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구가톨릭대 경제통상학부 전강수 교수
1970년대 강남개발이 자극한 탐심(貪心)
해법은 보유세 강화, 추진한 것은 노무현
이명박 탐욕의 정책, 불 지핀 박근혜 정권
기대했던 文정부, 참여정부보다 후퇴 ‘혹평’
“평등지권 실현할 수 있는 제도 만들어야”

전강수 대구카톨릭대 교수ⓒ투데이신문
대구가톨릭대 경제통상학부 전강수 교수ⓒ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부동산 투기는 어디에서 왔고 왜 발생하게 됐을까.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오랜 물음에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경제를 가르치고 있는 전강수 교수는 불로소득에 대한 인간의 탐심에서 왔고, 이는 우리의 정치 역사와 무관치 않다고 설명한다. 전 교수는 <토지의 경제학>부터 올해 초 출간된 <부동산 공화국 경제사>까지 자신의 저서를 통해 토지 공공성 회복과 공평한 토지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부동산을 통해 얻게 되는 불로소득과 이로 인해 발생한 힘의 불균형이 가져오는 사회‧경제적 부작용에 대해 깊이 우려해왔다. 특히 현대사회로 접어들고 토지의 공공성 가치가 훼손되면서 투기라는 씨앗이 싹텄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정권차원의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것이 전 교수의 진단이다. 부동산 투기로 인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전 교수의 해법은 명료하다. 세금제도, 특히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하는 방향이 근본 해법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전 교수는 기대를 모았던 문재인 정부도 과거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세저항을 이유로 보유세 강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선 참여정부보다도 후퇴했다는 박한 평가를 내렸다. <투데이신문>은 전 교수를 만나 부동산을 둘러싼 역사적 배경과 우리가 안고 있는 과제, 그리고 해법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Q. 대한민국에서 땅과 집, 즉 부동산이 가진 의미는 무엇인가.

땅은 특수한 자원이다. 사람이 만들지 않았을 뿐 아니라 더 만들 수도 없는 천부자원으로 인류에게 거저 주어진 것이다. 따라서 토지제도를 어떻게 만들고 유지하느냐는 것은 한 사회의 성격과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역사적으로도 토지제도가 건전했을 때 나라가 융성하지지만 문란해지면 사회갈등이 심해지는 법칙을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토지제도가 문란해지자 멸망한 로마제국을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고려시대 때 전시과 제도와 같이 토지제도를 잘 관리했을 때는 왕조가 융성하다가 이게 문란해지니 왕조가 멸망했다. 조선이 세워졌을 때도 마찬가지다. 오늘날도 그렇다. 토지제도를 어떻게 만들어 사회를 유지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현대사회에 들어서면서 토지도 자본이나 다른 생산물과 마찬가지로 개인이 절대적 권리를 행사하도록 하는 제도가 뿌리를 내리면서 여러가지 경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토지를 가진 사람과 갖지 못한 사람 간의 불평등 문제, 투기가 일어나는 문제, 일어난 투기가 거시경제와 연결되면서 경제적 불안정이 생기는 문제, 사회구성원들이 불로소득을 얻는 쪽에 관심을 기울여 경제 효율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문제까지. 부동산은 오늘날 현대경제가 겪고 있는 중대한 문제에 다 관련돼 있다. 결국 토지가 가지고 있는 특수성에 맞춰 제도를 제대로 설계하고 운영해야 활력 있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 되는 것이다.

Q. 부동산 투기는 어디서부터 시작됐고 왜 발생한 것인가.

불로소득 가능성이 생기면 민첩한 사람들이 먼저 이를 얻으려 한다. 이들이 실제로 불로소득을 얻는 것을 본 사람들은 ‘내가 왜 땀 흘리나 저 사람처럼 쉽게 큰돈을 벌면 되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투기라는 것은 소수의 사람에 의한 것이 아닌 다수가 참여하고 가담하면서 일어나는 것이다. 투기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는다. 사람들이 더 이상 일하려 하지 않는다. 노동자들도 땀 흘리려 하지 않고 기업가들도 땅에서 생기는 불로소득만을 노린다면 어떻게 사회가 활력을 얻겠나. 그래서 불로소득을 차단해야 한다.

보통 주식 같은 경우 참여하지 않으면 손해를 입을 리 없다. 참여한 사람끼리의 문제다. 부동산은 아니다. 내가 참여하기 싫다고 해도 투기가 일어난다. 이로 인해 가격이 폭등하게 되면 집을 사지도 못하는 등 주거문제에 큰 고통을 겪게 된다. 무책손실, 책임이 없는데도 손실을 보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 부동산의 불로소득은 분류를 하자면 가장 악성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불로소득을 추구하다 이익을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중대한 문제다. 지방에 사는 사람과 서울에 사는 사람, 또 서울에서도 부동산 가진 사람과 안 가진 사람.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없어도, 가만히 있어도 격차가 벌어진다. 노력소득 때문에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사람들이 용인을 하지만 불로소득으로 격차가 벌어지면 그렇지 않다. 사회적 불만이 쌓이게 되고 결국 사회 기초가 흔들리게 된다.

전강수 대구카톨릭대 교수ⓒ투데이신문
전강수 대구카톨릭대 경제통상학부 교수ⓒ투데이신문

Q. 역사적으로 토지제도,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우리사회의 변곡점이 있다면.

토지의 특수성에 부합하는 제도를 만들어 두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토지는 사회에 거저 주어진 것이니 사회구성원들이 평등하게 권리를 누리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평등지권의 실현이라고 할 수 있다. 평등지권은 ‘모든 사회 구성원이 토지에 대해 가지는 평등한 권리’를 뜻한다. 평등지권이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벌써 고려시대의 국전제나 조선시대의 과전법과 같은 토지제도에 평등지권 개념이 담겨져 있었다. 그리고 해방 이후 일제 강점기로 인해 발생한 토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지개혁을 했다. 농지개혁이라는 게 지주가 가지고 있는 토지를 경작하는 농민들에게 분배한 것이니 이것도 평등지권이다. 이 같은 변곡점들이 우리 역사에 있었고 이때마다 굉장히 좋은 결과를 낳았다. 가까이는 농지개혁을 실시한 뒤 1960년대 이후부터 우리 경제가 고도성장을 했다. 단순히 성장률이 높았던 것만이 아니다. 성장을 하면서도 소득분배가 굉장히 공평한 상태를 유지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걸 공평한 고도성장이라고 표현하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농지개혁이었다. 일제 강점기때 그렇게 지주들에게 수탈당하다가 하루아침에 자기 땅이 생기니 밤낮없이 일을 한 것이다. 그런 농민이 일부가 아니었다. 모든 국민이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하고 소득이 생기면 열심히 저축을 했고 자녀들 교육을 시켰다. 흔히 고도성장은 박정희 대통령이 다 이룬 것처럼 이해를 하는데 한 사람의 리더십으로 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 아래로부터 동력이 굉장히 중요한데 결정적인 사건이 농지개혁이었다. 세계 학계에서도 이런저런 증거가 나오고 있다. 농지개혁이 성공한 한국과 일본, 대만 정도로 몇 안 된다. 이 세 나라의 특징이 단기간에 아주 높은 성장을 보였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보다 자연조건이 훨씬 좋은 중남미 국가들은 토지개혁에 다 실패했다. 같은 기간 성장률을 보면 형편없다. 농지개혁과 장기 경제성장률 하고는 아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는 이유다. 평등지권의 정신을 실현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내는 것은 단순히 평등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의 성장과 관련된 아주 중대한 문제다.

Q. 우리나라를 부동산 공화국이라고도 부른다. 

일제 강점기에도 그랬고 농지개혁 이후에도 한동안 우리 사회에는 요즘 우리가 생각하는 부동산 투기가 없었다. 땅이나 아파트를 사놓고 시간이 좀 지나 값이 올라서 소위 대박을 치고, 이런 문화가 없었다. 이런 모습은 1960년대 말 1970년대부터 생겨났다. 무엇이 우리 국민들을 그렇게 행동하게 만들었을까 하면 결정적이 계기는 1970년대의 강남개발이다. 박정희 정권이 강남개발을 시작하면서 몇 년 사이에 땅값이 폭등하는 것을 사람들이 다 봤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몇몇 권력자들이나 소수의 사람들이 그걸 통해 이익 얻다가 이를 본 다수의 사람들이 가담하게 되고 이러면서 점점 더 퍼져나가게 됐다. 사람들에게 일종의 탐심(貪心)을 자극한 것이다. 그때부터 부동산 투기가 일어났다. 한번 일어나고 마는 것이 아니라 10년 혹은 15년을 주기로 재발했다.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얼마 전 서울 아파트시장에서 분 투기광풍도 그 흐름 속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1970년 7월 7일 경부고속도로 준공식 모습ⓒ여문책
1975년 8월 잠실아파트 분양 신청을 위해 몰려든 시민들ⓒ여문책
ⓒ여문책
1970년 7월 7일 경부고속도로 준공식 모습ⓒ여문책

Q. 강남개발과 투기가 우리 건설산업, 나아가 경제산업 구조가 형성되는 과정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흔히 우리나라를 부를 때 몇 가지 별명이 있는데 토건국가도 그중 하나다. 토건국가는 산업 구조상 건설업이 지나치게 비대한, 전체 경제가 건설업에 좌우되는 그런 국가를 토건국가라고 하는데 우리나라가 전형적이다. 우리나라가 토건국가 성격을 띠게 된 것도 사실은 강남개발부터다. 강남개발은 구획정리사업으로서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초대형 사업이었다. 그 과정에 참여한 건설업체는 급속하게 성장했다. 10년 만에 작은 영세업체가 재벌급으로 성장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국가입장에서 보면 건설업을 부흥시켜보니 성장률을 높이는데 이것만큼 좋은 게 없었다. 건설업자는 업자대로 좋고 국가는 국가입장에서 좋고. 그래서 계속 지원하게 되고 이 세력이 자꾸 커지면서 힘을 갖게 되면서 사회‧경제적으로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산업의 체질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굉장히 좋지 않다. 제조업의 경우 투자에 대한 대가로서 주어지는 이윤에 관심을 집중하는데 반해 건설업은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한 건설업체가 아파트 단지를 만들어 공급해 2000억원의 이익을 얻었다고 치자. 이 2000억원에는 생산적 투자로 만들어진 건물 등에 따른 이윤도 있겠지만 상당 부분 땅값이 포함됐다. 건설업체 수익 가운데 소위 토지불로소득이 들어있는 것이다. 이는 자기 기업에 대한 수지 계산에 일정 오류를 내포하게 된다. 이 판단은 부동산 시장이 좋을 때 맞아들어가지만 가격이 정체되거나 꺾이면 모든 프로젝트가 부실 프로젝트로 전락하게 된다. 그리고 건설업체가 토지 불로소득에 기대서 이익을 얻는데 익숙해지면 건설 산업의 체질이 굉장히 취약해진다. 부동산 시장 동향에 따라 흥했다 망했다 하는 것이다. 실제로 IMF 경제위기 당시 망하지 않은 건설기업이 없었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부동산 시장과 연관돼 경제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지만 망하면 어떡하느냐 이거다. 건설업 성격상 금융기관을 비롯해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고통을 받게 돼 있다. 투기는 건설산업의 체질과 관련해서도 굉장히 중대한 문제다.

Q. 아직까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성공했다는 평을 찾기 힘들다. 보유세 강화를 추진했던 노무현 정권, 참여정부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나.

부동산 투기가 문제라는 건 다 알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은 정치인도 가지고 있었지만 실제로 해결하려고 시도한 정부는 없었다. 예를 들면 김영삼 대통령의 경우 취임하면서 ‘부동산을 많이 가진 것이 고통이 되도록 하겠다’ 할 정도로 강하게 나갔다. 하지만 나중에 흐지부지됐다. 김대중 정부도 보유세를 강화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굉장히 중요한 공약이었지만 결국 흐지부지됐다. 조금 가까웠던 정부가 토지공개념을 도입했던 노태우 정부 정도다. 하지만 엄청난 투기가 일어났을 때라 어떤 정부라도 그렇게 안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부동산 문제를 정말 정권의 소명으로 생각하고 접근했던 것은 노무현 정부라고 생각한다. 투기를 차단하고 불로소득을 차단하는 가장 좋은 정책수단은 토지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이다. 토지를 많이 가진 사람이 대가로 세금을 많이 내는 간단한 방법이다. 그러면 토지를 쓸데없이 많이 가지려 하지 않을 것이고 필요한 사람만 토지를 갖고자 하기 때문에 투기수요가 생길 요인도 없다. 불로소득을 노리고 뛰어드는 사람도 줄어들 것이다. 보유세 강화는 부동산 투기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으로 실제로 이를 추진한 것은 노무현 정부다. 정책 내용 면에서 역대 전체를 놓고 볼 때 노무현 정부를 칭찬할 수밖에 없다.

Q. 종합부동산세로 요약할 수 있는 노무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미완, 또는 실패라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아니다. 정책은 실제로 추진됐다. 법률도 만들었고 징수도 했다. 다만 정권이 바뀌면서 전부 뒤집힌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못한 게 아니다. 보유세 강화계획이 법률에 들어가기도 했다. 굉장히 획기적인 일이다. 근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 뒤집어버렸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의 죄가 크다. 부동산 정책을 정말 올바로 잡을 수 있는 본격적인 시도를 뒤집어 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려버린 것이다.

Q. 그렇다면 이명박, 박근혜 정부 역할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이명박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을 학자들이 탐욕의 정치라고 한다. 사람들의 탐심을 자극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뉴타운 사업이다. 뉴타운 사업은 지구를 지정해 싹 밀어버리고 고층아파트를 짓고자 한 것이다. 서울에 오래 산 사람들은 강남 사람들이 아파트 한 채로 떼돈을 버는 것을 봐 왔다. 근데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이 자기 지역에 그걸 해주겠다는 거다. 나도 저 사람들처럼 집 한 채로 떼돈을 벌 수 있겠구나 하는 환상을 갖게 된 것이다. 그래서 뉴타운 사업에 대한 지지가 대단했다. 2008년 총선에서는 그야말로 뉴타운 선거였다. 그 당시 서울지역에서 한나라당이 휩쓸었다. 당시 야당(대통합민주신당)도 심지어 뉴타운 공약을 내세울 정도였다. 그런 탐욕의 정치를 펼쳤다. 그 결과가 뭔가. 부동산 경기가 꺾이니 뉴타운 사업 지구들은 전부 폐허가 됐다. 아주 쓰라린 경험을 맛본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권의 기조를 이어갔다.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띄우기 위해 정말 애를 썼다. 문제는 수도권 시장이 아닌 지방에서만 떴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박근혜 정부 와서는 초조했던 것이다. 그래서 부동산 투기를 막을 수 있는 남은 장치를 다 해제해 버렸다. 그걸 한 사람이 최경환씨다. 소위 ‘초이노믹스’라고 불리는 정책을 펼치면서 노골적으로 ‘빚내서 집 사라’는 정도의 정책까지 펼쳤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반응을 했고 2017년, 2018년에 부동산 광풍이 불었다.

ⓒ뉴시스
ⓒ뉴시스

Q. 그렇다면 지금 문재인 정부는 어떠한가. 지금까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평가한다면.

누구나가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책을 이어받았을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나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부동산 문제만큼은 제대로 해결하려고 할 것으로, 소위 말하는 부동산공화국을 해체할 정책을 펼칠 것으로 기대했다. 근데 안하는 거다. 안할 뿐 아니라 의도적으로 안하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더라. 대표적인 예가 지난 대선 투표일 며칠 전에 갑자기 정책 캠프 대표되는 사람이 나와 기자회견을 했는데 ‘우리는 보유세 강화는 당장 할 계획이 없다’고 발표하더라. 근데 이 흐름이 계속 이어졌다. 보유세 문제에 대해서는 아주 미온적으로 대처했다. 자꾸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다 보니 보유세를 강화하는 시늉은 했다. 그야말로 시늉이었다. 예를 들면 종부세를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정부 규제 대상, 다주택자 중심으로만 접근했다. 사실상 종부세를 가격안정 수단으로 쓴 것이다. 보유세나 종부세는 그렇게 쓰는 수단이 아니다. 시장상황에 상관없이 꾸준히 유지해야 될 정책이다. 가격이 떨어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다시 되돌릴 것인가. 참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정말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정책을 지금까지는 펼치고 있다.

Q. 현 정부는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강조하면서 부동산 이야기는 한마디도 안한다. 우리 사회에서 공정경제가 안 되는 가장 큰 요인이 부동산이다. 소득주도성장도 혁신성장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이 세 가지 문제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일종의 레토릭 밖에 안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지고 있는 부동산의 위상을 인식하고 국민들에게 밝혀야 한다.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정책 담당자가 문제가 무엇인지에 자각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방안은 이미 나와 있다. 하도 부동산 문제가 시끄러우니까 그동안 수많은 방안 나왔고 그 중 합리적이고 공평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이 있다. 대표적인 게 보유세를 높이는 것이다. 해야 하지만 세금폭탄이라느니 집값이 떨어지면 큰일 난다고 하는 반발이 있다. 이에 장기 계획을 밝히고 그다음 점진적으로 가야 한다. 충격이 생기지 않도록 일종의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그래야 다음 정권이 바뀌더라도 흔들리지 않는다. 한 정권에서 추진하다 정권이 바뀌면 멈추고 이렇게 할 일이 아니다.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서 장기적으로 그 방향으로 간다는 걸 분명히 밝히고 거기에 맞는, 정부가 할 수 있는 한 작은 일이라도 해 나가야 한다. 이렇게 해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본다.

Q. 부동산 문제 해결에 보유세를 강화하는 것 말고 해답은 없는 것인가.

어떤 환자가 심각한 병에 걸렸다면 수술밖에 답이 없다. 그런 문제이기 때문에 피해갈 수 없다고 본다. 다만 충격이 덜하도록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는 있다. 정치적 실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도록 국민적 저항이 가능하면 줄어들 수 있도록 설계할 필요는 있다. 그것 이전에 중요한 것은 원칙이다. 원칙을 무시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Q. 요즘 부동산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들 한다. 현 정부 정책의 긍정적 요인으로 볼 수 있나.

부동산 정책이라는 것은 여러 차원이 있다. 크게 말하면 근본정책이 있고 단기 시장 조절 정책이 있다. 하지만 이 정부는 단기 시장 조절 정책만 한 것이다. 값이 안 오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큰 질병이 있는데 원인 제거는 안하고 안 아프게만 하는 거다. 그러면 결국엔 죽는다. 근본정책을 추진하면서 단기정책이 같이 가야한다. 하지만 현재 단기정책만 펼치고 있다. 지금 안정적이라지만 언제 터질지 모른다. 만약에 근본정책을 제대로 세웠다면 근본정책을 꾸준히 밀고 가면서 시장이 진짜 많이 침체된다 싶으면 부차적인 규제, 금융규제 이런 거는 풀어주는 거다. 근본정책을 제대로 세워놓으면 이런 탄력성이 생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가격 폭등을 할 때마다 더 강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럼 그다음에 가격이 폭락을 하고 그럼 또 규제를 다 푼다. 지금은 이런 오락가락 정책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식의 정책접근은 박정희, 전두환 정부시절부터 이어져왔다. 이 정부가 옛날정부 하던 방식대로 가면 안 되면 안될 것 아닌가. 가격이 폭락하는 일이 생기면 금융위기 문제가 생긴다. 또 그때는 혼비백산해 규제를 다 풀어 줄 수밖에 없다. 이는 단기 시장 조절 정책으로도 굉장히 안 좋은 것이다.

대구카톨릭대학교 전강수 교수ⓒ투데이신문
전강수 대구카톨릭대 경제통상학부 교수ⓒ투데이신문

Q. 현 정부가 공시지가 현실화에 나섰다. 반발도 많은데 어떻게 평가하나.

공시지가 현실화는 해야 하는 것이다. 어떤 지역에 얼마짜리, 어떤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지 전부 중구난방이었다. 조세제도 원칙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면 비싼 집에 세금이 적게 매겨지고 싼 집에 세금이 무겁게 매겨지는 일은 바로 잡아야 한다. 그래서 공시지가 문제는 형평성을 실현한다는 차원에서 중요하다. 하도 보유세 문제로 이 정부가 비판을 받다 보니 이거라도 해보려는 애를 쓰는 것. 이렇게 하려고 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근데 이것도 또 세금폭탄이다 뭐다 비판하는 소리가 나오니 또 위축돼서 세금폭탄이 아니고 98%에는 영향이 없고 2%에게만 적용된다는 등 해명하면서 뒤로 물러서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형평성을 구현한다는 차원에서 이렇게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Q.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나오는 시대다. 상가임대료 문제가 자영업 시장 몰락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상가임대료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건물주의 힘이 세입자보다 월등하게 크기 때문이다. 해법은 힘을 빼는 것이다. 건물주의 힘을 과도한 힘을 줄이고 일종의 힘의 대칭을 이루기 위해서 먼저 해야 하는 것 또한 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이다. 특히 상가건물의 보유세는 낮다. 힘을 뺄 수 있는 수단이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된 상가 보유세를 높이는 것이다. 이를 통해 투기적 목적으로 상가를 보유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임대차 시장과 관련된 법률이 몇 번 개정돼 약간 힘의 균형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비대칭인 측면이 있다. 세입자의 권리 등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개정할 필요 있다. 세금 제도 개선과 같이 가야 한다. 보유세 문제는 보강하지 않고 뭐 임대기간 연장이나 임대료 제한 등을 개선하는 것만 가지고는 안 된다. 건물주의 강력한 힘은 그대로 있기 때문이다.

Q.최근 ‘SKY캐슬’이라는 드라마가 인기였다. 강남 대치동을 중심으로 한 교육열과 부동산 투기 바람과도 무관하다고 볼 순 없다. 

사회에서 일종의 불로소득을 만들어내는 강력한 요인 중 하나는 부동산이고 또 하나는 교육이다.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부동산 투기에,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만 하면 평생이 보장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교육시장에 뛰어든다. 그렇다 보니 부동산 특권, 교육 특권이 형성된 것이다. 그걸 차단해야 한다. 어느 대학을 가건 열심히 하느냐 안하느냐에 따라 인정을 받는 이런 사회를 만들어야지, 한번 서울대 들어갔다고 성공이 보장되면 일종의 특권이다. 특권이 있는 곳에는 초과 이익이 발생한다. 대표적인 게 부동산, 교육에서 발생하는 학력특권이다. 이런 불로소득을 경제학에선 통칭지대라고 한다. 이게 만연된 사회를 지대추구사회라고 부른다. 이걸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특권의 힘을 줄이는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특권이 있는 곳에 우선 과세한다. 이 같은 과세가 가능할 수 있느냐고 하는데 가능하다. 1940~1950년대 미국에서는 소득세 최고 세율이 90%까지 갔다. 미국 자본주의, 세계 자본주의 황금기라고 불리던 때다. 소득세 최고세율을 높이자고 하는 것은 토마 피케티 등 세계 경제학자들이 주장이기도 하다.

Q. 과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단체에서도 적극적으로 정책 제언 활동을 해왔다. 앞으로 조언자를 넘어 다시 직접적인 참여자로서의 활동할 계획은 없나.

지금 하고 있다. 책을 내고 있지 않나. 과거 사회운동도 해봤고 소위 선거 캠프라는 곳에도 있어봤다. 그 경험으로 봐서 책을 내는 게 가장 강력하더라. 책으로 인한 사회적 반응도 강렬했다. 지금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을 계속 열심히 하려한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