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총선 향해 올해 5당은 열심히 뛴다
더불어민주당,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
자유한국당, ‘흙먼지를 일으켜 다시 오다’
바른미래당, ‘계란을 쌓아올린 형국’
민주평화당, ‘오로지 한 우물만 판다’
정의당, ‘가려운 곳을 긁어 준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문희상 국회의장 초청, 초월회 오찬 간담회에 참석한 5당 대표들. 왼쪽부터 정의당 이정미, 바른미래당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문 의장,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뉴시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문희상 국회의장 초청, 초월회 오찬 간담회에 참석한 5당 대표들. 왼쪽부터 정의당 이정미, 바른미래당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문 의장,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뉴시스

2019년 기해년 황금 돼지해가 밝았다. 올해는 큰 이벤트가 없는 한 해지만, 내년 총선이라는 거대한 이벤트를 앞두고 도약해야 하는 한 해이기도 하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고 갈 길은 멀다. 자유한국당은 과거의 영광을 찾기 위해 권토중래해야 한다. 바른미래당은 보수대통합이라는 위기에 봉착해 있고, 민주평화당은 초지일관 선거제도 개혁에 올인하고 있다. 정의당은 올해를 기점으로 원내교섭단체의 꿈을 이루려고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새해가 되면 한번쯤 길흉화복을 예측하면서 점을 본다. 그리고 사자성어 하나씩을 만들어 새해 다짐을 하기도 한다. 정당도 마찬가지로 단배식을 거행한다. 묵은 한 해의 때를 벗어버리고 새로운 다짐을 하자는 뜻이 담겨있다. 특히 올해는 큰 정치적 이벤트가 없는 한 해로, 각 당은 다소 조용한 1년을 보낼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그런 과정 속에서도 많은 암중모색(暗中摸索)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겉으로는 우아한 모습을 보이지만, 물밑에서는 열심히 물장구를 칠 것이 분명하다. 내년 총선 농사에 앞서 여야 5당은 올해 씨를 뿌려야 한다. 그래야만 내년 총선 때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다. 만석꾼지기도, 소작농도 풍년을 기대하며 씨를 뿌리는 해가 바로 올해다. 입장은 서로 다소 다르다. 만석꾼지기는 지금 수확량에서 줄어들지 않기를 기원하면서, 소작농은 언젠가는 자작농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올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5당에게 그야말로 분주한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임중도원(任重道遠)

민주당의 올 한 해는 임중도원(任重道遠)으로 표현할 수 있다. 전국대학교수들이 2018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은 이 말은 논어 태백편에 실린 고사성어로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이다. 공자의 제자인 증자(曾子)는 “선비는 견식이 넓고, 의지가 굳세지 않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선비의 소임은 무겁고 가야 할 길은 멀기 때문이다. 인(仁)을 실현시키는 것이 선비의 소임이니 그보다 더 무거운 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 죽을 때까지 걸어가야 할 길이니 그보다 더 먼 것이 또 있겠는가?(曾子曰 士不可以不弘毅 任重而道遠 仁以爲己任 不亦重乎 死而後已 不亦遠乎)”라고 말했다. 이 사자성어는 올해 민주당의 형국과 맞다. 집권여당으로서의 책임은 무거운 반면, 가야 할 길은 아직 많이 남아있는 것이 민주당의 현주소다. 문재인 정부 집권 3년차를 맞이해 민주당은 올해 성과를 내야 한다. 특히 경제적 성과를 내야 하는 숙제가 있다. 경제적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민주당은 내년 총선 승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옛말에 ‘밥(식량)이 하늘’이라는 말이 있다. 즉, 경제적 풍요로움을 국민에게 부여해주지 못한다면 민주당은 내년 총선에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올해 경제적 성과는 필수다.

문제는 경제적 성과를 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우선 2월 임시국회에서 민생법안을 처리하겠다고 올해 첫 당정청회의에서 다짐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당들은 지난해 제기됐던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국정조사를 포함해 각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손혜원 의원의 목포 건물 투기 의혹 등 여러 의혹을 제기하면서 야권은 민주당을 향해 맹폭격을 가하고 있다. 야권의 공세는 올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으로서는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방어할 것인가라는 과제도 안고 있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5월 차기 원내대표 선출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여론이 뜨겁다. 야권의 공세를 방어할 수 있는 원내협상력을 갖춘 인물이 원내대표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또 다른 숙제는 계파 갈등이다. 최근 송영길 의원의 탈원전 반대 목소리나 박영선 의원의 순혈주의 비판 등은 비문계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으로는 당이 민주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계파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내년 총선 공천을 놓고 어느 정도 갈등이 불가피한데, 이를 얼마나 제대로 잘 수습하느냐가 민주당으로서는 가장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이해찬 대표 체제에서 계파 갈등이란 말이 나오지 않고 공천 갈등이 불거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올해 안에 공천 룰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야 한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자유한국당, 권토중래(捲土重來)

자유한국당은 권토중래(捲土重來)를 꿈꾸고 있다. 권토중래는 초나라 항우와 관련된 내용이다. 항우는 한나라 유방에게 패한 후, 자신의 본거지인 강동으로 가지 않고 오강에서 자결했다. 이를 두고 시인 두보는 항우를 향해 한편의 시를 지었는데, 그 시에서 권토중래가 나온다. ‘흙먼지를 날리며 다시 돌아온다’는 뜻으로, 실패했지만 재기한다는 뜻이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에게 원내1당 자리를 내준 뒤, 그다음 해 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이어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권을 내주게 됐다. 한번 참패를 했던 자유한국당이기 때문에 권토중래를 꿈꾸는 것은 당연하다.

내년 총선에서 승리를 거두고 정권재창출을 이루겠다는 자유한국당이 넘어야 할 첫 번째 산은 ‘2월 27일 전당대회’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황교안 전 총리, 홍준표 전 대표 등을 비롯해 군소후보들이 출마를 저울질하면서 현재 자유한국당은 본격적인 전당대회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은 단일지도체제로 선출되기 때문에 분리선출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후보들 간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해 계파 갈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자유한국당의 가장 큰 고민은 고질적인 계파 갈등을 얼마나 수습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전당대회 이후에도 계파 갈등이 이어지면 내년 총선 농사를 망칠 수도 있지만, 계파 갈등을 제대로 잘 수습하면 자유한국당은 그야말로 권토중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계파 갈등이 증폭되면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내달리게 된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늘 이야기했던 ‘20년 장기집권’을 허용할 수 있다. 따라서 자유한국당이 권토중래를 하느냐, 민주당에게 20년 장기집권을 내주느냐는 당내 계파 갈등을 어떤 식으로 수습하느냐에 달려있다.

이와 더불어 바른미래당과의 보수대통합이라는 숙제도 남아있다. 아직까지 보수대통합을 이뤄낼지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보수대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여론도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계개편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반발이 만만찮기 때문에 이를 얼마나 수습할 수 있느냐도 큰 고민거리다. 결국 차기 지도부가 어떤 능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자유한국당의 미래가 달라진다. 권토중래이냐, 아니냐는 결국 차기 지도부의 리더십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뉴시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뉴시스

바른미래당, 누란지위(累卵之危)

바른미래당의 2019년은 누란지위(累卵之危)다. 계란을 쌓아올린 것 같은 위기에 봉착한 했다는 의미다. 바른미래당은 새누리당으로부터 분당돼 나온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이 있다. 이들은 항상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지난해 연말 이학재 의원이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한 이후 아직까지 별다른 탈당 소식은 없지만, 손학규 당 대표 체제에 대한 불만이 내부적으로 상당히 높다. 이들이 어느날 갑자기 탈당해 자유한국당에 복당할 수도 있으며, 보수대통합이라는 이름으로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아직까지 별다른 논란이 나오지 않고 있는 이유는 선거법 개정에 대한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 전인 오는 4월 전까지 선거법 개정이 이뤄져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바른미래당 이름으로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선거법 개정이 무산될 경우, 바른미래당 간판으로 선거에서 승리하기 힘들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선거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바른미래당은 말 그대로 누란지위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최근 이언주 의원의 정치적 행보에 그가 자유한국당행을 결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의원이 자유한국당으로 가게 된다면,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도 자유한국당 복당을 결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이 의원이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는 등 이 의원의 행보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뉴시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뉴시스

민주평화당, 초지일관(初志一貫)

초지일관이란 처음 세운 뜻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모습으로, 시종일관보다는 다소 강한 느낌이다. 민주평화당은 초지일관 선거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평화당은 선거법 개정이 이뤄지지 못하면,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 속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은 선거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자유한국당과의 보수대통합을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지만, 평화당은 민주당과의 통합이 쉽지 않다.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분당 사태를 겪으면서 감정적 골이 깊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진보대통합을 이룬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문제는 평화당의 이름으로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평화당의 정치적 기반은 호남인데, 그 호남에서 민주당과 경쟁해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물론 지난 2016년 총선과 같이 호남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아닐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모험과 도박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호남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통해 평화당의 앞날을 보장받는 것뿐이다. 이에 평화당은 초지일관 선거제 개혁을 요구하고 있으며, 평화당의 올해 가장 큰 숙제가 바로 이것이다. 이를 통해 평화당이 살아남을 발판을 마련하지 못하면 평화당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 ⓒ뉴시스
정의당 이정미 대표 ⓒ뉴시스

정의당, 마고소양(麻姑搔痒)

마고소양(麻姑搔痒)은 마고 할머니, 즉 삼신할머니가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는 것으로, 소원을 이룬다는 뜻이다. 정의당은 그동안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소수정당으로 살아남으며 지속적으로 선거제 개혁을 요구해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런데 이제 선거제 개혁에 있어 바른미래당과 평화당이라는 동지가 생겼다. 그 동지들이 함께 선거제 개혁에 나서 흡사 삼신할머니가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있는 형국이다. 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통해 차기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의 꿈을 이루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실제로 지난 총선 표심을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입하면 정의당은 원내교섭단체를 꾸리고도 남는다. 그만큼 표심과 의석수의 현격한 차이가 나는 소선거구제의 폐단에 그동안 정의당은 시달려왔다. 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통해 원내교섭단체를 꾸리고, 이를 바탕으로 정권을 획득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그리고 있다. 정의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선거제 개혁을 이뤄내겠다는 각오다. 물론 거대 양당의 존재로 인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계속해서 꾸준하게 선거제 개혁을 요구하고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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