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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제공 사진 투데이신문 편집 ⓒ뉴시스

【투데이신문 사회부】 연초부터 평등에 대한 우리 사회의 논의는 뜨겁다. 폭력·성폭력에 대한 여성들의 분노는 점차 커지고, 백래시(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한 반발)로 인한 젠더갈등도 더욱 심화되는 모양새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받기 위한 성소수자와 이주자·난민들의 몸부림과 위안부·세월호·스텔라데이지호·가습기살균제 등 수년째 해묵은 싸움은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다. ‘제2의 김용균’을 예방하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산안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었지만 여전히 논쟁은 남아있으며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출신국 등 각종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 도입은 10년 넘게 제자리걸음이다. 청년층의 취업난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빈곤 청년을 위한 복지제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 국제노동기구(ILO)로부터 핵심 협약 비준 불이행에 대한 문제를 제기 받으며 ‘노동 후진국’이라는 오명 위기에 놓였다. 올해도 평등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갈망은 지속될 전망이다. <투데이신문>은 2019년에도 이어질 평등을 위한 싸움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평등(Equality)’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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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한 공사장 외벽에 그려진 미투 운동(# Me Too)을 상징하는 그라피티 ⓒ뉴시스

E [gender Equality]
‘백래시’에 굴하지 않고 ‘성평등’ 이뤄내야

페미니즘이 사회 이슈로 자리 잡으면서 성차별에 대한 문제 제기가 두드러지고 있다. 강남역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미투(#Metoo)운동 등 폭력·성폭력에 일상적으로 노출된 여성들의 분노가 이제는 커다란 해일처럼 몰려오고 있다. 양성평등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8일 ‘남녀평등 의식과 문화의 확산’을 위해 미디어 모니터링, 차별·비하 표현 자율적 규제 강화, 청년 참여 플랫폼을 통한 성평등 문화를 만들고 정책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성들의 성차별에 대한 문제 제기에 ‘백래시’가 심화되면서 젠더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여기에 바른미래당이 여성 커뮤니티 ‘워마드’를 척결하겠다고 나서면서 젠더갈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한편 ‘페미니스트’를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국사회는 선진국 기준에서 성 평등 격차가 가장 심한 나라 중 하나다. 여성들이 더 안전하게 느끼고 각자가 갖고 있는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어떤 구체적 대책을 갖고 있느냐”는 BBC 로라 비커 기자의 질문에 “우리의 부끄러운 현실”이라며 한국사회의 성차별을 인정했다. 또 “새 정부 들어 여성들의 유리천장을 깨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일·가정 양립에서도 큰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성들이 마주한 일상의 성차별·성폭력 위협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문재인 정부의 성평등 정책은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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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서울퀴어문화축제 ⓒ투데이신문

Q [Queer]
성소수자 차별금지 요구…“우리는 여기에 있다”

지난 2000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국내 최초의 ‘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이후 퀴어문화축제는 매년 전국 각지에서 개최되고 있다. 그러나 퀴어문화축제는 지역을 막론하고 반대 세력의 방해로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엔 자유인권위원회는 지난 2015년 한국 정부에 ‘성소수자에 대한 광범위한 차별을 금지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우리 정부도 앞서 2011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인권,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결의안 채택에 찬성했다. 그동안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차별금지법과 지자체 인권조례 제정 시도가 있었지만 보수 개신교 등 반대세력의 압박으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혐오의 힘에 밀려 차별에 침묵하는 형국이다. 성소수자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사회에서 자신들을 드러내며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받으려는 성소수자들의 몸부림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이들의 인권보장을 위해 시민사회뿐 아니라 정치권의 책임 있는 태도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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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2일에 열린 제1365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 ⓒ뉴시스

U [Unsolved problems]
일본군 위안부·세월호·스텔라데이지호·가습기 살균제…해결되지 않은 숙제

지난해에도 끝내 해결되지 않은 숙원이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평균 나이 91세의 정부 등록 위안부 피해 생존자들의 ‘한일 위안부 합의’ 폐기와 일본의 진정한 사과를 위한 투쟁은 현재 진행 중이다. 1기 특조위에서 밝혀내지 못한 세월호 참사 원인 규명과 2기부터 포함된 가습기살균제 사건 피해 조사 등 ‘가습기살균제·세월호참사 2기 특조위’ 활동과 함께 또다시 긴 싸움이 시작됐다. 또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의 심해수색이 예고되면서 사고 원인과 실종자 22명이 탔을 것으로 추정되는 구명벌의 행방 규명에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 수년째 해결되지 않고 있는 대한민국의 해묵은 숙제들이 올해는 해결 국면을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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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6일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10.20 평등행진 선포!’ 기자회견 ⓒ뉴시스

A [Anti-discrimination law]
‘차별금지법’ 도입 10년 넘게 지지부진

국제연합(UN)은 16년째 한국 정부에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출신국 등 각종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그간 수차례 시도됐으나 보수 개신교를 중심으로 한 반대 목소리가 높아 정치권에서도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반대 이유는 성소수자와 난민이다. 지난해 9월 인천에서 열린 ‘제1회 인천 퀴어문화축제’는 반대 세력의 방해로 진행되지 못했다. 자국의 내전을 피해 제주로 들어온 난민들을 향한 혐오의 목소리도 거세졌다. 치안, 일자리 문제 등 사회가 흔들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국 정부는 국내의 반대 여론이 거세다는 이유로 차별금지법 제정이 늦어지고 있다는 입장을 UN에 전했지만 UN은 ‘평등에 반대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며 시급한 도입을 강조했다. 국내외의 압박이 심해지는 가운데 올해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수 있을까. 차별을 막기 위한 정부와 국회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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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11월 18일에 열린 ‘2017 전국노동자대회’ ⓒ뉴시스

L [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노동자 권리 보장 부진한 한국, 결단이 필요한 시점

문재인 정부는 국제 기준에 맞는 노동자 권리 보호를 위해 ‘ILO 핵심협약 비준’을 국정과제로 삼았다. 180여개에 달하는 ILO 협약 중에서도 ▲결사의 자유 ▲강제노동금지 ▲아동노동금지 ▲고용·직업·성별상 차별금지 등에 관한 8개가 핵심 협약으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이중 결사의 자유 및 강제노동금지와 연관된 4가지 협약 내용을 비준하고 있지 않다. 지난해 말 유럽연합(EU)은 한국 정부의 ILO 핵심 협약 비준 불이행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양측 정부 간 협의 절차를 공식 요청했다. 비준을 미루더라도 경제제재는 받지 않지만 자칫 노동기본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 ‘노동 후진국’이라는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기게 된다.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통해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를 논의하고는 있지만 경영계의 반발이 적지 않아 쉽지 않은 상황.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빠른 시일 내에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겠다고 의지를 밝힌 만큼 올해 안에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기대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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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6일에 열린 2018 세계이주노동자의 날 맞이 이주노동자 권리 선언 기자회견 ⓒ뉴시스

I [Immigrant&refugee]
불안·빈곤 속 깊어진 이주민·난민 혐오

지난해 6월 제주도를 통해 우리나라에 입국한 예멘인 500여명의 난민 인정 여부를 둘러싸고 우리 사회는 첨예한 갈등을 보였다. 이주인권단체들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며 난민 인권 보장 촉구 집회를 여는 반면 자국민의 안전 우려 등을 근거로 한 반(反)난민 집회도 전국에서 발발했다. 결국 지난해 예멘인의 난민 인정은 2명에 그쳤다. ‘제주 예멘 난민’ 논란은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에 대한 ‘인종차별과 혐오’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였다. 지난해 12월 19일(현지시간) UN 총회가 이주민의 권리 보호, 노동 시장에 대한 차별 없는 접근 허용 등을 안전하고 질서 있는 이주를 보장하기 위한 세계이주협약을 채택했다. 이에 찬성표를 던진 한국이 난민 수용 및 불법 체류자 대응에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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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2일에 열린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故 김용균 씨 추모 문화제’ ⓒ뉴시스

T [Temporary employee]
비정규직·외주화의 사각지대…‘제2의 김용균을 막아라’

지난해 12월 11일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의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20대 노동자 김용균씨가 태안 9·10호기 석탄운송설비 타워 현장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다. 김용균씨의 죽음은 한국사외의 비정규직·외주화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거울처럼 비췄다. 이후 28년여 만에 이른바 ‘김용균법’이라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간제법·파견법 폐지 ▲불법파견 철폐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제대로 된 정규직화 ▲비정규직 노동삼권 보장 ▲외주화 근절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당면한 실태를 개선할 근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정부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되도록 하는데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곤 하지만 지지부진한 논의에 노동계의 날선 비판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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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월 17일 청년임대주택 찬성 집회가 열린 서울시청 앞 광장에 펼쳐진 플랜카드 ⓒ뉴시스

Y [Youth in poverty]
심화되는 ‘청년빈곤’

한국사회보건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1인 청년가구 빈곤율은 2006년 15.2%에서 2016년 19.9%로 증가했다. 전체 가구 빈곤율이 감소하고 있는 것에 비해 빈곤 청년 문제는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있다. 한국복지패널의 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일을 하면서도 빈곤한 근로빈곤 청년은 전체 청년의 5.1%에 달했다. 여기에 고용불안을 겪는 청년을 합하면 전체 청년의 32.6%나 된다. 한국사회보건연구원에 따르면 같은 해 기준 전체 주거빈곤(월소득 대비 임차료 비중이 20% 이상인 경우·최저주거 기준 이하의 집에서 사는 경우)율은 2.3%인데 반해 청년 1인 청년가구의 주거빈곤율은 10.8%에 달한다. 취업난이 지속되면서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의 복지제도는 노인과 아동 위주로 돼 있어 빈곤층 연령대가 빠르게 낮아지면서 빈곤 청년을 위한 복지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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