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기억/김재욱 지음/섬앤섬/126*188mm/356쪽/1만2000원

ⓒ섬앤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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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이 책을 군대 이야기, 방위 이야기가 아니라 ‘인연’에 관한 글로 읽었다…군대 이야기야 주변에 널린 것이니 새삼스럽지 않지만, 이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하나하나가 바로 우리들 모습 같아서였다…그들을 통해 ‘인연’을 생각하고 인간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시대를 느끼는 감정판이 유난히 예민한 작가의 눈에 비친 세상, 그리고 사람들은 여전히 따뜻하다.” - 정범구 주독일대사

“기억은 잔잔한 웃음을 머금게 하지만 뼈저린 슬픔도 동반한다. 왜곡될 수밖에 없는 우리의 기억을 그 모습 그대로 잠시나마 잡아두는 게 의미가 있다면, 오늘 우리의 삶이 실은 바로 그 기억 속의 웃음, 그 슬픔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새롭고 놀랍고 재밌고 슬프고 따뜻하게 그 기억들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고려대학교 한문학과 송혁기 교수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는 이야기가 군대 이야기라고 한다. 그럼에도 군대 이야기를 하는 건 다양한 개인의 모습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왜곡된 모습이 투영돼 있기 때문이다.

책 <왜곡된 기억>은 현재는 사라진 ‘6개월 방위병’의 눈으로 본 군대 이야기다. 글 속 화자는 신체검사를 받은 후 3급 판정을 받고 ‘어딘가 모자란 사람’으로 취급받던 방위병이 됐다.

당시 알루미늄 식판을 쓰던 현역병들과 달리 플라스틱 식판으로 밥을 먹고, 숟가락도 집에서 가져와야 했던 방위병들의 시선으로 본 생생한 당시 군대의 모습이 펼쳐진다. 또한 근 30여년 전 우리 사회의 문화코드도 고스란히 책 속에 녹아있다.

빛바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지나가는 그들의 군대 이야기는 우리 사회 부조리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짬밥으로 철저하게 서열화돼 위계질서로 움직이는 군대는 개인의 개성이나 인간적인 삶에는 일절 관심이 없었다.

아랫사람을 길들이기 위해서라면 불합리한 명령도 서슴지 않으며, 명령을 거역하거나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욕설과 함께 군홧발이 날아들던 때가 있었다. 이러한 폭력을 견디며 신참 병사들도 어느덧 똑같이 변해가는 모습은 서글픈 우리 사회 부조리의 단면을 보여준다.

저자 김재욱 작가는 이처럼 웃음과 슬픔의 연장선에 있어 왜곡될 수밖에 없는 기억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 시절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여전히 많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다고 그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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