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균 칼럼니스트현)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사무처장
▲ 김태균 칼럼니스트
현)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사무처장

【투데이신문 김태균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전쟁이 시작됐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보낸 귤 박스를 두고 ‘귤만 들었겠냐’며 마치 돈을 보낸 것처럼 주장하자,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즉시 되받아쳤다. 

“귤 상자나 사과 상자에 다른 것 담는 것은 그분들이 많이 하셨다. 해본 사람이 안다고,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는 얘기가 있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정쟁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이제부터라도 남북문제를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삼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입장에 따라 속도나 방법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으나, 남북이 화해하고 상생하는 일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무려 36년 동안 일제의 통치를 받았고 그 시간 동안 전 국민이 고통을 겪었다.  수많은 독립투사들이 순국했고, 군인, 위안부, 군속으로 강제 동원되어 희생당한 영혼들이 아직까지도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친일파의 후손들은 여전히 사회의 주류 세력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남북분단의 근본 원인도 따지고 보면 일본에 있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일본과 국교를 정상화했고 동반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남과 북이 화해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퍼주기’라는 비난은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 그간 일부에서는 북에 대한 인도적 지원,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운영 등을 놓고 이를 ‘퍼주기’로 규정한 후, 남한의 자금이 북의 핵무기 개발에 이용되었다는 주장을 해왔다. 이는 자본을 미끼로 논리를 비약하여 남남갈등을 촉발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북의 핵무기는 남북이 교류할 때나 그들이 제제를 받을 때나 일관적으로 개발되었다. 아울러 기업의 투자는 정부가 강요한다고 해도 이뤄지지 않는다. 기업가들은 이익이 있다고 판단을 해야 투자한다. 통일이라는 대의를 위해 투자하라고 권유하더라도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곳에 투자할 기업은 없다. 대북제제가 완전 해제되어 경협이 활성화되는 단계가 되었을 때, 북이 우리 정부와 기업들을 믿고 함께 할 것이라는 순진한 기대 또한 버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마 중국, 미국, 일본 등 강한 나라들이 투자하겠다고 나설 것이다. 

구한말 고종황제 때 건설된 경인선 철도를 두고 당시 미국과 일본의 수주전이 치열했다고 한다. 고종의 환심을 산 미국 업체가 낙찰되었지만, 그 업체가 일본에 프리미엄을 받고 되 팔아서 결국 경인선은 일본 기업에 의해 건설되었다. 미국과 일본이 돈이 남아 돌아서 경인선 건설 수주전에 뛰어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건설 이후에 생길 성과를 기대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 때와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남북이 협력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역사적, 경제적, 정치적, 외교적 성과들을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 

남남간의 갈등은 던져 버리고 남북이 공존·번영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미래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하겠다. 정쟁으로 날을 새다가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남북문제는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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