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1심 유죄 확정 판결, 정치권은 일파만파
설 연휴 민심의 향방에 따라 향후 프레임 변화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지난달 31일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김경수 경남지사의 법정구속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지난달 31일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김경수 경남지사의 법정구속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30일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댓글 여론조작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서 김경수발 대선 프레임 전쟁이 시작됐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대선불복’ 프레임을 들고나왔고,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헌법불복’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번 프레임 전쟁은 설 연휴와도 맞물려 있기 때문에 공방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이 전쟁의 승자는 설 민심에 달려있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김경수 경남지사의 드루킹 일당 댓글 조작 연루 의혹이 1심 재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서 범여권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차기 대권주자 중 한 사람인 김 지사의 정치적 생명이 날아간 상황인 데다, 이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도 위태로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1심 선고에서는 문 대통령과의 관련 여부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나온 것은 없다. 하지만 김 지사는 문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점에서 범여권은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범여권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자유한국당 등 야당들은 공격의 기회를 얻었다면서 문재인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런 극한 대치는 대선불복 프레임과 헌법불복 프레임으로 나뉘어 서로를 향해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들은 김 지사의 단독 행동이 아니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문 대통령이 대선 당시에 이를 인지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개입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대선 불복 프레임을 걸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대선 무효 선언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다른 야당들은 문 대통령이 소극적으로나마 인지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며, 문 대통령의 입장을 요구하고 있다.

문 대통령 인지하고 있었을까

이번 대선불복 프레임은 결국 문재인 정부의 정국 주도권에서 힘을 완전히 빼겠다는 판단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설 연휴 이후 2월 임시국회가 예고돼 있다. 아직까지 임시국회 의사일정을 잡지 못한 가운데 대선불복 프레임을 걸게 될 경우, 2월 임시국회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 더 나아가 올해 상반기 이슈 주도권을 야당이 갖고 오게 된다. 따라서 대선 불복 프레임을 최대한 증폭을 시켜 여론을 형성한 후 주도권을 명확히 가져오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하지만 다른 야당들은 이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대선불복 프레임이 갖는 위험성 때문이다. 현재 김 지사와 문 대통령의 연관성은 김 지사가 문 대통령의 측근 중의 측근이라는 것 외에는 없다. 따라서 댓글조작에 문 대통령이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증거는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선불복 프레임을 강하게 걸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 때문에 쉽게 대선불복 프레임을 걸 수도 없다. 다만 자유한국당은 태극기 부대 등 극우 보수의 지지를 받고 있고, 거대 양당에 속하기 때문에 튼튼한 지지층이 있어 가능하지만, 바른미래당이나 민주평화당 등은 대선불복 프레임을 걸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다른 야당들은 보다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대선불복 프레임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는 아무도 예측하기 힘들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드루킹 댓글 조작’ 관련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돼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드루킹 댓글 조작’ 관련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돼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대선불복 프레임 vs. 헌법불복 프레임

반면 민주당은 상당히 당혹스런 분위기다. 아무래도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지사가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는 것은 쉽지 않은 싸움이 예고되기 때문이다. 대선불복 프레임에 민주당이 내놓은 프레임은 헌법불복 프레임이다. 문재인 정부가 탄핵 국면을 통해 탄생한 정부이기 때문에 대선불복 프레임을 건다는 것은 결국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프레임이다. 이것이 얼마나 먹혀들어갈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김 지사의 댓글 조작 혐의에 문 대통령이 연루된 바가 없다는 것을 피력하는 것 외에는 없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자유한국당의 대선불복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면서 “이제 와서 대선 불복을 이야기하는 그런 당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느냐”면서 발끈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민주당이 속 타는 이유는 자유한국당이 공식적으로 대선불복을 입에 올린 적이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대선불복을 당 지도부가 거론했다면 공세를 더욱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는데,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이 문제에 대해 대선불복은 입으로 꺼내지 않았다.

핵심은 설 연휴 민심에 따라

오히려 민주당은 재판불복 프레임을 꺼내 들면서 정치적 부담을 더욱 지게 됐다. 재판불복 프레임을 내세우면서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판사의 판결에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한다면 사법부로서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결국 가장 핵심은 설 연휴 민심이 어디로 향하느냐다. 김 지사의 구속 소식은 설 연휴 밥상머리 이슈로 급부상할 것은 분명하다. 김 지사의 혐의가 과연 문 대통령과 연루가 되느냐를 따지게 될 것으로 보이고, 설 연휴 이후 민심의 동향에 따라 대선불복 프레임으로 흐를 것인가, 헌법불복 프레임으로 흐를 것인가가 결정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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