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층 결집 위한 방편, 실제로 현실화되기 힘들어
핵무장론 다시 꺼내든 자유한국당 당권주자들
낡은 이념 논란 속으로 휘말리는 안보 이슈

자유한국당 당권 주자들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북미 핵협상 전망과 한국의 대응방안’ 자유한국당 핵포럼 제9차 세미나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진태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안상수 의원, 황교안 전 국무총리 ⓒ뉴시스
자유한국당 당권 주자들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북미 핵협상 전망과 한국의 대응방안’ 자유한국당 핵포럼 제9차 세미나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진태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안상수 의원, 황교안 전 국무총리 ⓒ뉴시스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자유한국당 당권 주자들이 저마다 핵무장론을 꺼내 들고 있다. 그간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진영에서는 틈만 생기면 핵무장론을 언급해왔다. 하지만 보수진영 내부에서도 현실성이 없다는 문제제기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가 되면 핵무장론을 바탕으로 지지층 결집을 이뤄내려 하는 목적이 있다. 다만 유권자들의 인식이 점차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여론이 뜨겁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핵무장론은 보수정당의 전매특허 중 하나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기회가 되면 핵무장론을 꺼내 들었다. 북한이 핵개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함무라비 법전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동해보복(同害報復)의 원칙을 주장한다. 다만 지난해는 예외였다.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1차 북미정상회담이 진행됨에 따라 한반도에 평화 기류가 흐르면서 핵무장론을 꺼내 들기 힘든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중반을 넘어가며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해지자, 핵무장론이 되살아날 기미를 보였다. 그러다 오는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주자들이 꿈틀거리면서 핵무장론과 함께 핵개발론이 떠오르고 있다.

핵무장론과는 다른 ‘핵개발론’

자유한국당 당권주자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야당은 정부가 충분한 전략적 선택지를 풍부하게 갖고 대미·대중 외교를 이끌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전술핵 재배치를 뛰어넘어 핵개발에 대한 심층적 논의를 촉발시키는 것이 꼭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저는 절대 핵개발론자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한국이 핵개발을 촉진시킨다는 뉴스가 퍼진다면 제일 먼저 미국과 중국의 생각이 조금 복잡해질 것이다. 핵개발 논의가 외교적으로 부담된다는 걸 모르지 않지만 야당발(發)로 시작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에게 큰 전략적 이익이 주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전 시장이 제기한 핵개발론은 기존 보수진영의 핵무장론과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기존 핵무장론은 북핵 위협으로부터 직접적인 보호를 위한 핵무장을 이야기했다면, 오 전 시장의 핵개발론은 핵개발을 시도함으로써 미국과 중국에게 압박을 가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만드는 계획이다.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북미 핵협상 전망과 한국의 대응방안’ 자유한국당 핵포럼 제9차 세미나 모습 ⓒ뉴시스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북미 핵협상 전망과 한국의 대응방안’ 자유한국당 핵포럼 제9차 세미나 모습 ⓒ뉴시스

기존의 핵무장론도 다시 거론돼

물론 기존 보수진영의 핵무장론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김진태 의원은 “자체 핵무장이 필요하다.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해왔고 여기 있는 분들도 동의하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언급해, 오 전 시장의 핵개발론과는 다소 다른 의미의 핵무장론을 말했다. 안상수 의원은 “과거 트럼프 대통령 당선 당시 미국 국회의원들을 만나 전략핵을 다시 배치해야 하고,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핵개발을 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를 전달한 바 있다”고 밝혔다. 반면 황교안 전 총리는 핵개발론이나 핵무장론 대신 국민적 공감대를 갖춘 비핵화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자유한국당 내부에서 제기되는 핵무장론은 결국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중국이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의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유한국당의 핵무장론은 현 국제사회 현실과 동떨어진 제안이라는 비판이다. 즉, 아직도 기존 냉전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제안이라는 것이다. 북한을 주적으로 삼아 대결 상대로만 볼 것인가, 평화의 협상 파트너로 볼 것인가의 문제에서 자유한국당은 기존 냉전 체제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그런 점에서 핵무장론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는 것은 자유한국당이 아직까지 대북 문제에 대해 유연한 자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때문에 지난해 자유한국당이 안보 문제에 있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당권주자들이 단순히 전당대회를 위해 핵무장론을 꺼내 든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안보 이슈’ 과연 먹힐까

자유한국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평화’와 ‘안보’라는 두 가지 키워드 중 안보를 내세워 지지층을 결집시키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이는 올해 진행되는 2차 북미정상회담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에서도 비핵화가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할 경우, 안보를 바탕으로 보수 지지층을 끌어당겨 내년 총선 승리를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대해 안보를 내세운 정책이 2010년 이후 먹혀들어 가고 있지 않다는 점을 자유한국당이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을 계기로 당시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한나라당의 안보 이슈 전략에 등을 돌렸고, 북풍이 오히려 독이 됐다. 그 이후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꾸고 계속해 안보 이슈 전략을 내세웠지만 현실적으로 먹히지 않았다. 유권자들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이 점차 바뀌었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이제 북한이 우리와의 체제 경쟁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 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대결 국면보다는 오히려 화해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를 안정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적 풍요를 누리자는 인식이 전반에 깔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지속적으로 핵무장론을 내세운다고 해도 결국 유권자들의 선택은 평화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자유한국당이 낡은 이념적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올해 2차 북미정상회담과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전개된다면, 지난해에 이어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핵무장론은 미국이나 중국, 일본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이야기를 계속 제기하는 것 자체가 수권정당으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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