유한 넥슨의 지주사 NXC의 지분을 처분한다는 소식이 나온 지 하루 만에 공식적인 입장을 내놨다. 다만 매각설의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여전히 함구하며 양해를 구했다.

김 대표는 “줄곧 회사의 성장을 위한 최선의 방안은 무엇인지, 저의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지 늘 주변에 묻고 스스로에게 되물으며 고민해 왔다”라며 “지금도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보다 새롭고 도전적인 일에 뛰어든다는 각오를 다지면서 넥슨을 세계에서 더욱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드는데 뒷받침이 되는 여러 방안을 놓고 숙고 중에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방안이 구체적으로 정돈되는 대로 알려 드리겠다. 그때까지 양해해 주셨으면 한다”라며 “어떤 경우라도 우리 사회로부터 받은 많은 혜택에 보답하는 길을 찾을 것이다. 제가 지금껏 약속드린 사항들도 성실히 지켜 나가겠다”고 부연했다.

앞서 넥슨의 김 대표가 지분을 처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게임업계 전체가 술렁였다. 특히 김 대표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을 합하면 98%를 넘어서는 만큼 사실상 회사 매각 차원에서 처분 작업이 이뤄져야 해 대규모 M&A(인수합병) 성사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투자은행(IB)과 게임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자신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NXC의 주식 전량을 매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상은 김 대표 67.49%, 부인 유정현 NXC 감사 29.43%, 김 대표 개인회사인 와이즈키즈가 보유한 1.72% 등 총 98.64%에 달하는 지분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매각주관사로 도이치증권과 모건스탠리가 선정됐다는 소식과 함께 다음달 예비입찰이 열릴 예정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NXC는 넥슨의 지주사로 47.9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김 대표의 지분 처분은 지주사의 매각이자 사실상 넥슨의 인수자를 찾는 작업일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일본증시에 상장한 넥슨의 시가총액이 약 13조원인 것으로 미뤄 전체 매각 규모가 최대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NXC가 보유한 넥슨의 지분 약 6조원에 유모차 브랜드‧유럽 암호화폐 거래소 등의 계열사 가치,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추정한 수치다.

현재 시장에서 주요 인수자로 거론되는 기업은 중국의 게임사 텐센트다. 국내 게임사들은 독자적으로 넥슨을 인수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대 규모의 M&A였던 삼성전자의 미국 하만 인수도 9조272억원이었다.

텐센트는 카카오게임즈·넷마블·크래프톤 등 국내 게임사의 지분을 갖고 있는 등 한국과 인연이 깊다. 또 에픽게임즈, 슈퍼셀 등 세계적인 게임사들을 인수하며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어 넥슨 역시 검토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텐센트는 이미 넥슨의 자회사가 개발한 ‘던전앤파이터’를 중국에 서비스하고 있어 상호간 교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텐센트의 인수 자금력 또한 문제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텐센트의 자산은 2017년 12월 기준 5546억7200만위안(한화 약 90조7400억원)이며 매출도 2598억7200만위안(한화 약 42조5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EA나 월트디즈니 등 글로벌 기업들이 넥슨 인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예측들이 나오지만 아직까지는 뒷말에 불과할 뿐이다.

김 대표가 지분을 매각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히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지난 2년 동안 이어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로감을 호소해왔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른바 ‘넥슨주식사건’을 겪으며 지난해 무죄판결을 받기 까지 심리적‧육체적으로 지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시각에서는 현재가 넥슨을 매각할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김 대표가 종종 조언을 얻기도 하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게임회사 지분을 정리하는 모습을 견본 삼아 새로운 분야로의 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넥슨의 매각설을 둘러싸고 다양한 말들이 나오는 가운데 게임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넥슨을 인수할 수 있는 역량의 게임사는 넷마블이나 엔씨소프트 정도로 축약될 것 같다”며 “넥슨이 매물로 나온 게 사실이라면, 국내 게임업계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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