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난 1월 수소경제 로드맵 발표
수소폭탄 연상 수소, 기술적 연관성無
수소차, 비싼 가격 탓 대중화 부진
연료전지 값의 40% 백금…혁신 진행중
【투데이신문 홍세기 기자】 ‘수소차 홍보대사’를 자처할 만큼 문재인 대통령은 수소경제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대중은 아직 ‘수소전기차’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가장 큰 부문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수소전기차와 수소충전소의 안전성 문제다. 또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전기를 사용해야 하는 만큼 이중으로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경제성에 대한 의구심도 크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하며 오는 2030년까지 180만대의 수소차 공급과 수소차 및 연료전지 부문 세계시장 점유율 1위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수소차를 중심으로 한 ‘수소경제’를 미래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수소경제’에 관심을 보인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친환경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최근 미세먼지가 극성인 가운데, 국내에서도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조치가 한창이다. 특히, 디젤 차량의배출가스 조작 사태가 잇따르면서 친환경차인 수소연료전지전기차(이하 수소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물 이외 오염물질 배출이 전혀 없는데다 외부의 오염된 공기를 정화하는 효과가 최근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소전기차는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 에너지를 사용하는 전기차와 달리 직접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어비상 시 산업 또는 가정에 전력을 공급하는발전소 및 에너지 저장소(ESS : Energy Storage System) 역할도 수행 가능하다는 점에서 수소경제라는 큰 틀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마련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수소차의 안전성과 경제성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는 국민들이 많다. 이른바 ‘수소폭탄’이 연상되는 폭발과 관련된 안전성, 전기를 써서 수소를 생산해 이중으로 전력을 소모하는 것 아니냐는 경제성, 촉매제로 쓰이는 백금은 비싼 가격, 이미 대중화가 시작된 전기차와의 경쟁력 등이 수소경제에 대한 확신을 주지 않고 있다.
수소폭탄 연상되는 ‘위험한 수소’ 진실인가?
이미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는 수소전기차와 수소에너지의 미래가치를 일찌감치 인지하고, 수소전기차와 수소충전소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0년 이상 수소충전소를 운영한 결과 별다른 안전사고가 없을 정도로 안전성 역시 확보됐다는 평가다.
특히 가장 큰 오해를 하고 있는 부분은 수소폭탄으로 인해 연상되는 수소의 위험성이다. 수소전기차의 연료로 쓰이는 수소와 수소폭탄에 사용되는 중수소·삼중수소와는 다르다.
자연상태에서는 수소가 중수소·삼중수소가 될 수 없고, 수소폭탄은 수소의 원자핵이 융합해 헬륨의 원자핵을 만들 때 방출되는 에너지를 파괴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연료전지에서 일어나는 수소와 산소의 전기 화학 반응과는 기술적으로도 연관성이 전혀 없다.
현재 프랑스의 경우 파리 에펠탑 인근 알마광장, 일본은 도쿄 랜드마크인 도쿄타워 근처에 수소 충전소가 운영되고 있다.
도심 한복판에 수소 충전소를 운영할 만큼 기술적 안전성이 확인돼 있지만 서울에는 도심이 아닌 양재동과 상암동 두 곳에만 겨우 설치돼 있고 전국을 통틀어 11개소가 전부다.
다행히 지난 11일 정부는 세계 최초로 국회에 수소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정부가 현행 법상에선 불가능한 새로운 사업을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실증특례(임시허가)를 허용한 결과다.
상징적 장소에 ‘규제 샌드박스 1호’로 수소충전소를 설치키로 한 것은 정부의 ‘수소경제 로드맵’ 실천 의지와 함께 국민들의 불안감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 누출돼도 확산속도 빨라 순식간에 공기중으로
물론 수소 자체는 연소 속도가 빠르고 착화 온도가 낮은 에너지로 색깔과 냄새가 없어 별도의 센서가 없으면 누출 감지도 어려운 편이다. 하지만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이 수많은 시험 검증을 통해 마련 돼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실제로 직접 수소탱크에 총격을 가하는 실험 등으로 테스트 한 결과 가솔린 차량보다 더 안전하다는 결과를 내놨다.
또 수소가 노출될 경우 공기보다 14배 가량 가볍기 때문에 가솔린, 디젤, LPG 처럼 특정 공간에 축적되지 않고 신속하게 공기 중으로 사라진다는 점에서 안전성에 대한 걱정은 우려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도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인 ‘넥쏘’를 2018년도 중형 SUV 부문 ‘올해의 안전한 차’로 선정한 바 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수소탱크에 대한 총격실험, 파열시험 등을 포함한 안전 인증시험을 실시하고 기존 충돌실험 항목에 더해 수소밸브 부위 직접 충돌, 후진 시 수소탱크 하부 타격시험 및 화재 안전성 평가 등 악조건하의 수소탱크 안전성을 재차 점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뿐만 아니라 전방 충돌 성능을 획기적으로 보강한 전방구조물 및 수소탱크 보호를 위한 차체 구조물 적용으로 차량 자체의 충돌안전성도 확보했다”며 “초고장력 강판 적용으로 고강도 차체를 구현하는 한편, 보행자와 충돌 시 후드를 자동으로 상승시켜 보행자에게 가해지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액티브 후드 시스템’을 적용해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수소연료전지 안전성 인정
안전하다는 평가를 내린 곳은 국내 기관과 기업뿐만이 아니다. 미국 연료전지 관련 기관 BTI(Breakthrough Technologies Institute)는 수소연료전지차와 가솔린차의 연료 누출에 의한 화재 전파 실험 결과 수소연료전지차가 안전 면에서 더 우수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힌바 있다.
수소는 누출 부위에서 높은 불길이 치솟지만 연소 시간이 짧아 불길이 빨리 작아지는 반면 가솔린 차는 실내로 불이 옮겨 붙어 차량이 전소됐다.
또 미국 캘리포니아주 연료전지 사업 관련 민·관합동기구인 CaFCP(California Fuel Cell Partnership)도 수소연료전지차가 도로 위의 다른 차량들만큼이나 안전하다고 밝힌 바 있다.
CaFCP는 수소연료전지차에 있는 센서가 수소 누출을 감지 했을 경우 연료 탱크를 봉인하고 전력 계통과도 차단시킨다며 연료탱크도 일련의 극한 테스트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 산하 민·관 합동 수소연료전지 정부과제 운영기관인 FCH-JU(Fuel Cells & Hydrogen Joint Undertaking)도 수소연료전지차 보급 확대 프로젝트(HyFIVE) 홈페이지를 통해 ‘수소가 다른 일반적인 연료 보다 더 위험하다고 제안할 증거가 없으며, (수소가) 더 안전하다는 몇몇 증거들도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국산업안전공단과 미국화학공학회(DIPPR, Design Institute for Physical Property)는 가솔린, LPG, 도시가스, 수소 등 4개의 연료를 대상으로 한 종합적인 위험도 분석(자연발화온도, 독성, 불꽃온도, 연소속도 등) 결과 수소의 위험도가 가장 낮게 나타났다고 전했다.
비싼 수소 생산비용, 경제성 있나?
화학 반응으로 바로 전기에너지를 만들기 때문에 열로 만든 수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화력발전이나 원자력발전, 수력발전보다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온실가스가 발생하지 않아 대표적인 친환경 에너지라는 평가다. 하지만 수소 생산에 있어 경제성이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한해동안 생산한 연료용 수소량은 총 13만t이다. 99%는 천연가스나 석탄 등 화석연료에서 추출했다.
이같은 수소량은 일반 승용차가 연간 1만5000km를 달린다고 가정하면 65만대가 이용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할 때 2040년 수소차 290만대를 운행하기 위해서는 수소연료 58만t이 필요하다. 정부는 발전소용 수소연료까지 포함해 연간 수소연료 526만t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문제는 수소 생산량을 급격히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화석연료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C02가 발생하고, 상당한 에너지를 소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대표적인 수소 생산 기술인 전기분해는 효율이 떨어진다. 해외의 경우 풍력 등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소분해로 이용하고 있지만, 아직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초기 단계인 한국에서는 아직 먼 이야기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식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이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열과 고압으로 인해 원유 내에 포함된 물이 수소와 산소로 자연 분해되면서 발생한다.
지난해 석유화학단지를 중심으로 생산된 부생수소는 164만t에 달한다. 이중 대부분은 정유과정과 나프타 분해 등에 쓰인다. 산업부는 정유과정서 사용되는 분량 외에 연간 5만t가량인 여유분을 수소전기차 연료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정부는 추가로 효율성 높은 추출수소 생산기지를 확대하고,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연계한 수소 생산, 해외 수입 등을 통해 수소공급을 늘리겠다는 복안을 제시하고 있다.
천연가스 공급망에 대규모·거점형 수소생산기지, 수요처 인근에 중·소규모 수소생산기지 구축 확대하고 수소추출기 국산화 및 효율향상 기술개발을 추진해 바이오매스 활용 등 추출수소 생산방식 다양화할 계획이다.
이후 신재생에너지 부문이 발전하면 남는 전기를 활용해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얻거나 해외거점 수소 생산기지를 통해 대량의 수소를 수입하는 방식도 계획돼 있다.
하지만 해외 수입량을 늘리는 방안은 경제성이 관건이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수소 가격은 싼 편이다. 100km주행시 수소는 8300원, 휘발유는 1만1600원, 경유는 8700원 수준이다. 이는 정부가 수소차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수소연료 가격을 원가미만으로 억제한 결과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이에 정부는 공급량을 늘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현재 1KG당 8000~1만원 수준인 수소연료 가격을 2040년에는 3000원이하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전기가 쓰일 수밖에 없고, 여러 단계에 걸쳐 에너지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 정부로서는 고민이다.
촉매제 ‘백금’ 연료전지 가격의 40% 차지
수소를 생산하는데 성공하더라도 수소와 산소의 결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촉매제로 쓰이는 백금이다.
백금은 무척 비싸다. 따라서 백금 필요량을 줄이는 기술 개발이나 백금의 공급단가를 낮추는 방안 등 대안이 요구되고 있다.
다행히 최근 의미있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나노입자 연구단 연구팀이 수소자동차 연료전지 촉매 가격을 10분의 1로 줄이며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촉매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료전지는 수소 같은 연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다.
에너지 변환 효율이 70% 안팎으로 비교적 높은 데다 부산물로 물을 발생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다. 다만, 현재 촉매로 사용되는 백금 가격이 1㎏당 1억원 이상으로 굉장히 비싸고 사용할수록 성능이 저하되는 불안정성 문제도 있다.
IBS 연구팀은 새로운 구조의 탄소 기반 나노 촉매로 한계 극복 가능성을 제시했다.
IBS 성영은 부연구단장은 “현재 연료전지 가격의 40%가량은 백금 촉매가 차지하고 있다”며 “이번에 연료전지 효율 극대화 가능성을 입증한 만큼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의 산업적 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이 기술외에도 백종범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기존 백금 촉매를 대체할 촉매 물질인 ‘루테늄엣그래핀’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 물질은 물을 전기분해할 때 필요한 기존 촉매 물질인 백금 가격의 4%에 불과하면서도 성능과 안정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수소차는 궁극의 친환경 차…정부의 투자 의미있지만 시간 필요”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소차는 궁극의 차라는 점에서 자동차가 가야할 방향이다”라며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찬성의견을 던졌다. 다만 전기차 등 현재 대중화되고 있는 기술에도 균형잡힌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수소차에 대한 주도권, 원청기술 확보에 있어서 이번 정부의 발표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해결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수소차의 경우 기술이 어느정도 확보돼 있지만 수소충전소의 경우 아직 6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디젤차와 가솔린차가 공존하듯 앞으로 전기차는 근거리, 수소차는 원거리를 자주 운행하는 트럭과 버스 등 상용차에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수소차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다만 김 교수는 “수소차량에 사용되고 있는 수소는 부생소수로 석유화학 물질을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찌꺼기를 활용하고 있는 만큼 친환경 에너지라는 명분에 맞게 수소 생산에도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고 전했으며 “10년, 20년 뒤를 바라보고 투자하는 만큼 현재 대중화되고 있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에도 균형잡힌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