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웃집의 백호’ 웰시코기 백호 견주 강승연씨
펫스타로 형성되는 반려동물 문화, 이익추구 지양해야
펫스타의 말 못한 고충, 사생활침해와 도 넘은 악플
함께 사는 반려동물 사회 만들기 위해 인식개선 필요

ⓒ이웃집의 백호 SNS
ⓒ이웃집의 백호 인스타그램

【투데이신문 이은지 인턴기자】 반려동물인구 1000만 시대’에 도달했다. 반려동물인구가 늘어나고 반려동물시장이 커지면서 SNS상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반려동물을 지칭하는 펫스타(pet-star)와 동물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뷰니멀(Viewnimal)족 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 중에서도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도합 64만명에 달하는 팔로워를 가진 이웃집의 백호‘는 대표적인 펫스타 계정이다. 웰시코기 백호‘의 일상생활을 담은 이 계정은 귀여운 백호의 모습과 익살맞은 견주의 멘트로 많은 뷰니멀족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또 백호의 견주 강승연씨는 백호의 굿즈를 제작·판매해 유기견 보호소에 사료와 담요 등을 기부하기도 했으며, 백호를 실제로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백호의 산책회'를 기획해 약 300~400명의 뷰니멀족과 백호의 만남의 장을 만들기도 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회를 넘어, 반려동물과 공생(共生)하는 사회를 꿈꾸며 ’이웃집의 백호 계정을 운영 중인 강승연(30)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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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냇동생 같은 느낌이라 사랑받는 듯”

Q. 간단한 자기소개와 백호소개 부탁드립니다.

올해 4살 된 웰시코기 백호를 키우고 있는 백호누나입니다. 직업은 따로 있는데 요즘은 거의 백호 매니저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Q. 백호이야기를 SNS에 올리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예전에 키우던 강아지가 제가 20살에 무지개 다리를 건넜어요. 당시는 핸드폰 카메라도 없던 시절이어서 죽은 강아지를 생각을 해보니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사진도 없고 일기만 몇 줄 있고 동영상은 당연히 없고요. 떠나간 강아지를 추억하려고 해도 얼굴 생김새까지 가물가물한 거예요. 그래서 강아지를 데려오게 된다면 사진을 전부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핸드폰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메모리가 날아가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때를 대비해서 웹에다가 써놓으면(SNS에 올려두면) 핸드폰을 잃어버리거나 메모리를 날리더라도 나중에 추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백호도 무지개다리를 건널 날이 올 텐데 그때 다시 볼 수 있게 일기 삼아 쓰기 시작한 거라서 다른 분들이 봐주실 거라는 생각을 안 했어요. 가까운 지인들이랑 같이 기록하려고 시작한 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Q. 백호가 SNS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사실 지금도 의문인데요. 지금 반려동물 계정들이 많은데 그런 계정들은 제 계정이랑 성격이 좀 달라요. 제 계정엔 백호가 사고치고 제가 화를 낸 것도 있고, 백호가 아프다거나, 안좋은 일에 관한 이야기도 쓰는데 (다른 반려동물) 계정들 보면 내 새끼가 너무 예뻐서 어쩔 줄 모르는 계정이 대부분이잖아요. 그런데 저는 제 계정에다가 백호가 너무 예쁘다, 귀엽다고 직접적으로 쓴 적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 면이 막냇동생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 것 같아요. 언제나 주류가 있고 비주류가 있잖아요. 저는 비주류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들이 뷰니멀족들의 니즈를 충족한 게 아닐까 싶어요. 표현방식이 다르니까 재미있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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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펫스타의 특성상 DM(Direct Message, SNS상의 메신저 기능)이나 메일 받을 때, 산책 다닐 때 불쾌한 적은 없었나요.

하루에 한 건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제가 DM을 하루 40건 정도 받는데, 제 개인적인 인신공격도 있었고,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백호를 보고 웰시코기를 데려왔는데 도저히 못 키우겠다, 네 탓이니 당신이 얘를 책임지지 않으면 보호소에 보내거나 버릴 테니까 알아서 해라’라는 이야기였어요. 또 ‘백호처럼 돈을 많이 버는 강아지가 되고 싶다’는 것도 있었어요. 저는 사실 광고나 협찬을 전혀 안 받거든요. 백호로 돈을 번다고 해봐야 굿즈를 제작·판매하는 건데 그건 기부하거든요. 근데 백호로 돈을 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개 팔아서 돈 많이 버니까 좋냐, 개로 감성팔이 하니까 좋냐’ 이런 DM은 하루에 한 건씩 받아요. 제일 황당했던 건 백호의 인지도가 높아졌으니까 새 웰시코기를 사줄 테니 백호를 자기한테 보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백호누나는 어떤 강아지를 키우든지 잘 키울테니 백호를 자기한테 보내 달라고 하는데 그건 너무 황당해서 캡처해 뒀어요. 진짜 상상초월이죠.

사실 저는 백호를 키우면서 어려운 점을 정말 많이 쓰는 편입니다. 백호가 어릴 때 벽지를 다 찢고 가구를 다 뜯어서 전부 새로 구매 했어요. 그 비용이 많이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고요. 청소를 매일 한다는 거, 하루에 산책을 세 시간씩 한다는 걸 써놓는데 그런 글은 읽지도 않고 그냥 백호로 인해 ‘웰시코기가 궁둥이도 귀엽고 하는 짓도 예뻐서 데리고 왔는데 짖는 게 너무 심해서 파양했다.’ 이런 연락을 훨씬 많이 받아요. 그리고 이웃과 마찰을 줄이는 방법도 여러 번 올렸어요. 이웃들에게 저희 집에 강아지가 있는 거 아실 텐데 산책을 가자거나, 배고프다는 등의 요구사항이 있을 때 사람이 말하듯이 짖을 때가 있다. 짖는 소리 때문에 불편하신 점이 있다면 죄송하다고 백호를 데리고 가서 인사를 드렸어요. 또 저희 집이 주말 농장을 하는데 거기서 나오는 수확물 같은걸 항상 포장해서 이웃집에 선물하기도 해요. 이웃들이랑 마주칠 때도 항상 인사하거든요. 인사하면서 백호를 데리고 가서 인사를 드려요. 그래서 저희는 아파트에 살지만 트러블은 한 번도 없었어요. 백호가 헛짖음 하지 않도록 교육도 시켰죠. 이런 준비를 한다는 걸 말씀 드리는데 그런 건 안 보시고 파양을 한다고 하고선 책임전가를 하는 거죠. 백호랑 똑같이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데려왔는데 사람 욕심 때문에 파양 당하는 거잖아요. 그런 것 때문에 솔직히 너무 속상하죠.

ⓒ이웃집의 백호 SNS
ⓒ이웃집의 백호 SNS

Q.꾸준히 기부를 하고 있는데 기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기획하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그동안 백호 광고, 협찬, 굿즈 제작에 대한 제안은 100건도 넘게 받은 것 같아요. 그런데 안 하는 이유는 백호를 데리고 돈을 벌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생업도 따로 있고, 콘텐츠를 만들려고 백호를 데려온 것도 아니고 어쩌다 보니까 유명해졌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어요. 굿즈를 제작하게 된 계기는 처음에 달력을 몇 개만 만들어서 친구들한테 주려고 했어요. 그런데 트위터에 필요하신 분이 계시면 몇 부 더 만들어서 보내드리겠다고 수요조사를 했더니 엄청 많이 들어온 거예요. 심지어 팔아달라고 하신 분도 계셨습니다. 그래서 소량제작을 해서 낮은 가격에 판매했는데 판매가 하루 만에 끝났어요. 어쨌든 수익금이 생겼잖아요. 수익금은 기부하기로 하고 유기견 보호소에 담요 500장을 사서 보냈어요. 그랬더니 올해는 안 하느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거의 매년하는 기획처럼 됐어요. 손에 꼽힐 정도로 유명한 계정이 됐으니 어떻게든 좋은 방향으로 써보자고 생각해서 굿즈를 제작·판매해서 기부했는데 백호가 유명해질수록 기부 스케일이 커지고 있어요. 이번에는 사료 1.1톤을 기부했습니다. 보호소에서는 많은 개들을 먹여야 하기 때문에 좋지 않은 사료를 먹여요. 그래서 좋은 사료랑 노령견들에게 필요한 관절사료를 기부했어요. 저도 백호가 유명해지는 게 좋죠. 나한테 예쁜 애가 다른 사람한테도 예쁨 받는 건 행복한 일이잖아요. 이런 백호의 인기를 최대한 좋은 방향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게 굿즈였어요.

Q. SNS를 통해 알려진 백호의 하루 평균 산책시간이 2시간입니다. 이처럼 오랜 시간 산책을 하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백호를 데려올 때 제일 걱정한 게 ‘산책을 제대로 시킬 수 있을까’였어요. 그런데 백호는 산책을 안 나가면 온 집안을 누비고 다니면서 집을 망가뜨리더라고요. 산책을 안 나가면 너무 힘들고 불안한 거예요. 최장 5시간까지 산책을 시켜봤어요. 그래도 집에 와서 공놀이를 하더라고요. 원래 양을 몰면서 하루 종일 들판을 뛰어다니던 견종이라 활동량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산책을 안 시켜주면 너무 힘들어해요. 그래서 산책을 하루 평균 2~3시간 정도 시깁니다. 비 오는 날도 날씨를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잠깐이라도 우비 입혀서 뛰어나가곤 해요. 그리고 산책이 강아지들한테는 최고의 즐거움이래요. 특히 백호는 사람 많은 곳을 늘 가고 싶어 하니까 산책 안할 수가 없는 거죠. 저도 백호랑 같이 산책을 다니다 보니 건강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웃집의 백호 SNS
ⓒ이웃집의 백호 SNS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 내 상황도 고려해야

Q. 뷰니멀족 문화가 반려동물 문화에 어떤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시는지.

저는 애초에 백호를 데려오게 된 이유가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었어요. 그동안은 전에 키우던 강아지에 대한 슬픈 기억 때문에 키울 엄두가 안 났어요. 그런데 제 친구가 ‘시간적 여유, 경제적 여유도 생겼고 반려동물을 키우기에 충분한 환경이지 않냐’고 말해줘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가족들이랑도 6개월 정도 상의를 했고요. 그러다가 백호랑 24시간 있을 자신도 있고 수입이 안정화 돼서 백호에게 모든 걸 다 해줄 수 있는 자격이 되기 때문에 데리고 온 거거든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 너무 좋죠. 그런데 일상이 너무 바쁜 분들은 강아지가 불행할 수 있어요. 같이 있어주는 시간이 없고 항상 낮에 혼자 있어야 되면 강아지가 너무 힘들죠. 산책도 사람이 너무 피곤하면 못시켜요. 야근하고 밤 11시에 집에 왔는데 강아지를 산책시킬 순 없는 거잖아요. 내 상황이 강아지한테는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데려오셔야 하는 거예요.

그리고 요즘 유튜브처럼 강아지로 인해 수익이 발생하는 활동이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제가 보기엔 수익창출을 하고자 강아지 데려오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제가 백호 데리고 수익성이 있는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어놓은 것도 백호가 수익으로 이어지고 백호로 콘텐츠를 만드는 게 의무가 되면 백호를 키우는 목적이 사랑해서가 아니라 돈을 버는 게 목적이 돼버릴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제가 우선시하는 건 백호의 행복이기 때문에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건 안하겠다고 했죠. 요즘 강아지나 고양이를 전시해 얻게 되는 이익을 먼저 좇는 뷰니멀족이 너무 많아진 것도 사실이에요. 제가 유튜브를 안하는 이유도 영상을 찍고 편집해서 올리면 생활에 지장이 있기 때문이에요. 유튜브를 하다보면 조회수를 늘려야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자극적인 걸 좇게 되죠. 저는 굿즈를 직접 만들고 판매해서 이익금을 유기견 보호소에 기부하는 거로 충분해요. 또 백호가 유명하기 때문에 봐주는 사람들이 많아서 유기견이나 보호소의 사정 같은 걸 알리는 글을 많이 게시하는 편이거든요. 그렇게 해서 실제로 강아지를 찾으신 분도 있어요. 강아지를 잃어버렸는데 어떤 장소에서 봤다고 제보를 해주셔서 그 장소에서 찾은 경우가 몇 번 있어요. 그리고 유기견 입양 공고글을 올려서 입양 간 유기견들도 많아요. 제 계정을 이렇게 이용하는 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Q. 반려동물 죽음과 관련한 생각은 어떠신가요.

처음에 강아지를 키울 땐 인터넷이 활성화된 것도 아니었고 반려동물을 어떻게 키워야 한다는 가이드조차 없었습니다. 원래 키우던 강아지를 후회하며 보내고 나선 절대 강아지를 안 키우겠다고 했었죠. 그런데 친구가 (데리고 오라고) 얘기하기도 했고, 가족들이랑 강아지를 막내로 들여서 사람을 키우듯이 키우고 보낼 때 후회 없게 하자고 얘기를 했어요. 나중에 백호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나서도 추억할 때 웃는 일이 더 많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하자고 약속을 하고 데려온 거예요. 만약, 백호가 세상을 떠나면 슬퍼하는 충분한 기간이 지나고 나서 재밌는 기억만 남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SNS에 모든 기록을 남겨놓은 거예요. 백호한테 “오늘 재밌었지, 백호야 누나가 너무 사랑해”라는 말을 매일 해주거든요. 백호가 알아듣진 못해도 그 말의 온도는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상냥한 말이라는 건 알 테니까요. 그리고 우리가 서로 정말 좋은 파트너였다는 걸 잊지 않을 수 있게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저한테는 백호가 인생의 황금기를 함께하는 최고의 파트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항상 같이 천천히 갈 수 있게 좀 더 나은 환경을 고민하고 있어요.

Q. 목줄, 입마개 관련해서 문제가 많았는데 백호를 키우는데 있어 어려움은 없었나요.

항상 있어요. 반려견 문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돼 있는 사람도 있지만 아닌 분들도 계세요. 저는 목줄을 안 하고 나간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왜 입마개 안 하냐, 저거 사람 물어 죽인 개 아니냐”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고, 실제로 목줄을 안 하고 다니시는 분들이 너무 많으니까 목줄을 잘 하고 다니는 견주들이 오히려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백호가 예전에 목줄 풀린 대형견한테 물려서 크게 다친 적이 있어요. 60kg 정도 되는 입마개 의무견종이었는데 (주인이) 목줄 컨트롤을 못하는 거예요. 근데 입마개를 안 했어요. 백호한테 달려들어서 등을 물었는데 너무 크게 다쳤어요. 다행히 수술은 안 해도 되는 정도였는데 한 달 넘게 고생했습니다. 돌발 상황은 언제든지 있을 수 있죠. (목줄을 안 하면) 결국 강아지가 다치거든요. 서로의 안전 가이드로서 목줄을 하자는 건데 이해를 못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또 한 연예인의 반려견이 행인을 물어 감염돼 돌아가셨던 일 때문에 백호랑 다닐 때 ‘사람 물어 죽인 개’라고 하는 게 제일 가슴 아팠어요. 백호는 사람을 좋아하니까 가서 인사하고 싶어 하잖아요. 근데 백호한테 발길질하고 유모차로 밀어버리고 그럴 때 상처도 많이 받았습니다. 서로 조심하면 될 일인 것 같아요. 강아지를 무서워하시는 분들은 가까이 가지 마시고요. 목줄을 안 하시는 견주 분들은 ‘우리 강아지는 잘 따라온다’고 하시는데 강아지의 뭘 믿고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저도 백호를 100% 믿지 않거든요. “강아지가 물어요?” 라고 물어보시면 자극되는 행동은 하지 마시라고 항상 말씀드려요. 그런데도 강아지를 도발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눈앞에서 손가락 딱딱 튕기면 강아지는 놀라거든요. 그리고 강아지들이 발을 만지는 걸 되게 싫어하는데 발을 들려고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예민한 강아지들은 얼마나 놀라겠어요.

ⓒ이웃집의 백호 SNS
ⓒ이웃집의 백호 SNS

반려동물 함께하는 사회, 충분한 공부·이해·배려 필요

Q.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요.

사람들의 인식개선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우선 강아지를 키우시는 견주 분들은 스스로 공부를 하셔야 할 것 같아요. 강아지와 함께 살려면 항상 일정시간 산책도 시켜줘야 하고 식단도 충분히 갖춰줘야 하고 스스로 공부해서 내 강아지에 맞춘 정확한 기준점을 알고자 하는 노력도 해야 하고요.

그리고 안 키우시는 분들은 강아지나 산책시키는 분들한테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합니다. 예전에  반려견 행동 전문가 강형욱씨가 방송에 나와서 말씀해주셨는데 강아지가 예쁘다고 무작정 만져보기 보다는 ‘’만져도 되냐‘’고 먼저 물어보시거나 지나가면서 예쁘다고 속으로만 생각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예민한 강아지도 있으니까요. 견주들은 반드시 목줄을 착용하셔야 하고요. 제일 중요한 게 인식표를 채우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24시간 인식표를 착용시키는데 어릴 때부터 목줄에다 걸어주면 불편해하지 않아요. 그리고 가벼운 것들도 많아요. 강아지들이 돌발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늘 염두에 두셔야 해요. 백호가 목줄을 하고 가다가 목줄이 끊어진 적이 있어요. 그때 만약에 백호가 그 자리에 있지 않고 가버렸더라면 잃어버리는 거예요. 강아지를 잃어버렸을 때 강아지를 최우선으로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인식표에요. 인식표를 하고 있으면 보호소에서 주인에게 가장 먼저 연락이 옵니다. 인식표를 항상 채워주는 것, 튼튼한 목줄을 해주는 것이 중요해요.

또 제대로 된 반려용품을 고를 줄 아는 혜안을 기르는 것도 견주들의 몫이에요. 그런데 문제가 있는 게 (안전성 테스트가 안 된) 상품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데 가이드라인이 없습니다. 관련 법규도 없고요. 반려동물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사회는 그걸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피해를 보는 건 강아지나 고양이인 거죠. 그러한 점들을 개선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무차별적으로 늘어나는 조회수를 유도한 자극적인 영상을 만드는 유튜브, SNS 일부 계정들도 문제가 있다고 봐요. (유명 계정을 이용해) 무작정 바이럴 마케팅을 하려는 업체도 문제고 참여하는 사람도 문제라고 생각해요.

Q. 이웃집의 백호 계정을 운영하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산책회 했을 때요. 정말 놀랐어요. 백호가 산책하면서 사람 만나는 걸 너무 좋아해서 게릴라 산책회를 기획했는데 하루 전날 장소를 공개했습니다. 위험할 수 있고 일부러 지방에서 올라오시겠다는 분들이 계셔서였죠. 처음 진행했을 때 가족들끼리 20~30명 정도 오실 거라고 예상했는데 300분이 넘게 오신 거예요. 그때 너무 놀랐어요. ‘나만 사랑하는 강아지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 강아지였구나’해서 놀랐고 너무 감사했어요. 백호한테도 얼마나 신선한 충격이었겠어요. 나를 만나기 위해서 모였던 몇백 명의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이름을 부른다는 건 얘로서는 상상도 못하는 일이잖아요. 너무 행복해하더라고요. 부산 산책회에는 400분 넘게 오셨습니다. 그때 산책회를 못 오시는 분들도 볼 수 있게 일부러 촬영팀이랑 같이 갔는데 그분들도 다 놀라셨어요. 이렇게 사람이 많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요. 저도 당연히 상상도 못했죠. 너무 감사했어요.

또 백호가 기부하는 것들 때문에 보호소에서 감사하다는 연락이 오는 게 행복해요. 기부한 보호소에서 백호를 기억해주시고 ‘덕분에 저희 보호소에서 강아지 입양 보내는데 돈을 더 쓸 수 있었다. 구조하는데 돈을 더 쓸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너무 뿌듯하죠. 백호로 인해 다른 강아지들한테도 조금이나마 나은 삶을 선물할 수 있다는 게 가장 기쁘고 행복합니다. 그리고 제가 SNS계정에 이 강아지 잃어버렸다, 유기견이 있다고 글을 올렸을 때 입양을 가거나 주인을 찾으면 이 계정이 유명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백호를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늘어남으로 인해서 백호가 지나가다가 한 번이라도 더 예쁨 받을 수 있을 때도 좋아요. 그럼 백호한테는 좋은 추억이 되는 거잖아요. 그럴 때 너무 행복한 것 같아요. 저는 나중에 백호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나서 사람들이 백호를 기억해줄 때 백호는 ‘정말 많이 나눴던 애다, 기부도 많이 하고 좋은 일 많이 했던 강아지다’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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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지막으로 백호를 사랑하는 뷰니멀족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항상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백호는 낯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걸 좋아하는데 그건 제가 줄 수 있는 행복이 아니에요. 저는 24시간 언제나 백호를 예뻐할 준비가 돼있고 언제나 예뻐해주는 사람이지만 제가 주는 행복이랑 다른 사람이 주는 행복은 다른 거잖아요. 그래서 지나가다가 백호를 한번이라도 만나서 뜻밖의 행복을 선물해주시는 분들에게 너무 감사합니다. 산책회에 와주시는 분들에게도 너무 고맙습니다. 또 굿즈를 구매하고 기부에 선뜻 동참해주시는 분들도요. 백호는 유기견이 아니었지만 백호로 인해서 유기견을 입양했거나 강아지를 입양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너무 고맙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의 삶의 형태를 바꾼 거잖아요. 그런게 무서울 때도 있어요. ‘내가 정말로 잘해야겠구나’ 하고 항상 다잡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요. 제가 좋은 방향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표를 만들어주시는 분들이기도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항상 잘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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