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철학박사▸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죽음”이라는 단어를 알게 된 이후 필자는 종종 ‘나는 죽은 이후에 어떻게 될까?’라는 것을 생각한다. 특히 잠에 들기 전에 드는 온갖 상념 중 하나가 바로 이 내용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 죽으면 죽기 전에 느꼈던 고통을 느낄 수 있을까? 죽으면 영혼이 몸에서 벗어나게 될까? 텔레비전에서 보던 것처럼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가면서 내 죽은 몸을 보게 될까? 그 영혼은 정말 저승에서 재판을 받고 천국이나 극락, 아니면 지옥으로 갈까? 환생이나 윤회가 정말 있을까? 정말 육식을 많이 하면 소나 돼지로 태어날까? 곤충이나 물고기로 태어날 수도 있을까? 그렇다면 나무나 꽃으로도 태어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현재의 “나”라는 존재는 완전히 잊고 살까?

위의 대목을 읽고 어떤 독자는 그야말로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잠이나 자라!’고 얘기할 수도 있고, 또 다른 독자는 본인도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다면서 공감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필자의 공상 속에 “육체와 영혼”에 대한 상상이 있다는 것이다.

몸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다. 그런데 영혼은 그럴 수 없다. 그래서인지 과학계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은 영혼의 실체를 증명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실험을 수행했다. 예를 들어서 사람이 죽기 직전의 몸무게를 재고, 사망선고를 받은 후 몸무게를 재서 그 몸무게의 차이가 영혼의 무게라고 주장한 경우도 있었다. 또한 제사를 지내면서 잠시 사람들이 물러나 있을 때 제사상 앞에 밀가루를 뿌려놓았는데, 나중에 확인하니 발자국이 생겼다는 이야기도 많이 돌았다.

육체와 영혼에 대하여 지성사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일반적으로 몸은 영혼과 육체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박상언 박사는 그의 연구에서 이러한 이분법적 사규체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몸을 물질과 마음으로 분리하는 이분법적 사유체계는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와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에서 시작하여 데카르트(Rene Descartes)에 이르러 절정에 달했다. 자연에서 분리된 인간의 고차원적인 본질인 합리적 정신은 인간의 몸을 포함한 자연을 객관적으로 실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특히, 생물학에 자유로운 실험정신을 불어넣어 유물론적인 의학의 사유체계에서 몸을 해부하고 실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내용은 이전의 칼럼에서 필자가 설명했던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그 내용은 안드레아 베살리우스(Andreas Vesalius)의 해부학에서 시작된 몸에 대한 과학적 사고가 다윈(Charles Darwin)의 진화론에서 절정에 이루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몸과 마음의 이분법적 사유체계를 비판하고 극복하기 위한 노력 역시 지성사에서 많이 나타났다. 대표적인 예가 앤드류 스트라던(Andrew J. Strathern)의 “신체화(embodiment)”다. 박상언에 따르면 스트라던이 주장한 신체화란 “상호 현존하는 인간과 그들이 서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감각과 감정의 완전한 결합”을 의미한다. 즉 단순히 단일한 물리적 몸과 영혼의 결합이 아닌, 사회적 맥락 속에서 상호 영향을 받아서 몸과 마음이 형성되었고, 그러한 단일한 신체“들”을 비롯하여 사회, 자연 등 다양한 맥락들이 다시 상호작용해서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특성과 그 맥락이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주장은 묘하게 신체의 변형과 그 맥락이 맞닿는다. 이전 회차에서 언급했듯이, 인간은 그 역사 속에서 다양한 이유로 신체를 변형시킨 사실들이 있다. 또한 오늘날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이상적인 몸’은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 움직인 마음은 그들의 발길을 미용실, 네일샵, 체육관, 심지어는 성형외과로까지 이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변형된 몸은 그 자신을 변화시키고, 다른 사람의 마음도 움직인다. 그리고 그 전반적인 흐름 속에서 자본주의, 종교, 소위 ‘정상’ 범주에 포함되려는 인간의 의지 등 다양한 모습들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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