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실시, 노동관계법 9건 위반 적발
노조 “낙하산 인사가 초래한 사태…사람 중심 정책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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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한국거래소가 남녀차별, 수당미지급 등 노동관계법을 9건이나 위반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노조로부터 거래소의 낙하산 임원 인사 관행이 이 같은 사태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5일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은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한국거래소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공개, 근로기준 및 산업안전 분야에서 총 9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의 특별근로감독 결과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연장‧야간‧휴일수당 및 연차수당 부족지급’ 등 7건의 근로기준법을 위반했으며 ‘근로자 건강진단 업무 부적정’ 등 2건의 산업안전법을 어겼다.

구체적으로는 ▲연차수당 약17억5000만원 부족 지급 ▲연장근로수당 55만원 부족 지급 ▲야간‧휴일근로수당 100만원 부족 지급 ▲임신근로자 시간외 근로 위반 ▲여성 근로자 임금 외 금품 차별 ▲퇴직연금 770만원 부족지급 ▲기간제근로자 근로조건 서면 명시사항 누락 ▲산업안전보건관리비 부족 계상 ▲근로자 건강진단 업무 부적정 등이 적발됐다.

이밖에도 근무환경 설문조사에 참여한 한국거래소 직원 가운데 17.4%는 “지난 6개월 동안 주 1회 이상 불합리한 근무환경으로 피해를 겪었다”고 응답했다. 답변 내용 중에는 직장 상사 등이 ‘사소한 일에 트집을 잡고 시비를 걸었다’, ‘개인사에 대한 뒷담화나 소문을 퍼뜨렸다’는 증언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는 이에 따라 노동법 위반 사항에 대해 형사입건 및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며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해 개선대책을 마련토록 지도할 예정이다.

이번 특별근로감독은 지난해 11월 14일부터 30일까지 이뤄졌다. 같은 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한국거래소 직원 故김나영 씨에 대한 성희롱 및 직장 내 괴롭힘이 주요하게 거론됐기 때문이다.

고인은 지난 2012년 일본 도쿄 출장 때 상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 당시 상사는 샤워 가운만 입은 채 김씨를 호텔방으로 불러 성적 농담을 했다. 2014년에는 가해자와 미국 출장이 계획된 사실을 알고 출장 거부 의사를 밝혔다가 가해자의 괴롭힘과 악성 소문, 집단따돌림에 시달렸다. 김씨의 아버지는 딸이 성희롱을 당한 뒤 직장 안에서 수년간 ‘2차 피해’를 당해 죽음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문진국 의원은 지난 2018년 국정감사에서 “고인이 자살 직전 남긴 유서와 메모들을 보면 생전 심적 고통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드러난다”며 “거래소가 취업규칙을 위반하고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했다”고 질타한 바 있다.

이번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공개한 설 의원도 “거래소는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 예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은 노동부가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거래소 노동조합은 이번 노동법 위반이 사실상 거래소의 낙하산 임원 인사 관행이 초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 이동기 위원장은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사람과 노동 중심의 정책이 나와야 하고 빨리 후속조치를 진행해 조직의 안정을 취하는 게 맞는데 이사장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과거의 관성을 버리지 않고 조직을 생각하지 않는 낙하산들의 문제다. 주인이 있는 회사 같으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24일 발표한 성명에서도 “임기 3년만 내다보는 낙하산들과 부역자들이 여섯 번 넘게 돌아가며 쌓은 적폐가 임계점을 넘어 분출되고 있다”라며 “거래소의 가장 큰 위험은 무능하고 무책임한 임원이다. 사익을 위해 자리를 늘리고 그 자리에 오르려 과당경쟁하다 보니 시장보다 포장을 중시하는 사람이 역선택 돼 왔다”고 토로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 2017년 10월경 정지원 현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선임을 놓고 낙하산 인사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당시 노조는 정 이사장이 재정경제부 출신인사들을 지칭하는 ‘모피아’의 일원이라며 선임 과정에서 밀실추천과 요식행위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노동부 지적 사항에 대해 이의가 있어 해명자료를 제출하고 논의를 하고 있다”고 짧은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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