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한국사회를 말하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국민 지지 얻을 슬기로운 노동정책 전략·전술 필요한 때”
[2019 한국사회를 말하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국민 지지 얻을 슬기로운 노동정책 전략·전술 필요한 때”
  • 전소영 기자
  • 승인 2019.01.11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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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2018년 절반의 성공 거둬”
최저임금 인상·노동시간 단축 ‘환영’
탄력근로제·최저임금 결정 개편 ‘난색’
노사 간 갈등, 구조적 원인 해결해야
올해 노동 이슈, 지난해와 비슷할 듯
노동정책 전략·전술 잘 선택할 시점

노동시간·최저임금 등을 둘러싼 노사 갈등과 여성 대상 성범죄, 장애인·성소수자 차별, 청년·노인 일자리 부족 등 2018년에도 다양한 이슈가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다. 해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열기는 아직도 식지 않고 있다.

<투데이신문>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지난해 대한민국의 중심에 있던 이슈들을 진단하고, 앞으로의 방향과 해법을 찾기 위한 [2019 한국사회를 말하다]를 기획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부소장 ⓒ투데이신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부소장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100대 국정과제 중 63번과 64번은 노동자를 위한 ‘노동존중 사회 실현’, ‘차별 없는 좋은 일터 만들기’였다. 노동기본권을 실현하고 비정규직과 외주화를 줄이는 등 그동안 노동계에서 꾸준하게 요구해온 것들이 적극 반영된 결과물이었다.

앞선 두 정부와는 다른 행보를 예고한 문재인 정부에게 노동계에서 거는 기대가 컸고, 정부는 이에 부응하듯 임기 초기부터 노동 문제에 발 빠르게 움직였다.

역대 최고 최저임금 인상률을 기록하고 주 52시간 상한제를 가동했으며, 공공부분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 또 노동계의 숙원이던 KTX 승무원과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도 이뤄졌다.

그러나 임기 3년 차, 위기 국면을 맞았다. 그간의 공세와 달리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저임금 결정 방식 변경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예고하는 등 경영계의 눈치를 보며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노동계는 2018년을 마무리하며 ‘절반의 성공’이라는 아쉬운 평가를 내렸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부소장은 올해가 그동안 논쟁에 있던 사안들이 본격적으로 방향을 잡아갈 중요한 시점이 될 거라고 말한다. <투데이신문>은 지난 7일 김종진 부소장을 만나 지난해 한국 사회의 주요 노동 이슈를 되돌아보고, 그 중심에 있는 노동계와 경영계의 갈등과 그 원인을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할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부소장 ⓒ투데이신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부소장 ⓒ투데이신문

Q. 지난해 다양한 노동 관련 이슈가 있었는데, 2018년 한국의 노동사회 전반을 평가한다면.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가 ‘노동존중 사회’다. 노동존중 사회에는 노동 기본권 실현, 법·제도 개선, 비정규직 감소, 직장 내 괴롭힘 개선, 외주화 근절 등이 포함돼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와는 전혀 다른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학자나 전문가, 노동계에서 요구했던 내용 대부분이 포함된 만큼 기대가 컸다. 임기가 시작된 2017년 5월부터 그해 하반기까지를 준비 단계라고 치면, 이후 6~7개월이 흐른 2018년에는 본격적으로 무언가 성과를 보여야 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와 두 차례의 최저임금 결정, 주 52시간 노동 단축 등의 성과를 이루며 기대는 매우 높아졌지만 법제도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만족도는 떨어졌다. 게다가 경제상황이 나빠지면서 고용률까지 위태로워졌고 지난해 11월 이후에는 최저임금 결정방식이나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탄력근로제 근무시간 유예 등이 논의되는 등 경제중심으로 상황이 흘러갔다. 종합해보면 2018년은 ‘절반의 진전, 절반의 불이행’의 한해였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덧붙여 올해는 이 문제를 본격화하는 과정이 될 것 같다. 

ⓒ뉴시스
지난해 7월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뉴시스

Q. 역대 최고 인상률을 기록한 최저임금이 적용·시행됐다. 현장 반응은 어땠나.

노동자들의 만족도는 높다. 일부는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이 지켜지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사회정책 중 노동계가 만족할만한 정책 중 하나다. 지난해 16.4%, 올해 10.9% 인상률은 이전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향상됐다고 볼 수 있다. 각각 154만원, 176만원 정도인데 이만큼 올라온 건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만족스럽다. 다만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두 자릿수를 기록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Q. 경영계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다.

한국은 GDP 12위(2018년 기준) 국가로, 노동생산성이 결코 낮지 않다. 때문에 현실화된 최저임금이 필요하다고 판단, 앞서 두 차례와 같이 올린 거다. 한국 경제 상황이 월 190~200만원, 시급 9500원~1만원까지는 문제없다고 본다. 일자리 안정자금 정책도 올해부터 적용됐어야 했다. 앞선 두 번의 인상은 불만은 있었지만 파급을 불러일으킬 정도는 아니었다. 처음부터 일자리 안정자금이라는 카드를 써버리니 더 이상 카드가 없어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에 들어간 거다.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종합적 검토가 부족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Q.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목표가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밝혔는데.

공약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 모든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자신들이 내건 공약을 전부 지킬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지키기 어렵다는 현실에 대해 충분히 얘기할 수 있다고 본다. 1만원이라는 금액은 상징적이다. 1만원을 목표로 했더라도 9000원대 후반에서 그칠 수 있다. 다만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이 필요하게 된 건지, 보완 정책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고용 감소 등으로 경영계에 밀린 모양새다.

Q. 자영업자와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갈등 구도로까지 확대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선후가 명확해야 한다. 자영업이 어렵게 된 구조적 문제는 최저임금이 아닌 다른데 있다. 예를 들어 높은 수수료나 임대료, 무분별한 자영업 확장이 있을 수 있겠다. 3년 동안 최저임금을 동결한다고 해서 자영업이 안 망할 수 있을까.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최저임금이 2~7% 정도 오를 때도 자영업자들은 어려웠다. 여러 구조적 이유로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에게 최저임금 인상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순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동의하는 정부라면 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완충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정책을 공정거래위원회나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기업벤처부 등을 통해 준비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 부분은 이렇다 할 정책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상가 임대차 보호, 수수료 인하 등은 사회적으로 매우 필요한 정책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논쟁이 치열하게 이뤄져야 한다.

ⓒ뉴시스
지난해 11우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노동시간 단축 역행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규탄 기자화견ⓒ뉴시스

Q. 지난해 7월부터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가 가동됐다.

노동시간 단축은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다. 현재 주 52시간제는 300인 이상의 대기업과 공공기업을 대상으로 시행 중이다.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2020년부터 적용된다. 지난해 7월 도입돼 아직 6개월이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파급을 평가할만한 자료가 없다. 사실상 300인 이상의 대기업이나 공공기업에서는 감내할 수 있을 정도라고 보고 있다.

1~2년 시행해보고 탄력근로제 등을 고민했어야 하는데, 크게 진전도 못하면서 너무 빨리 꼬리를 내려버렸다. 속도 조절을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정책이 후퇴돼서는 안 된다. 노동조건이 향상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업의 애로사항을 지원하는 건 마땅하지만, 주 52시간제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도 않은 시점에서 기업의 문제를 들여오는 건 문제다. 반증주의에 답이 있다고 본다. 사회복지시설도 예산이 없다고 하지만 주어진 예산 내에서 잘 운영되고 있는 사례가 있다. 거기라고 이견이 없었겠는가. 맞춰가는 거다.

Q. 외주화 문제도 끊임없다. 지난해 말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가 안타깝게 사망했는데.

외주화를 하는 이유는 비용절감과 탄력적 업무 운영 때문이다. 만약 100만원이 필요한 사업을 외주에 맡기면 60~70만원 정도로 비용이 감소한다. 또 회사 운영이 어려우면 계약을 종료하고 다른 업체 입찰 과정에서 인력을 조절하는 등 상황에 따라 업무를 효율적으로 조정 가능하다. 이 밖에도 사용자로서의 책임이나 노조와의 관계성이 원청에 없고 정규직이 기피하는 업무를 보완할 수 있다. 외주화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막기 어려운 구조라고 본다. 다만 이를 최소화하고 산업안전에 관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징벌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 예를 들어 5억 아끼려다 500억원의 징벌에 처하게 되면 기업은 예방을 위해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 예방이라는 시그널을 주는 게 핵심이다. 한국사회에서 외주화 문제는 직접고용만으로는 해결이 어렵고 제도 등을 통한 상호보완이 필요할 것 같다.

Q. 28년만의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됐으나, 외주화 예방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있는데.

원래 제안된 내용과 국회의 안이 절충된 안건이 반영되다보니 원안보다는 강력하지 못하기 때문에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다만 기존보다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처벌조항을 강화했다는 데 시사점이 있다. 이번 개정 산안법 통과는 태안화력발전소의 20대 하청업체 직원이 사망하면서 사회적 공분이 응축된 영향이 컸다. 최근 조국 민정수석이 ‘검찰 개혁을 위해서는 행정부만으로는 안 되고 국민의 힘이 필요하다’고 했다. 산안법도 마찬가지다. 징벌성을 강화하고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등 더 실효성 있는 산안법으로 나아가는 데는 사회적 공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Q. 여성 노동자 차별 개선도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한국 여성의 경우 20대 초중반에는 취업률도 높고 정규직 비율도 높지만 30대 접어들면 결혼과 임신, 육아 등을 이유로 취업률이 급격히 줄어든다. 자녀가 어느 정도 성장하고 노동시장에 다시 입성하려는 40대에는 취업률이 늘어나긴 하지만 20대에 못 미치고 비정규직 비율이 높아진다. 비정규직의 60%가 여성일 정도다. 기업을 대상으로 남녀 고용형태나 임금 고용형태 공시하도록 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제제나 조치를 지시하는 등 적극적인 고용 개선 조치가 필요하다. 여성 노동자 문제는 앞서 얘기한 최저임금이나 노동시간, 외주화와 비교해 실증적인 연구가 매우 부족하다.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뉴시스
(위에서부터) 지난해 11월 23일 열린 삼성전자-반올림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식, 지난해 2월 21일 열린 쌍용차 해고자 문제 완전 해결 촉구 기자회견, 지난해 6월 4일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KTX열차승무지부의 문재인 대통령께 드리는 호소문 발표 기자회견 ⓒ뉴시스

Q. 해묵은 노동문제가 해결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11년 만에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중재안에 합의했는데.

촛불 항쟁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삼성 이재용 부회장 구속수사 여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파괴 문건 등이 맞물려 이뤄낸 결과라고 본다. 사과나 중재안의 내용이 피해 당사자 입장에서는 100% 만족스럽지 못할 수 있겠다. 한편으로는 더 밀어붙일 힘이 있었겠는가 싶기도 하다. 한국에서 건들 수 없는 대표적인 세 곳이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삼성전자, 조선일보 아닌가. 법과 언론, 재벌권력이 연결된 한국 상황을 봤을 때는 나름 큰 성과를 이뤘다고 본다. 다만 이를 계기로 반올림법이나 기업살인법 등과 같이 예방·방지를 위한 법제도를 마련해야 하는 과제가 국회에게 남아 있다.

Q. 10여년 간 투쟁해 온 KTX 승무원과 쌍용차 해고자들이 복직에 성공하기도 했다.

두 사건 모두 법원과 연결돼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KTX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정부의 압박으로 대법원 판결이 뒤집혔다는 의혹이 있고, 쌍용차는 정부의 압박으로 대법원이 향후 회사의 경영위험성을 감안해 구조조정을 인정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KTX와 쌍용차 모두 문재인 정부가 아니었으면 해결되기 어려웠을 거라고 본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 이후 변화된 환경을 보여주는 노동존중 사회의 대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부소장 ⓒ투데이신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부소장 ⓒ투데이신문

Q.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인 ‘소득주도성장론’ 어떻게 평가하나.

1990년대 유엔(UN) 산하 국제 노동기구 ‘ILO’(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에서는 ‘임금주도성장론’이라는 패러다임을 제시했는데, 이를 응용한 게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이다. 임금주도성장에서 경제주체를 임금을 받는 노동자에 한정해 임금주도 성장을 이루도록 한다면, 소득주도성장에서는 성장의 주체를 자영업자, 프리랜서, 중소기업 등까지 확대하고 아동수당이나 청년수당 등 비임금성의 복지정책을 통한 성장을 목표로 한다. 현 정부가 추구하는 방향성이나 철학, 정치 패러다임에 부합하는 정책이라고 본다.

Q. 2019년에는 어떤 노동 이슈에 주목해야 할까.

지난해 이슈 몇 가지가 올해도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연초부터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단축은 계속 논의되고 있다. 최저임금이 올해 노사 간 갈등의 쟁점이 될 것 같고, 공공부분 정규직 전환이 이뤄진지 1~2년여의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임금 인상 관련 갈등이 예측된다. 이 밖에도 직장 내 괴롭힘, 산업안전, 감정노동이 있다. 오는 6월이면 ILO 창립 100주년이다. 100년이라는 시간 동안 노동의 형태나 산업도 많이 바뀌었고, 이를 반영해 1919년에 썼던 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내용에 대한 기대나 이해갈등이 있을 수 있겠다.

Q. 2019년은 어떤 해가 되길 바라나.

한국의 경제상황이 녹록치 않다. 3년 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가 전략과 전술을 슬기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겠다. 전략은 중장기적으로 방향을 제시하는 거라면, 전술은 사안에 따라 수정이나 변경이 가능하다. 국민의 지지를 얻고 조직이 성과도 이룰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을 잘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6월에 있을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가 핵심이지 않을까 싶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정책을 슬기롭게 풀어나갈 수 있길 바라고, 아울러 기본적 권리가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점에서 올해는 ILO 기준에 맞게 단결권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확보된 단결권이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될 수 있도록 노동계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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