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품에서 생활뷰티 기업으로 변신 애경산업
환경부, SK케미칼 제조 살균제 성분 유해성 인정
견미리팩트, 모델 방송 복귀 후 불매 운동 일어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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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홍세기 기자】 생활용품 전문기업으로 출발한 애경이 화장품사업에 진출해 AGE 20's(에이지투웨니스), 루나(LUNA) 등 론칭한 화장품브랜드가 성공하면서 생활뷰티 기업으로 변신했다. 

특히, 지난해 애경산업 전체 매출의 화장품 비중은 무려 52%에 달할 만큼 커졌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2016년 추진했던 기업공개(IPO)를 재추진해 지난해 3월 성공적으로 코스피에 상장시켰다. 

이렇듯 잘나가는 애경산업에 암초가 생겼다. ‘가습기 메이트’에 쓰인 가습기살균제 유해성을 환경부가 인정하면서 검찰이 재수사에 들어갔으며, 성장을 책임지고 있는 화장품 사업부에서도 ‘견미리 팩트’로 불리는 히트 상품이 모델의 가정사로 인해 불매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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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산업,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모르쇠’ 일관…檢, 압수수색 압박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애경산업이 화장품 사업으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피눈물을 흘렸다. 옥시를 제외한 나머지 국내·외 제조 및 유통업체 20여 곳이 직접 배상을 꺼리며 ‘모르쇠’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특히, 애경산업은 옥시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가습기 메이트’의 판매사다. 당시 환경부는 동물실험을 통해 옥시의 제품에 사용된 PHMG가 ‘폐섬유화’를 일으켰다고 하면서도 가습기 메이트에 있는 CMIT, MIT에는 폐섬유화와의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해성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사과나 배상을 외면했다. 

당시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판정을 받았으나 이후 재조사에서 인체 위해성이 인정됐다. 이에 공정위는 애경 법인 및 전직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했고 시정명령과 1억3400만원의 과징금(SK케미칼, 이마트 포함)을 부과한 바 있다. 

애경산업 측은 증권신고서에서 “당사는 타 업체가 제조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공급받아 판매한 단순 판매사업자”라며 “과거 제품 판매에 따라 발생하는 금전적 손실은 제조사와의 제조물 책임 계약으로 인해 제한적인 수준일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이는 피해자들 입장에서 애경산업이라는 기업을 믿고 제품을 구매해 사용하다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단순 판매사업자라며 도의적인 책임만이 있을 뿐이라고 발뺌하는 상황이다. 

그러던 것이 최근 상황이 변했다. 환경부가 이 제품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서를 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SK케미칼, SK디스커버리가 원료를 개발하고 애경산업이 만들어 판 ‘가습기메이트’의 주요성분인 CMIT/MIT를 흡입한 쥐 대부분이 기도에 심한 염증이 생겼으며, 상당수는 기도가 심하게 부어 숨이 막혀 죽었다고 밝혔다. 또 이미 피해를 인정받은 옥시 제품 사용자와 SK 제품 사용자의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두 제품 사용자의 질병은 발생 시점에 차이가 있을 뿐 전반적으로 같다”고 밝혔다.

환경부의 이 같은 보고서가 나오면서 검찰의 수사도 재개됐다. 

검찰은 지난 15일 SK케미칼, 애경산업, 이마트에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SK케미칼은 가습기살균제 원료인 CMIT와 MIT를 개발했고, 애경산업은 이 원료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판매 했으며 이마트는 이 제품을 유통했다. 현재 검찰은 SK케미칼, 애경산업, 이마트 등 업체의 개발, 품질관리 등 부서를 집중 수사 대상으로 올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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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화장품 사업도 ‘암초’…모델 가정사에 ‘불매운동’도

이른바 ‘견미리 팩트’로 불리는 에센스 커버팩트는 애경산업의 화장품 브랜드 에이지투웨니스(AGE 20’s)의 제품이다. 

해당 제품은 지난 2012년 출시된 이래 누적 매출액 3261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최초 에센스 포켓 기술로 만든 고형 수분 팩트는 당초 30~40대를 주요 타깃으로 출시됐지만, 현재엔 20~60대를 고루 아울러 최근 4년간 매출이 239%나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 남편의 주가조작 논란으로 홈쇼핑 방송 출연을 중단했던 배우 견미리씨가 다시 방송에 등장하면서 불매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견씨의 남편 이모씨는 모 기업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 유상증자로 받은 주식을 매각해 23억7000만원 상당의 차익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지난해 11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속돼 징역 4년에 벌금 25억원을 선고받았다. 

따라서 견미리씨의 방송 복귀는 소비자의 불매 심리를 부추겼고, 방송을 본 소비자들은 GS홈쇼핑 상품문의 게시판에 불매 운동을 언급하며 불편함을 숨기지 않았다. 애경산업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수익 쫓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개인의 사적인 가정사인 만큼 판단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애경산업의 실적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이 제품은 화장품 사업부에서 매출비중의 9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애경산업의 화장품 사업이 ‘히트 상품’ 하나에 매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져 대체 제품을 찾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7년 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불거진 이후에도 승승장구하던 애경산업은 검찰의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재수사 압박과 매출 실적을 견인한 화장품 사업에서 발생한 불매 운동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며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사랑과 존경이라는 애경이라는 기업명답게 기업윤리와 사회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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