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엄기호 지음/나무연필/140*210/304쪽/1만6500원

ⓒ나무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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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한국 사회에서 고통은 ‘부끄러움’으로 통했다. 누군고통을 말하는 것은 나약한 짓이기 때문에 이를 드러내기보다는 감추고 억누르는 데 익숙했다. 고통을 언어로 풀어내지 못한 이들은 결국 ‘언어 없음’의 상황에서 또다시 극심한 고통에 빠지고 말았다.

그러나 고통은 더 이상 비정상적인 존재가 아니다. 고통은 늘 상존하며, 오히려 고통이 없는 것이 ‘정상 상태’가 아니라고 말한다. 고통에 관한 이야기가 회자되는 것은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기초 값이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즉, 우리 사회가 고통과 고통을 겪는 이들을 억압하거나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고통에 대해 듣고 응답할 준비가 됐다는 의미에서 매우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같은 상황에 잘 대처하고 있는가. 혹여, 사회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 자신의 고통을 남에게 보이며 소비하는 것은 아닐까. 고통을 겪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들과 함께하는 주변인들도 함께 무너져가는 것은 아닐지 우려스럽다.

책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는 우리 시대 고통의 지질학을 보여주는 저서다. 그간 한국 사회의 깊은 속살을 끄집어내온 사회학자 엄기호가 집필했다.

1부에서는 고통을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고통과 대면하고 그것을 말하는 언어 이른바 ‘고통의 언어학’에 대해, 2부에서는 고통을 소비하고 전시하는 메커니즘 ‘고통의 사회학’에 대해 이야기를 푼다. 끝으로 3부에서는 고통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곁 ‘고통의 윤리학’에 대해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가 고통을 소비하는 방식이 지닌 문제점을 되짚어보고, 지극히 개인의 문제일 수 있는 고통이 우리 사회 속에서 함께 고민돼야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가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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