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작년 지선서 ‘페미니스트 서울시장 후보’로 주목
2018년 키워드 ‘페미니즘·불평등·가짜뉴스’ 꼽아
“차별·불평등 극복하고 기후변화 막아낼 녹색당”
2020 총선 원내진입 목표…“후보 발굴·외연확대”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투데이신문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지난해 6·13 지방선거는 진보정당들이 약진하며 인지도를 높인 선거였다. 그중에서도 녹색당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원내 정당 후보를 제치는 등 이전 선거에서는 볼 수 없던 득표율을 올렸다.

특히 당시 ‘페미니스트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던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선거벽보와 현수막이 훼손되는 등 ‘백래시(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한 반발)’의 대상이 되면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는 지난해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페미니즘을 나타낸 사건이기도 했다.

올해 29세의 청년이기도 한 신 위원장은 페미니즘뿐 아니라 청년·불평등 이슈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인물이다. 신 위원장은 2020년 총선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투데이신문>은 작년 6·13 지선에서 ‘페미니스트 서울시장 후보’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던 신 위원장을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녹색당사에서 만나 지난해 한국 사회를 돌아보고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의견과 2020 총선 원내진입을 위한 전략을 들어봤다.

6·13 지선, 아쉽지만 성과 있어

Q.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페미니스트 서울시장 후보’라는 슬로건으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정치인 신지예’를 스스로 평가한다면.

시작은 잘했다고 평가한다. 새롭게 시작하는 청년정치인이 두각을 드러내기 쉽지 않은 게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그중에서도 반짝하는 정치스타들이 굉장히 많았고, 보통 청년정치인은 정당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 사용되기 때문에 공천을 받는다고 해도 탈락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배치되곤 한다. 특히 여성 정치인이 그렇다. 배현진 자유한국당 서울 송파구을 당협위원장이 그런 경우다. 그렇게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정치를 할 첫발을 잘 뗐다고 생각하지만 갈 길이 멀다.

Q. 녹색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32명의 후보를 냈다. 당선은 하지 못했으나 몇몇 지역에서는 원내정당의 후보를 제치기도 했는데, 녹색당의 지난해 지방선거를 평가한다면.

전체 녹색당의 지방선거 전략으로 보면 미스 포인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광역단체장 후보가 나오는 것은 녹색당의 비례득표율을 높이는 전략이어야 했는데, 거기까지 이르지 못한 점이다. 고은영 전 제주도지사 후보는 3위를 하는 등 선전을 했지만, 전국적으로 녹색당은 2016년 총선보다 비례 득표율이 떨어졌다. 여기엔 몇 가지 요인들이 있다. 정의당은 완전히 비례에 올인(All in)하는 전략을 써서 단체장 후보보다는 정의당에 투표해달라는 메시지를 훨씬 더 많이 냈다. 그런데 녹색당은 선수를 드러내는 쪽으로 목표를 잡았다. 이게 비례 득표로 이어졌어야 하는데 이 흐름을 타지 못했다. 이런 것이 미스 포인트였지만, 그럼에도 신선한 후보들을 많이 발굴하고 한국 사회에 필요한 메시지들을 잘 던졌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녹색당 의제 선보일 것”

Q. 지난해 10월 12일 당내 공동운영위원장 선거 결과 5기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게 됐다. ‘대표’가 아닌 ‘운영위원장’이라는 호칭을 쓰는 것이 생소한데 이에 대해 설명한다면.

기존의 ‘대표’는 뛰어난 엘리트로서 우매한 대중을 굽어살피는 통치자의 캐릭터가 굉장히 강했고 그런 서사를 만드는 데 노력해왔다. 그런데 오늘날 필요한 대표의 상은 이런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수많은 정책과 다양한 답 가운데 의견을 조율해내면서 협력하고 선택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갖고 있더라고 엮어낼 수 있고, 소수자들을 대변하는 등 기존과 다른 대표자의 상이 필요하다. 녹색당이 지향하는 가치가 이와 맞닿아있다. 녹색당은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갖는 각 시·도 지역 녹색당의 연합체다.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당의 대표가 아니라, 지역당 위원장들의 모임인 전국운영위원회의 장(長)으로서 운영위원장이라는 호칭을 쓴다. 또 당내 민주주의 원칙으로 ‘여남동수제’를 채택하고 있어 여성 1인과 남성 1인의 공동운영위원장을 선출하고 있다. 이는 지역당도 마찬가지다.

한 달에 한 번씩 전국의 위원장들이 모여 상시적인 의사결정체인 전국운영위원회를 연다. 여기서 녹색당의 주요 방향을 결정하는데 운영위원장은 여기서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인물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조율해내고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기여하는 역할을 한다.

Q. 5기 운영위원장으로서 올해 목표가 있다면.

지난해 지방선거 이전에는 녹색당 자체를 모르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러나 지선을 통해 녹색당의 인물을 대중에게 드러내고 당을 알릴 수 있었으니 이를 기반으로 녹색당이 가진 여러 가지 면을 보이려 한다. 지난해는 페미니즘을 중심으로 녹색당이 부각됐다면, 이제는 노동에 대안을 제시하고 환경·생태·동물권 등 다양한 의제를 대중에게 선보이려 한다. 올해 녹색당의 주요 의제는 ‘차별·불평등을 극복하고 기후변화를 막아내는 녹색당’이다.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투데이신문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투데이신문

“녹색당, ‘대안과 미래’ 가진 정당”

Q. 2020년 총선 원내진입을 위한 전략이 있다면.

녹색당은 지금까지 정책들을 너무 잘 만들어왔다. 사실 다른 어떤 정당들보다 정책집이 두껍다. 그런데 이게 너무 두껍다보니 유권자에게 잘 와닿지 않는다. 지난 2016년 총선 공보물은 글씨체가 너무 작고 빽빽하게 적혀있어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현대사회는 소음이 많은 사회라고 생각한다. 너무 많은 메시지들이 뉴스뿐만 아니라 SNS, 유튜브 등을 통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 정책을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 어떻게 유권자에게 닿을 수 있도록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지난 지선에서 작업한 것이 그런 것들이다. 녹색당이 가진 수많은 의제 중 하나를 골라 그것을 날카롭게 만드는 것이다. 이 같은 작업이 2020 총선에서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는 급하게 결정할 일은 아니고, 올해의 흐름을 살펴 정해야 한다. 그러나 기후변화·불평등·차별 세 가지는 주요 의제로 가져가려고 한다.

지난번 지선보다 조금 더 많은 서사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다. 예를 들면 2020년 선거 때 가까워져서 ‘후보로 출마하는 여성들이 많다’는 정도가 아니라, 올해부터 여성후보자를 발굴하기 위한 ‘She should run’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려 한다. 기존의 빤한 정치학교 같은 스타일이 아니라, 녹색당원이 아니더라도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고, 6개월 정도의 과정을 통해 정책보다는 메시지 전략을 짜는 법, 이미지 메이킹, 스피치, 토론 등을 훈련할 예정이다. 정치라는 영역에서 본인의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고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드러낼 것인가,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 하는 것들을 한 해 동안 스토리텔링하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공통의 프로젝트를 1년간 진행하면 완벽하진 않겠지만 스피커로서, 정당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가진 후보들이 많이 발굴될 거라고 생각한다.

당의 외연을 확대할 필요도 있는데, 매월 당원 확대를 위한 포인트를 잡고 행사 등을 통해 당원 모집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당원가입을 하기까지는 큰 결심이 필요한 것 같다. 정당에 가입하면 직장 등 사회생활을 하면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거나, 정치적인 사람처럼 보일 거라는 두려움이 있다. 한국에서 ‘정치적’이라는 말이 곡해돼서 쓰이기도 하고 오염된 측면들이 있지 않나. 그래서 당원가입도 있겠지만, 당원이 아니더라도 녹색당에 후원할 수 있는 후원회원을 모집하려 한다. 외연확장이라는 것을 단순히 당원 확대뿐만이 아닌 선거를 염두에 두고 고민한 것이다. 연합전선을 펼치는 게 유효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이 역시 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겠지만, 만약 선거제도 개혁이 된다고 하면 재미난 상황이 펼쳐질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을 통해 2020 총선을 잘 진행하고자 한다.

Q. 많은 진보정당 중 유권자들이 녹색당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녹색당과 다른 진보정당의 차이점이 있다면.

유권자들이 녹색당을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 유력 정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다. 특히 정의당에 표를 던지는 분들은 대부분 ‘녹색당이 좋은 정당이기는 하지만, 일단 정의당이 커야 한다’하는 마음이 있다. 또 ‘아직 역량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생각도 있다. 그럼에도 녹색당에 표를 던져야 하는 이유를 말한다면, 녹색당은 한국의 정당들 중 가장 다른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앙당, 대표단이 권력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권력을 쪼개놓는다. 그리고 운영위원 중 여성·청년의 비율이 굉장히 높다. 녹색당은 소수자를 대변하려는 정책적 가치를 갖고 있다.

또 녹색당은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라 국제적인 네트워크 정당이다. 여기에서 오는 힘 또한 분명히 있다고 본다. 자본주의, 기후변화 등 우리 사회의 문제들은 점점 국제적인 문제가 돼간다. 이를 조율하기 위해서는 세계 130여개국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그린즈(Global Greens. 세계녹색당. 5년마다 세계녹색당 총회를 개최한다)를 통해 한국 녹색당이 보여줄 수 있는 역량이나 성과가 많을 것이다. 그래서 대안과 미래에 표를 던지는 마음으로 녹색당에 표를 던져주시면 좋겠다.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투데이신문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투데이신문

국민 불행하게 만드는 선거제도 개혁해야

Q. 녹색당의 원내진입을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이 절실해 보인다. 그러나 거대 양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발목을 잡으면서 지지부진한 상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당위성·필요성을 말한다면.

한국의 선거제도는 국민을 불행에 빠트리는 선거제도라고 생각한다. 저는 녹색당 후보로 나서기 전까지는, 녹색당에 가입한 이후에도 녹색당에 표를 던지지 못했다. 한국의 선거제도는 필연적으로 소수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표를 사표(死票)로 만든다. 예를 들어 정의당이 선거에서 10%의 득표율을 올린다고 해도 실제 의석수의 10%를 가져가지는 못한다. 그러다보니 ‘힘의 불균형’을 없애기 위해 지지하는 정당이 아닌 다른 정당에 투표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 속성이 아니라고 확실히 말씀드리고 싶다. 본인이 원하는 것과 다른 후보나 정당을 뽑아야 하는 국민들은 선거 때마다 불행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선거제도가 바뀌게 되면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소수정당들도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제도가 되기에 우선 정치환경이 바뀌어야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은 정당보다 국민 개개인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선거제도 개혁이 녹색당에 바로 이득이 되진 않는다. 뉴질랜드 녹색당의 경우 선거제도가 개혁된 후 바로 원내진입을 이루진 못하고 그다음 선거에서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선거제도가 바뀌고 국민들이 이를 인지할 만한 시간이 좀 필요했던 것이다. 아마 선거제도가 개혁되면 바로 득 보는 것은 정의당일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녹색당도 이익을 볼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익이라기보다는 지지율만큼의 의석, 원래 받아야 했던 의석수를 받는 것이다.

Q. 대통령제하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는데.

이는 가짜뉴스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 중 과반이 대통령제다. 선거제도 개혁이 원 포인트 개헌과 같이 가야한다는 것은 자유한국당의 바람이고, 또 이에 말 맞춰주는 것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국회의원들에 대한 불신이 너무 크기 때문에 할 수 없다는 등 자기변명을 위한 가짜뉴스를 계속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Q.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어떤 활동을 이어갈 계획인지.

함께 공동운영위원장을 맡은 하승수 위원장도 시민단체 영역에서든 정당의 영역에서든 발 빠르게 뛰어왔는데, 이게 ‘올해의 과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적어도 2월, 아무리 늦어도 4월까지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개혁 분위기가 흐지부지 될 것이다. 개헌과 똑같을 거라고 생각한다. 개헌도 타이밍을 놓치니 얘기도 안 나오지 않나. 때문에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캠페인 등을 통해 2월까지는 총력을 기울이려고 한다.

지난해 6월 7일 당시 녹색당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가 동덕여대 앞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투데이신문
지난해 6월 7일 당시 녹색당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가 동덕여대 앞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투데이신문

“지난해 대한민국 관통한 키워드 1순위는 페미니즘”

Q. 2018년 한 해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뽑는다면. 그리고 그 이유는.

첫 번째로 페미니즘이 가장 컸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은 설명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모두가 공감하고 있을 것 같다(웃음). 여성의제가 이만큼 뜨거웠던 시절이 없던 것 같다. 물론 이전에도 수많은 페미니즘의 역사가 있었지만 이렇게 대중에 전면적으로 다양한 의제를 드러낸 시절이 없었던 것 같다. 성폭력, 미투, 낙태죄 폐지, 탈코르셋, 동일노동 동일임금, 가사노동, 돌봄노동 등 다양한 의제가 있지 않나. 페미니즘의 ‘원년’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여성들의 힘이 굉장히 컸다고 말하고 싶다.

두 번째는 불평등 이슈가 컸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모 언론사에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돌아가신 고(故) 김용균님을 비교한 글이 있었다. 그 글에 따르면 신재민씨는 부모가 나와서 사과할 수 있고, 직장을 그만둬도 유명 학원에서 강사를 할 수 있는 청년인 반면, 죽어도 제대로 얘기되지 않거나 죽어야만 겨우 얘기를 할 수 있는 청년도 있다. 청년들 사이에도 이런 불평등이 있다. 이는 오래전부터 나왔던 이야기 아닌가. 88만원 세대가 있는 것이 아니라 88만원 청년과 888만원 청년이 있다는 말이 나왔던 것처럼. 어떤 집단 안에서 계속해서 발생하는 불평등한 상황이 사회적으로도 계속해서 보인다. 이 불평등을 없애기 위한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 불평등 문제가 굉장히 주요한 이슈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는 가짜뉴스를 꼽고 싶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가짜뉴스가 너무 많이 나오고 있다. 놀랍게도 가짜뉴스를 퍼트리고 있는 게 일반 개개인이 아니라 조직된 보수단체들이나 정치인들로 보인다. 헛소문 정도가 아니라 조직적으로 대중을 선동하고 오도하기 위해 가짜뉴스를 만드는 흐름이 있다. 이 가짜뉴스를 없애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유튜브 정화사업이라고 할까(웃음). 그러나 처벌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장기적 해결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미디어 리터러시(매체 이해·분석) 능력을 교육하는 시스템을 만든다거나 콘텐츠 플랫폼의 의무를 확실히 하는 등 여러 방안이 있을 수 있다.

Q. 2018년 젠더이슈(성차별, 성폭력 등)가 심화되면서 ‘백래시’가 심해지기도 했다. 지선 당시 백래시를 당한 당사자로서 지난해 한국 사회의 여성혐오를 되짚어본다면.

백래시가 굉장히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다. 저는 이수역 사건도 백래시라고 생각한다. 이를 이용해 남성들을 결집시키려는 이준석 바른미래당 서울 노원병 당협위원장이나 바른미래당, 자유한국당은 우파 포퓰리스트들이다. 포퓰리즘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우파 포퓰리스트의 특징은 그 집단의 외부자라고 간주되는 사람을 적으로 두고 내부의 단결성을 만드는, 정책이라기보다 선동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있다고 본다. 문제를 푼다기보다 분노와 불안을 타 집단에게 화살을 돌리는 성향이 있는데, 이들이 백래시의 중심에 서 있다고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맞대응해야 한다. 수전 팔루디의 <백래시>를 보면 백래시는 전 사회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저는 한국사회의 백래시를 언론이든 작가든 누가 기록을 해준다면 좋을 것 같다. 이 기록이 나오면 수전 팔루디의 책만큼의 분량이 되는 책이 한 권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이 싸움에서 물러나지 않고 계속 싸워나가는 사람이 분명히 필요하다. 저는 싫지만, 제가 그렇게 돼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후퇴할 것 같아서 싸우려고 하고 있다.

Q. 지난해에는 사회 각계에서 미투(#Metoo)운동이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한국사회에서 미투운동이 갖는 의미는.

아마 한국의 여성이라면 성폭력이나 성차별 경험이 모두 있을 것이다. 소위 ‘바바리맨’이라고 하는 변태를 보는 건 너무 일상적인 일이라 얘기도 되지 않는 거고, 성희롱, 성추행이나 강간 등 성폭력을 당해왔다. 지금까지 한국 여성들은 그저 ‘운이 나빴다’고만 생각해왔다. 저도 중학생 때 ‘오늘 학교 오는데 바바리맨이 학교 앞에서 자위하고 있더라’는 얘기를 하면서 ‘운이 안 좋았네’, ‘눈 버렸네’ 하는 정도로만 넘겼는데, 사실 엄청난 폭력이었다는 것을 미투운동을 통해 나를 포함한 여성들이 깨닫게 됐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성폭력이 문화, 예술, 정치 할 것 없이 전 사회적으로 만연할 수가 있나. 심지어 엘리트 집단이라고 불리는 검사집단에서조차도 성폭력이 발생한다는 데 다들 놀랐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항해 여성들이 연대하고 함께 싸우려고 하는 ‘정치적 세력화’가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미투운동은 여성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기점이 됐다. 다른 한편으로는 남성들의 반응이 참 흥미롭다. 여성들은 여성이라서 동질감을 느낀다기보다, 성폭력을 당한 사람들에 대한 동질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곰탕집 성추행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당당위’처럼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남성에게 공감하는 이들이 많다. 곰탕집 성추행 사건 얘기가 나왔으니 더 말하자면,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왜 제 엉덩이 만지세요’라고 화낼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그런데 이를 합리화해내는 당당위 같은 남성들의 감수성은 오히려 남성이기 때문에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 이들이 왜 그렇게 반응하는지 생각해봤는데, 주변의 남성들에게 ‘성폭력 당한 적 있느냐’고 물으면 너무 명쾌하게 ‘없다’고 말한다. 생각해보지 않고 바로 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성들의 경우 피해를 돌아보게 되고 그게 떠오르게 된다. 피해의 역사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에서 오는 감수성, 공감, 이해의 차이가 정말 크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미투운동이 더욱 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남성들도 가부장제의 피해자이고 성폭력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피해가 일어나고 있는 폭력적인 구조와 상황들을 함께 이해해서 더 많은 남성들이 페미니스트가 돼 나서주시길 희망한다.

Q. 디지털 성폭력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웹하드 카르텔’ 척결을 위해 필요한 것을 꼽는다면.

지난해 웹하드 카르텔 문제에 열심히 대응했는데, 최초 업로더를 처벌하고 더 나아간 것은 형량을 강화하고 2·3차 유포자와 여성이 스스로 올린 셀카를 무단으로 유포한 것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유통업자 처벌 법안이 미비하다는 것이다. 현재는 1차 500만원, 2차 750만원 정도의 벌금이 전부다. 그래서 올해 초에는 웹하드 카르텔 유통업자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하는데 노력을 기울이려 한다. 혐오범죄처벌법 같은 것들로도 싸워보려 한다.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투데이신문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투데이신문

더 젊은 정치인 많아져야

Q. 청년이 정치에 나서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정치야말로 젊은 사람들이 해야 한다. 제도와 역사,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있는 전문직 관료들은 필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치는 소수 엘리트 집단의 영역으로 두기엔 더 커졌고,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술적, 제도적인 방법들이 많아졌다. 이제는 완벽한 답이 없는 시대고, 한국의 불평등한 상황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선진국들이 하지 못한 실험적인 제도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기본소득 같은 제도는 한국의 불평등을 없애는 데 굉장히 큰, 파괴력 있는 상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제도들을 검토하고 실험해보는 걸 지금부터 하지 않으면 20년 뒤에도 바뀌지 않는다. 지금 한국에는 장기적 감각을 갖고 과감한 전환을 실험해볼 수 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또 이를 위해서는 오랜 시간 시민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조율할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하다. 때문에 더 젊은, 20대 초반의 국회의원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국은 선거법상 피선거권이 만 25세부터 주어지지만, 뉴질랜드 녹색당의 경우 21세 여성 국회의원도 나오고 스웨덴 녹색당에서는 20대 초반에 국회의원을 지내고 31세에 교육부 장관이 된 사례도 있다. 이런 상황들 속에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지, 기성정치인들은 변화를 만들어내기 어렵다고 본다.

Q. 지난해 12월 10일,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사고로 숨지면서 ‘위험의 외주화’가 다시 한번 사회의제로 떠올랐다.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해결의 방향을 말한다면.

한국은 헌법에 명시된 노동권조차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임금, 노동자 처우, 노조 할 권리 등 문제가 산적해 있다. 기존의 문제들에 모두 공감하고,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간다면 고위험군 직업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당연히 돼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비정규직 직군이 있으니 이들을 위한 처우 개선이 돼야 한다. 이제는 비정규직이 모두 다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는 시대는 아니다. 완전 고용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고, 완전 정규직의 신화도 이미 끝난 시점이라고 본다. 노동에 대한 사람들의 관점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또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구분되지 않는 직업군도 다양하게 생겨나고 있다. 예를 들면 누군가에게 고용되지 않고 일하는 배달노동자들이 있다. 배달노동자들이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3~4개의 배달대행 플랫폼을 통해 일을 하다 보니 자신의 ‘갑’이 어디인지 모르는 상황이 된다고 한다. 고용된 것도 아니고 4대 보험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닌, 기존의 노동시스템으로 파악되지 않는 직군들이 많이 생겨났다. 올해 녹색당의 과업 중 하나로 청년 노동단체들과 만나면서 이를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지 고민해보려 한다.

또 빠르진 않겠지만 노동의 영역이라는 것이 불분명해지는 시점이 분명히 올 것이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본소득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투데이신문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투데이신문

기후변화 막기 위해 과감한 투자·전환 있어야

Q. 지난 2일 새해 인사를 통해 “차별·불평등을 극복하고 기후변화를 막아내는 녹색당이 되겠다”고 밝혔다. 여성혐오 외에도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등 사회에 만연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녹색당이 내세우는 가치나 방안이 있다면.

차별금지법 제정이 제일 중요하다. 또 혐오범죄방지법 혹은 증오범죄처벌법을 통해 혐오를 기반으로 한 폭력을 없애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다양한 소수자들이 있기에 세밀한 법안들이 많이 필요하다. 장애인의 경우 현재 탈(脫)시설 운동이 굉장히 길게 있었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사회에서 함께 살 수 있을만한 제도적인 장치는 미비하다. 이를 위한 정책과 제도가 확충돼야 한다. 장애인 노동권·이동권도 개선돼야 한다. 성소수자의 경우 동반자등록법과 동성혼 법제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 이주민의 경우, 한국은 난민에 대한 제도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 독일은 난민 100만명을 받지 않았나. 독일을 보면서 굉장히 놀랐던 것은, 임금이나 주거공간을 지원하는 것도 있지만 지역마다 인구와 토지에 비례해 이민자 수를 할당했다. 또 난민들이 노동자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선주민들과 만날 수 있는 교차점을 계속해서 만들어준다. 독일은 정원문화가 잘 돼 있는데, 함께 공동의 정원을 가꾸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하고 주민센터 같은 곳에서 파티를 열어 선주민과 난민들이 만나게 한다. 그곳에서 일할 권리만 얻어 그저 노동자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난민들이 독일의 ‘국민’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통로를 마련하는 게 놀라웠다.

Q. 지구온난화, 미세먼지, 탈핵 등 환경문제를 야기하는 것들에 대한 대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탈(脫)석탄 해야 한다. 이산화탄소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탈석탄 정책과 함께 배기가스, 플라스틱을 줄이는 것 등 해야 할 것이 많다. 각 지역마다 에너지 생산·소비·재활용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또 플라스틱이 과소비되지 않도록 규제정책도 마련돼야 한다.

재생에너지로 넘어갈 수 있는 투자도 과감하게 일어나야 한다. 태양광 발전의 단가가 원자력 발전보다 낮다. 원자력발전소에 투자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국익을 봐서라도 원자력발전소에 투자하면 안 된다. 재생에너지를 향한 과감한 투자와 전환이 필요하다.

Q. 원전을 폐기할 경우 전력 공급 부족, 전기료 인상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은.

전력 부족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이 굉장히 크다. 이 불안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 흐름대로 간다면 전기는 항상 부족할 것이다. 전기는 계속해서 과소비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과소비를 하게 되면 공급률을 높이고, 이에 맞춰 소비하면 다시 공급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전력공급시스템이 마련돼 왔는데, 처음 소비할 때부터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독일은 탈핵을 결정하면서 각 지역마다 에너지 소비·생산을 분배했다. 이후 독일의 몇몇 도시에서는 신축되는 건물이 ‘플러스에너지하우스’가 아니면 아예 건축할 수 없도록 했다. 플러스에너지하우스란 난방을 하지 않아도 겨울에 따뜻한 집이다. 뜨거운 물을 사용하면 그냥 버려지는 게 아니라 난방에 활용된 뒤 화장실에서 사용되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원전을 폐기하는 대신 전력 사용을 줄이고도 효율적으로 냉난방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에너지를 적게 쓰는 게 꼭 고통과 직결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국민들이 얼마든지 공감할 수 있다고 본다.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투데이신문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투데이신문

文 대통령, “이게 나라냐” 시민 질문에 답해야

Q. 최근에는 녹색당 유튜브 채널 운영, KBS 시사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 고정출연 등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녹색당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를 많이 확보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런 걸 특별히 고민한 것은 아니고 어쩌다보니 이렇게 됐다(웃음). 녹색당의 이름을 내걸고 공중파에 정기적으로 나가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어서 잘 해보려 노력 중이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것은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기 보다는 진심이 담긴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펼쳐지는 일들을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까를 잘 설명할 수 있는 채널로 운영하려고 한다. 앞서 말한 ‘She should Run’ 같은 경우 유튜브에도 콘텐츠를 많이 업로드 할 계획이다.

페미니즘이나 청년정치 관련해서 강연도 종종 하고 있다. 5~6월쯤에는 한국 사회의 이슈들과 그에 대한 개인적인 고민을 담은 아기자기한 책도 한 권 내려고 준비 중이다.

Q. 2019년 한국 정치·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말한다면. 이를 이루기 위한 녹색당의 역할은 무엇일까.

2016~2017년 시민들이 광장에서 외쳤던 질문은 ‘이게 나라냐’하는 것이다. 저는 이게 매우 철학적인 질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박근혜나 최순실, 혹은 어떤 소수의 권력자가 공적 영역인 나라를 마치 사유재산처럼 사용한 현실에 분노하고 질문한 것이다. 최순실로 시작됐지만 광화문광장에서는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이 터져 나왔다. 당시 촛불시민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한 100가지 의제가 있었다. 거기에는 선거제도 개혁도 있었고 소수자 정책도 들어있었다. ‘이게 나라냐’라는 질문을 외치면서 시민들은 자신들이 꿈꾸는 나라를 이야기했다. 그 100가지 의제를 살펴보면 된 게 거의 없다. 가장 큰 두 가지 축은 불평등을 줄이고자 하는 경제민주화와 부동산 문제 등 토지정의였다. 그런데 경제민주화는 된 게 거의 없다. 문재인 정부에 굉장히 불만스러운 게, 이 정부에서 다시 삼성을 공식 행사에 초청하고 개인적으로 만나기까지 하면서 어떤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고 본다. 이는 범죄를 처벌해야 하는 과업이 부여된 정권임에도 자기 소명을 저버린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경제민주화가 매우 중요했음에도 이번 정권에서 해내지 못했다고 본다.

또 지난해 국회를 보면 통과된 법안이 많지 않다. 미투 관련 법안을 예로 들면, 법안이 200개 정도 올라왔는데 이 중 8~9개만 통과됐다. 차별금지법은 아예 제정조차 되지 않았고,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기 위한 제도를 만든다고 해놓고 이행하지 않았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매우 실망했다. 올해는 실망한 만큼 불평등을 없애고 경제민주화를 이뤄내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녹색당은 경제민주화와 여성혐오 등 차별·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해 기존에 사회에서 다루지 않았던 소수자와 약자들을 대변하는 정치를 이어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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