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김진태 경선…공정성·정당성 모두 잃어
내년 총선 앞두고 당 공중분해 위기에 직면해

자유한국당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황교안(오른쪽), 오세훈 후보가 지난 1일 서울역에서 설 명절 귀성객들에게 인사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황교안(오른쪽), 오세훈 후보가 지난 1일 서울역에서 설 명절 귀성객들에게 인사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그야말로 산으로 가는 형국이다. 새로운 당 지도부를 선출해 내년 총선 승리를 일궈내야 하지만, 벌써부터 내상이 나고 있다. 그 출발점은 2차 북미정상회담과 일정이 겹치면서 시작됐지만 강행이냐 연기냐를 놓고 계파 갈등까지 불거지면서 당권 주자들이 속속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이는 결국 차기 지도부의 신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돼 반쪽짜리 전당대회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따라서 내년 총선 공천의 공정성 및 정당성에도 상당한 손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2차 북미정상회담이 오는 27일부터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전당대회 날짜에 맞춰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와 함께 ‘신북풍’이라는 언급도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실제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일정에 맞춰 일부러 날짜를 잡은 것은 아니겠지만 우연이 상당히 겹친 모습이다. 이로 인해 음모설까지 나돌았다. 그만큼 이날 전당대회를 개최한다는 것은 자유한국당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전당대회로 인한 ‘컨벤션 효과’가 감쇄되기 때문이다. 전당대회를 연다는 것은 신임 당 지도부를 선출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언론의 주목도가 상당히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2차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초대형 이슈가 발생하게 되면 자유한국당의 새 지도부로 누가 선출되는지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황교안 전 총리와 김진태 의원을 제외한 6명의 당권주자들은 전당대회 날짜를 일주일이나 2주 정도 연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당대회 일정 강행키로 한 자유한국당

하지만 당 지도부는 전당대회 연기를 거부했다. 전당대회를 연기하자는 당권주자들이나 강행해야 한다는 당 지도부 모두 명분은 있다. 연기하자는 당권주자들은 컨벤션 효과의 감쇄를 주장하고 있고, 당 지도부는 새롭게 일정을 짜서 선거관리에 들어간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들의 대립이 강 대 강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홍준표 전 대표가 전당대회 일정 강행 소식에 반발해 불출마를 선언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마저 불출마를 선언한다면 아마도 전당대회는 사실상 황교안 전 총리의 추대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당 안팎에서는 황 전 총리가 차기 당 대표가 됐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 지도부가 사실상 황 전 총리를 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문제는 오 전 시장까지 불출마를 선언한다면 나머지 4명의 당권주자들 역시 전당대회를 보이콧할 가능성이 높다. 즉, 사실상 황 전 총리와 김진태 의원으로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는 6명의 당권주자들이 보이콧한다 해도 전당대회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의 2.27 전당대회는 반쪽짜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경우, 전당대회의 공정성은 떨어질 것이며 당 대표의 정당성 역시 약화될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반쪽 전당대회에서 황 전 총리가 당 대표가 된다 하더라도 과연 당 안팎에서 이를 인정할 것이냐의 문제가 남아있다.

이번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는 단일지도체제로 치러진다. 즉,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해 사실상 모든 권한을 당 대표에게 몰아준다. 이는 내년 총선 공천권도 마찬가지다. 당 대표가 된다면 사실상 내년 총선 공천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이유로 당권주자들이 당 대표에 선출되기 위해 그간 부단히 노력해왔다. 그런데 6인의 당권주자들이 전당대회를 보이콧하게 된다면 그 공정성과 정당성이 훼손되면서 차기 지도부는 출범도 하기 전에 상처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반발하는 당권주자들

이런 상처는 결국 신임 당 대표가 내년 총선 공천권을 휘둘렀을 때 이를 누가 인정을 하겠느냐는 난제도 남아있다. 신임 당 지도부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날이 갈수록 새로워진다는 뜻) 한다는 명목으로 인적 청산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새로운 피를 수혈하겠다고 나설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미 공정성과 정당성이 훼손된 차기 지도부의 인적 청산이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마도 인적 청산 대상자는 콧방귀도 뀌지도 않고 이에 대해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더 나아가 자유한국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중분해가 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에 전당대회가 강행돼 당권주자들이 보이콧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올해 안에 당이 깨질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소속 전 바른정당 출신들은 자유한국당이 둘로 쪼개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바른정당 출신들은 민주평화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며 자유한국당 비박계를 흡수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차기 지도부 리더십은

그만큼 상황은 앞으로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내년 총선에서 보수는 분열하고 진보는 통합할 가능성이 높다. 보수가 친박과 비박으로 나뉘게 되고, 진보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우위를 점한 가운데 평화당과 바른미래당 소속 국민의당 출신의 통합신당이 출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 통합신당의 영향력은 주로 호남에서 발휘되기 때문에 호남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보수는 분열되고 진보는 통합되는 대결 양상이 펼쳐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보수의 분열은 시작됐다. 지금대로라면 내년 총선에서 현재 자유한국당의 모습으로는 총선을 치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만큼 자유한국당에게 이번 전당대회가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이런 이유로 현 지도부가 보이콧을 선언한 당권주자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병준 비대위 체제와 박관용 당 선관위 체제가 이들을 설득할만한 능력이 있는지는 미지수다. 자유한국당은 격동의 세월 속으로 휘말려 들어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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