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어렵자 창업지원 확대 실시…사실상 인력감축
CEO플랜 연계한 샌드위치사업, 본사 생산까지 검토
독서실‧커피숍‧분식 등 진출 “골목상권 침탈은 안돼”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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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현대카드가 ‘CEO플랜’이라는 창업지원 프로그램으로 사실상 희망퇴직을 이어오고 있다. 사측은 ‘CEO플랜’과 희망퇴직은 성격이 다르다며 연관성을 부정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현대카드가 직원들의 자연스러운 퇴직을 유도하며 인력감축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창업지원 프로그램으로 속해 있는 프랜차이즈 사업이 대기업의 골목상권 우회 진출 및 침탈로 악용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각별한 경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해 11월경 창업지원 프로그램인 CEO플랜에 독서실, 커피숍 등 프랜차이즈 사업을 포함시키며 직원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CEO플랜은 퇴사를 원하는 직원 중 창업에 뜻이 있는 경우 이를 지원한다는 취지로 2015년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구체적으로는 시장조사부터 세무처리, 인테리어 등 창업 준비과정부터 사업을 시작하기까지 일체를 지원해주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카드의 CEO플랜을 사실상 인력감축 작업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외에도 현대카드는 관련 컨설팅을 통해 400여명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권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에서는 수익성 저하 우려에 대한 선제적 조치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KB국민카드는 지난 2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신청자에게 급여 36개월분에 해당하는 특별퇴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신한카드도 지난해 초 희망퇴직을 접수한데 이어 올해 1월에도 10년차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고 24개월 월급 수준의 퇴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위로금을 책정하고 대대적인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것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때문에 CEO플랜은 위로금에 대한 부담 없이 직원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며 단계적으로 인력감축을 해나갈 수 있는 좋은 방편이 된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인력감축 계획에 대한 질의가 쏟아지자 추가 인력을 충원하지 않는 방법으로 몸집을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더욱이 현대카드의 CEO플랜은 대기업의 지원을 통한 골목상권 침해 우려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퇴직자라고 하지만 대기업의 그늘에서 지원이 진행되는 한편, 특혜성 점포 개점이 이뤄진다면 상대적 피해를 보는 사람이나 상권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프로그램을 통한 프랜차이즈화는 더욱 경계해야할 부분이다.

실제로 현대카드는 지난 2016년 CEO플랜과 연계해 현대카드가 샌드위치 가게를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했다. 완제품이나 식재료를 본사에서 생산해 가맹점에 제공하는 방안이 검토된 것이다. 당시 현대카드는 YG푸즈와 손을 잡고 각각 샌드위치 사업 전반과 컨설팅을 담당해 지원자를 돕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현대카드는 해당 프로그램이 자체 마진이 없는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만약 본사 생산 방식으로 운영이 진행됐다면 사실상 프랜차이즈 사업의 진출이라고 볼 수 있어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비판에 직면했을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현대카드의 샌드위치 사업은 시작단계에서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계획안에는 일반 영세 상공인으로의 지원 확대방안까지 나오며 야심찬 사회적 실험으로 주목받았지만 현실화 되지는 못했다.

현대카드는 사업이 중단된 사유에 대해 정확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 다만 본사가 직접 생산 과정을 관리하는 사업방식에 대한 부담과 YG푸즈의 경영난이 사업 중단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높다. YG푸즈는 당시 2015년 9억원의 순손실을 낸데 이어 2016년에도 10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밖에 CEO플랜을 통해 창업한 점포 중 프랜차이즈와 연계해 문을 연 곳도 전체 70여 곳 중 25%가량 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주로 독서실, 편의점, 분식점들로 개업했다. 모 점포의 경우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반대로 입점이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현대카드 측의 설득과정을 거쳐 개업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각에 따라서는 대기업에게만 주어지는 특혜라고 볼 수도 있는 지점이다.

이밖에도 현대카드는 서울 이태원에 ‘바이닐앤플라스틱’이라는 음반매장을 냈다가 공격적인 할인 정책으로 영세 음반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비판을 받은 선례가 있다. 현대카드는 음반매장을 개장하면서 상인들과 할인율 제한 등을 협의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소상공인협회 관계자는 “퇴직자들에 대한 교육 지원은 바람직할 수 있겠으나 또 다른 형태의 골목상권 침탈로 이어지면 안 된다”라며 “(대기업 골목상권 진출의) 우회적 경로로 활용 돼서도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카드는 CEO플랜은 둘러싼 이 같은 외부의 시선에 대해 확대해석을 경계해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최근 업황이 좋지 않다보니 CEO플랜과 희망퇴직을 묶어서 해석하는 것 같은데 해당 프로그램은 2015년 경 자연적으로 퇴사하는 직원이 있던 때에도 운영을 해오던 것이다. 희망퇴직 대신 창업 프로그램을 제안했다는 건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업계가 어려워 이직을 하는 분들이 있는데 무작정 다시 구직활동을 하는 것 보다는 창업을 원하는 분들이 있어 지원하고 있다. 그 외에 영업적 관계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력감축에 대한 컨설팅도 그쪽에서 제안을 했다고 우리가 꼭 실행을 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며 “영업이나 마케팅 부문에서도 컨설팅을 받고 있다. 일반적인 경영 작업의 일환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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