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 폭행, CCTV 영상 보니 경악할 수준
여성 접대부 요청도, 추태에 나라 망신시켜
광역행정 확대로 인해 기초의회 필요성 대두
지역 주민, 견제와 감시로 기초의원 통제해야

지난 7일 해외연수 중 가이드를 폭행해 논란을 빚고 있는 경북 예천군의회 청사 앞에 ‘군의원 전원 사퇴하라’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뉴시스
지난 7일 해외연수 중 가이드를 폭행해 논란을 빚고 있는 경북 예천군의회 청사 앞에 ‘군의원 전원 사퇴하라’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뉴시스

박종철 경북 예천군 의원이 해외연수 기간 중 여행 가이드를 폭행한 사건이 일파만파 번지면서 지방자치가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여론은 기초의회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는 그만큼 지방의회에 대한 불신이 상당히 깊다는 것을 의미한다. 좁은 땅덩어리에 굳이 광역의회와 기초의회를 구분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통신과 교통의 발달로 광역행정이 절실한 요즘 기초의회보다는 광역의회에 더욱 힘이 실려야 한다는 분석이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박종철 경북 예천군 의원의 주먹질로 기초의회가 흔들거리고 있다. 박 의원이 지난달 23일 캐나다 해외연수 도중 여행 가이드를 폭행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박 의원은 초반에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폭행 사실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지난 4일 기자회견을 통해 “빡빡한 일정 탓에 말다툼을 하다 ‘그만하자’며 손사래를 치는 과정에서 가이드가 얼굴을 맞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해명 역시 거짓이라는 것이 곧 드러났다. 지난 8일 안동MBC가 공개한 버스 안 CCTV 영상에 따르면 버스 좌석에 누워 있던 박 의원이 일어나더니 대화 중인 가이드에게 다가가 무차별 폭행을 했다. 박 의원은 가이드 얼굴에 주먹을 날렸고,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다시 가이드를 향해 주먹질을 하고 팔을 잡아 비틀면서 여러 차례 폭행했다. 손사래를 치다가 우발적으로 얼굴에 맞았다는 해명과는 정면 배치되는 내용이다. 더욱이 영상 속에서 현지 버스 기사가 나서 말리기 전까지 누구도 박 의원을 말리지 않았다는 점이 더욱 충격이었다. 그러나 이 충격은 새발의 피였다. 예천군 의원들이 미국과 캐나다 연수를 가면서 여성 접대부가 있는 술집으로 데려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다는 가이드의 주장도 나왔다.

경악할 영상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에는 불이 붙었다. 박 의원은 “당의 처분을 따르겠다”고 사과문을 발표한 직후, 탈당계를 제출해 더욱 공분을 사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박 의원의 제명과 더불어 함께 연수를 떠난 의원들이 캐나다 현지에서 술 마시고 추태를 부린 사실이 드러나는 대로 중징계 조치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곤혹스런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이번 사태가 가급적 빨리 수습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예천군의회 홈페이지는 홈페이지 개설 역사상 가장 많은 항의 글이 올라왔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기초의회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박 의원의 주먹질이 가뜩이나 기초의회를 탐탁치 않게 바라보고 있던 민심에 불을 지핀 것이다.

기초의회는 주민을 대표해 각 기초자치단체의 중요 사항을 최종 심의·의결하는 기관으로, 예산·결산의 심의·의결 기능, 조례 제정의 입법 기능, 자치행정을 감시하는 통제 기능, 지역 현안에 대한 조정 기능 등이 있다. 기초단체를 감시·견제한다는 차원에서 필요한 제도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민심은 기초의회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 못해왔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에서만 해도 “좁은 땅덩어리에 광역의회와 기초의회로 나눠서 둘 필요가 있나”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인해 기초단체들도 광역행정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광역행정이란 여러 도 또는 시·군에 걸쳐 시행되는 행정을 말한다. 예를 들면 도로를 개설하거나 수도 등을 건설할 때, 기초단체 하나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기초단체가 적용되기 때문에 광역행정이 필요하다. 이런 광역행정은 교통과 통신이 발달할수록 더욱 필요하다. 따라서 현재 기초단체 업무 중 SOC(사회간접자본)의 경우에는 광역행정이 보편화됐다. 따라서 기초의회보다는 광역의회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기초의회의 필요성을 더욱 느끼지 못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지난 4일 해외연수 중 가이드 폭행 및 여성 접대부 요구 등의 논란을 빚은 경북 예천군의회 의장단이 사과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종철 부의장, 이형식 의장 ⓒ뉴시스
지난 4일 해외연수 중 가이드 폭행 및 여성 접대부 요구 등의 논란을 빚은 경북 예천군의회 의장단이 사과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종철 부의장, 이형식 의장 ⓒ뉴시스

광역행정이 뭐기에

아울러 기초의원 선거가 중선거구제로 돼있다 보니, 함량 미달인 후보들이 당선되는 경우가 있다. 뿐만 아니라 기초의원 후보는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의 입김이 작용하기 때문에 줄서기만 잘하면 당선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결국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사람들이 기초의원으로 당선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기초의회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초의회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도 나온다. 기초의회의 역할은 기초단체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함량 미달의 후보가 기초의원으로 당선되는 것을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주민소환제도가 활발해져야 하며, 기초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시민사회가 성숙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즉, 해당 지역에서 시민단체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면 함량미달의 후보들이 당선되는 것에 대해 견제와 비판이 이뤄질 수 있다. 그러자면 결국 지역 주민들이 자신의 지역구에 어떤 기초의원들이 있으며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지역 주민들의 손으로 선출한 지역 기초의원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면 결국 박 의원의 주먹질과 같은 상황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주민소환제 개혁 필요

이와 더불어 주민소환제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기초의원을 소환하기 위해서는 현행의 경우 지역주민 20%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이를 15%로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기초의회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하고, 기초의원이 잘못을 저지르면 주민들이 소환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기초의원들의 추태는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기초의회는 결국 지역 주민들의 손에 의해 성숙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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