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자추위 열고 2년간 한시적 겸직 방안에 합의
노조 “겸직 부인 발언 어겨…사과와 반성의 자세 보여야”

 

DGB금융지주 김태오 회장 ⓒ뉴시스
DGB금융지주 김태오 회장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DGB금융지주가 김태오 회장의 대구은행장 겸직을 은행 주주총회에 회부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후보자 중 마땅한 인물이 없었다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노조와 은행 이사회는 내부 인사를 통한 은행장 선임이 이뤄져야 한다며 김 회장의 겸직을 강하게 반대해왔다. 더욱이 이번 결정은 김 회장 본인이 약속했던 분리경영의 원칙을 깨는 처사인 만큼 DGB금융의 내부갈등 불씨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오는 15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를 열고 김 회장에 대한 후보자 검증을 실시할 예정이다. 최종 선임 여부는 이달 29일 주주총회에서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DGB금융지주는 지난 11일 최고경영자추천후보위원회(이하 자추위)를 개최, 김 회장을 오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2년 간 한시적 대구은행장으로 임명하는데 합의했다. 대구은행장의 원래 임기는 3년이다.

지주 이사회는 대구은행이 추천한 후보자 2명을 포함해 후보자 심의를 진행했지만 마땅한 인물이 없어 이 같이 결정했다는 설명을 내놨다.

지주 이사회는 “거듭된 공방 끝에 최종적으로 현재 경영위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수습하고, 조직안정과 통합,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김태오 회장이 한시적으로 겸직하는 것이 최선인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대구은행장 자리는 지난해 3월 박인규 전 DGB금융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채용비리 및 비자금 조성 논란에 휘말리면서 공석이 됐다. 이후 직무대행 체제를 유지하며 신임 은행장을 선임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은행장 후보 기준에 대한 지주 이사회와 은행 이사회의 입장이 첨예하게 부딪히며 파행을 거듭했다.

김 회장의 겸직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대구은행지부는 14일 오전 성명을 내고 “김태오 회장은 조건부이기는 하나, 겸직에 대한 생각이 없다고 공언했던 자신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부분에 대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비판에 나섰다.

이어 “조직 내부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외부인이 견제되지 않은 권력을 가지고 강제적 구조조정이나 자기 사람심기를 할 수 있다는 직원들의 순수한 우려를 순혈주의나 겸직에 대한 무조건적인 거부감으로 치부한다면 이는 명백한 오판임을 밝힌다”고 꼬집었다.

대구은행지부는 그동안 김 회장의 겸직을 반대하는 한편 내부 인사를 통한 은행장 선임을 강력히 촉구해왔다.

김 회장이 대구은행장 후보의 기준을 까다롭게 하며 겸직에 대한 의지를 우회적으로 나타낼 때도 “(김태오 회장이)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이 사심에서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고 밝힌 만큼 은행장을 내부인으로 뽑고 겸직의 뜻이 없다는 것을 조직원들에게 천명해야 한다”며 “조직을 사유화하거나 특정인을 은행장으로 세우려는 의도가 있다면 단호히 배격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대구은행 이사회 관계자 역시 이번 지주의 결정을 놓고 “지주 측이 최고경영자(CEO)의 제왕적 권한에 따른 비리 차단 등을 위해 권한을 분산한 원칙을 무력화했다”고 힐난했다.

다만 김 회장의 겸직에 대한 사내의 시선은 첨예하게 갈린다. 특히 대구은행의 임원들은 지주 이사회의 결정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노조 등이 주장해 온 의견과는 반대되는 목소리를 공표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 회장의 직책 병행이 최종 결정되고 경영 일선에 나선 후에도 내부 구성원 간 갈등의 골은 쉽게 좁아질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은행 임원일동은 입장문을 통해 “대구은행 조직의 안정과 발전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 지금까지 이어져 온 은행장 장기 부재 상황은 이제는 반드시 종결돼야 한다”며 “전 임원들은 DGB금융지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공감하고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편 DGB금융지주 관계자는 전반적인 은행장 선임 상황에 대해 “자추위가 검토한 총 후보자수는 비공개라서 알 수 없지만 20여명 가량을 모두 대상에 놓고 검증을 한 것으로 알 고 있다”면서도 “지주 이사회의 결정 배경 등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내일 돼봐야 확실해지지 않겠나. 아직까지는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할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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